[한마당] 메르켈 총리의 충고

● 칼럼 2014. 4. 15. 20:37 Posted by SisaHan
최근 독일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통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동독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일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조언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독일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모델”이라며 “통일 독일의 모습을 보면서 통일 한국의 비전을 세우겠다”고 화답했단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주문한 메르켈 총리의 충고는 평범한 듯하지만 사태의 정곡을 찌른다. 우리의 통일정책에서 가장 결여된 것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통일 독일’과 ‘분단 한반도’의 차이는 상호존중과 상호신뢰의 유무에 있다. 독일은 존중과 신뢰의 바탕 위에서 분단의 장벽을 허문 반면, 우리는 적대와 불신 속에서 분단의 성채를 쌓아왔다.
독일 통일의 길을 연 ‘동방정책’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도 동독에 대한 섬세한 배려에 있었다.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최대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용어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을 썼다. 브란트의 통일정책이 ‘동방정책’으로, 통일 담당 행정부서가 ‘내독성’(內獨省)으로 불린 까닭이다. 서독에 ‘흡수’될 것을 두려워하는 동독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통일’이라는 말 자체를 스스로 삼갔던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통일문제에 있어 가장 전향적이고 유화적이던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마저 ‘햇볕정책’이었다. 이 말은 이미 북을 -물론 ‘삭풍’은 아니지만- ‘햇볕’으로 ‘벗겨야 할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지 않은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그 천박함과 오만함이 도를 넘어섰다. 통일을 일확천금의 도박에 비유하는 반지성과 몰역사성은 차치하고라도, 상대방을 오직 경제적 약탈의 대상으로 얕잡아보는 오만함은 또 어찌할 것인가.
서독 정부의 통 큰 지원도 동서독 간 신뢰 구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동독을 대하는 서독의 태도에는 맞수를 대하는 경쟁자라기보다는 아우를 대하는 형님의 너그러움과 여유가 있었다. 동독 마르크에 대한 신용 문제로 동독의 대서방 무역이 어려움에 처하자 스윙(Swing)이라는 무이자 장기차관을 제공한다거나, 재정 지원을 통해 동독 내 정치범들을 석방하도록 유도하는 등 서독은 동독의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선의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동독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퍼붓던 당시 동서독의 경제적 격차는 3배 정도였지만, 오늘날 남북간의 경제적 격차는 대략 40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태도에서 형님다운 의연함은커녕,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의 몸짓도 찾아보기 어렵다. 보이는 건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시대착오적 대결의식과 북의 위협을 과장하여 현실정치에 활용하려는 낡은 매카시즘의 욕망뿐이다.
통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상대가 있다. 우리의 상대는 불행히도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의 봉건적 사회주의 전제국가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해야 한다면 예의 옹졸한 적대적 자세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북한은 이미 경쟁 상대가 아니라 포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대박론’으로 어설프게 발톱을 드러내면서 입으로만 ‘평화통일’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 독일의 경험에서 진정 배우고자 한다면 우리의 경제력에 걸맞게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망설일 것도 없다. 박근혜 정부는 이전의 어느 정부도 누리지 못한 이점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누구도 ‘퍼주기’라 비난하지 않을 테니까.
<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 >

 

[기쁨과 소망] 보 행

● 교회소식 2014. 4. 15. 20:34 Posted by SisaHan
20년 전 쯤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 소장파 젊은 철학 교수가 쓴 ‘육탈의 근대성’ 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의 요지는 “근대라는 시대에서 인류는 주체, 그러니까 자신을 찾는 일에 몰두해 왔는데 결국 빈껍대기 영혼없는 자신만을 이야기 했을 뿐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시말해 “Cogito ergo sum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외치며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려던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로 부터 시작된 모든 이성 중심의 근대 철학의 노력은 실패한 프로젝트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나를 아는 것은 끊임없이 사고하는 이성, 들숨과 날숨의 멈춤없는 숨결, 그리고 진리를 찾아 나서는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팔다리의 보행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참 자아와 진리를 찾기에 갈급해 하던 어린 저로서는 그 소장파 철학자의 말이 어찌나 매력적이고 멋있어 보였는지 모릅니다. 애매 모호한 결론이 주는 몽환적 매력도 있었지만 자아를 찾지 못한 근대를 넘어서는 ‘보행’이라는 또 다른 모험적 희망이 젊은 가슴을 다시 뛰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철학자의 말을 따라 저는 그 보행을 쉬지 않았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사고하고, 팔다리를 쉼없이 움직이며 들숨과 날숨을 세밀하게 느끼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목적없는 보행은 중년의 높은 문턱 앞에서 소리 없이 멈추었습니다. 지친 어깨와 촛점 잃은 눈동자, 혼미해지는 이성, 그리고 약해져 가는 심장의 박동은 더 이상 저라는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주체적 보행으로는 나머지 인생의 길을 갈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알아 차린 것입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열병을 앓은 아이처럼 낯이 뜨거웠습니다. 눈물 한방울이 주루룩 소리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존재적 슬픔입니다. 저의 모든 보행에 동행하신 듯한 분이 뜨거운 제 이마를 짚어 주십니다. 그 분의 봄바람 같은 숨결이 제 콧잔등에 느껴지고 저는 이내 그 분의 촉촉하고 진실어린 눈망울에 깊이 빠져버립니다. 아! 그 안에 제가 보입니다. 제 눈물이 보입니다. 그 분께서 저를 태고부터 동행하셨음이 직감적으로 알아집니다. “사랑한다” 하시던 끊임없는 그분의 말씀이 이제서야 들립니다. ‘아! 나는 이렇게 존재하는 것이구나! 그 분의 사랑안에만 존재하는구나! 그 분의 사랑의 눈망울 속에서만 참 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구나!’ 그때서야 알아먹어 집니다. 

< 최봉규 목사 - 토론토 드림교회 담임목사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5일 국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 ‘간첩 증거 조작 사건’ 대국민 사과
또 ‘일부 직원 탓’으로 돌려…‘사퇴 문제’는 언급 안해
질문 안 받자 기자들 “방송 그림 때문에 불렀냐” 항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엄중하다”며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재준 원장은 15일 오전 국정원에 기자들을 불러 “최근 중국 화교 유가강 간첩사건 관련하여 일부 직원이 증거 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남 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수사 관행을 다시 점검하고, 과거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뽑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낡은 수사 관행과 절차를 혁신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해 강도 높은 쇄신책을 마련하고, 수사 기법 발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공 수사 능력을 강화하겠다. 또 적법한 절차에 의한 엄격한 자기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질타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앞으로 국민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최고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정원장으로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엄중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엔엘엘 도발, 4차 핵실험 위협이 이어지고 있고 다량의 무인기에 의해 우리 방공망이 뚫린 엄중한 시기에 국가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이렇게 흔들리게 되어 참으로 비통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안보 상황의 엄중함’을 자진 사퇴를 하지 않는 논리로 꺼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국정원은 이날 입장 발표 자리에 30여명의 기자들을 불렀으나 질의-응답 시간을 주지 않았다. 남 원장은 2분 가량 사과문을 읽은 뒤 “질문을 하겠다”는 기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리를 떠났다.
한편 남 원장이 발표장에 입장하기 직전, 하경준 국정원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오늘은 기자회견이 아니라 국민에게 사과문을 낭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질의 응답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들이 “그럼 왜 불렀나. 방송 그림(화면) 때문에 불렀냐”고 항의하자, 하 대변인은 “그건 아니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