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방통대군, 전천후 폭격기 등 온갖 화려한 별명 속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정권 최고 실세의 초라한 말로다. “물이 넘치면 (이 대통령의) 제방이 되고, 바람이 불면 병풍이 되겠다”던 말과는 정반대로 그는 스스로 정권의 제방을 무너뜨린 거대한 탁류의 진원지가 됐다.
최 전 위원장의 구속은 태생적으로 도덕성이 결여된 정권의 비참한 행로를 잘 보여준다. 음습한 돈은 이미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부터 비정상적인 통로를 따라 밀실로 흘러들어갔다. 검은돈에 대한 도덕적 경각심은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돈을 먹이고 돈을 먹는 추악한 관계 속에서 정권은 병들어갔다.
 
최 전 위원장의 구속은 이 정권이 저지른 온갖 부정비리에 대한 진상규명의 시작일 뿐이다. 검은돈을 뿌린 곳이 파이시티 한 곳에 그치지 않을 것임은 상식에 속한다. 실제로 최 전 위원장 보좌관 박배수씨가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한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됐고, 그의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씨는 교육방송(EBS) 이사 선임 로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해외도피중이다. 이런 돈의 종착지가 최 전 위원장이 아닌지를 차근차근 밝혀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최 전 위원장의 개인비리 차원을 떠나 이명박 후보 캠프의 불법자금 조성이 아니었는지를 밝히는 것도 검찰의 책무다.
25일 검찰에 소환되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운명도 최 전 위원장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자금줄’로 지목되는 제이엔테크의 이아무개 회장이 박 전 차관의 돈을 세탁해준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이 자금세탁 경로를 집중수사하면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이외에 다른 기업 등에서 받은 불법자금도 속속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차관-제이엔테크-포스코의 유착관계, 정권 주변 인사들의 포스코 이권 챙기기 의혹도 명백히 밝힐 문제다.
 
박 전 차관의 혐의는 단순한 뇌물수수나 이권개입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국무총리실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의 ‘총사령탑’ 의혹은 어떤 면에서는 불법자금 수수보다 더 진실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검찰이 최근 박 전 차관의 집과 선거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한 만큼 민간인 사찰에 대한 그의 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제 더 머뭇거리지 말고 사찰의 몸통 밝히기 수사에 마침표를 찍기 바란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잘 알려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혐의로 국제 재판에 회부된 찰스 테일러(64)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전직 국가 수반이 국제 법정에서 처벌되기는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반인도 범죄에 대한 국제적 대응에 기념비가 되는 결정이다.
 
유엔이 후원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된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은 지난 26일 이웃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발생한 살인, 성폭행, 소년병 이용 등을 도왔다는 11가지 죄목으로 기소된 테일러에게 “(시에라리온 반군의) 범죄를 돕고 사태를 악화시킨 데 대해 유죄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최대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는 형량이 오는 30일 선고되면 영국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전종목 결선 진출도… 역대 최고 종합4위 ‘실력 껑충’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가 월드컵시리즈 출전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는 29일 러시아 펜자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 후프 결선에서 28.050점을 얻어, 알리야 가라예바(28.675점.아제르바이잔), 다리야 드미트리예바(28.525점.러시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금껏 참가한 월드컵시리즈에서 후프 등 종목에서 결선에 진출한 적은 몇차례 있었으나 시상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열린 종목별 결선에서는 볼 24.050점(공동 6위), 곤봉 27.250점(6위), 리본 27.300점(6위)을 받았다.
손연재는 전날(28일) 열린 종목별 예선에서 후프 27.900점, 볼 28.125점, 곤봉 27.675점, 리본 28.500점을 얻어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시리즈에서 4종목 모두 결선에 진출했다. 총점 112.200점으로 개인 종합 순위는 4위. 총점 및 순위 모두 역대 최고 성적이다.
 
손연재는 경기 후 “월드컵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했다. 이어 “후프 종목에서는 욕심을 안 부리고 연습한 만큼만 보여주자고 했는데, 좋은 성적이 나와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연재를 가르치는 옐레나 리표르도바(러시아) 코치는 “매일 이른 오전부터 오후까지 진행되는 훈련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고 칭찬했다. 
경기를 지켜본 대한체조협회 서혜정 국제심판 또한 “지금까지 전 종목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는데, 드디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이렇게만 해 준다면 런던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다음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시리즈(5월5~7일)에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