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경제 ‘호황’은 아직 이르다

● 칼럼 2013. 6. 1. 18:5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경제 분석은 날씨 같은 임의적 요소들을 반영한 한두 개 경제 보고서로 인해 과도하게 흔들릴 때가 있다. 지난 3일 발표된 미국 노동부의 4월 일자리 보고서 이후의 분석들도 그렇다. 노동부 보고서는 4월 일자리 성장률이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업률은 7.5%로 떨어졌고, 2~3월 신규 취업자 수도 종전 발표보다 상향 조정됐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경기 부양책을 축소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노동부 발표를 더 정교하게 분석해 보면 그렇지가 않다. 
노동부의 일자리 보고서 발표와 같은 주에, 상무부는 3월 내구재 수주율이 전달 대비 4.0% 줄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변덕스러운 운송 요소를 제외해도 감소율은 2.0%다.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의 주문은 3월에 0.9%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1월보다 4.0% 낮은 수준이다. 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0.2% 미만으로 올랐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시설투자 요소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상무부는 같은 주, 건설 부문의 위축을 보여주는 자료도 발표했다. 주택 건설의 높은 성장세에도 전체 건설 지출이 3월에 1.7% 떨어졌다. 공공 부문 지출이 4.1%나 감소한 탓이다. 공공 부문은 정부 지출 삭감 탓에 계속 위축될 것이고, 민간 부문 비주택 건설 투자가 계속 줄어드는 것과 더불어 건설도 더욱 악화될 것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11년 4분기 이래 지속적으로 둔화돼 왔다. 1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5%였으나, 이 성장률의 1%는 재고 누적 덕분이었다. 최종 수요의 성장률은 고작 연평균 1.5% 수준이다. 지난해 연평균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8%였다.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실업률이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2.2~2.4%보다 낮다. 국내총생산이 최근 추세에서 크게 오르지 않는 한 실업률의 지속적 감소는 어려워 보인다. 실업률은 오를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보고서들과 다른 경제 지표들을 통해 경제가 의미 있는 확장세에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상외의 선전에도 4월 일자리 보고서는 특별히 긍정적일 게 없다. 
한 달에 내재적인 일자리 증가는 10만개다. 4월 일자리가 16만5000개 늘어난 것은 한 달에 실업자 수가 6만5000명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 수는 여전히 추세 수준에 비해 거의 900만개 적다. 이대로라면 경제가 추세 수준의 일자리를 회복할 때까지 10년 넘게 걸릴 것이다.
 
특히 4월 일자리 수에는 몇몇 중요한 부정적 요소들이 있다. 우선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0.2시간 줄었다. 그 결과 노동부의 주당 총 노동시간은 0.4%까지 감소했다. 경제 회복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큰 감소다. 
또한 실업률이 1.0%포인트 감소한 것은,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비율이 7.4%인 탓이다.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 없이 일을 그만둔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노동시장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4월의 실업률은 2012년 평균보다 낮고 사실상 2011년 4분기 평균보다 낮은데, 이는 퇴직률 덕분이다. 
이런 보고서들이 부정적인 경제 전망을 제시한 반면, 전문가들은 주식과 주택 시장의 강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시장은 성장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주식시장은 자산효과로 이어져 소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올 한 해 이를 확인하게 될 것이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경제 규모에 비해 주식시장이 여전히 2000년 정점 때보다 40% 낮은 상태라는 점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주택시장은 건설 효과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거품 시기 건설 붐은 막대한 공급 과잉을 남겼다. 그 결과 건설은 여전히 보통 수준 이하다. 주택 가격 상승은 자산효과를 통해서 소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걸린다. 
요컨대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급격한 성장과 후퇴는 전문가들의 머릿속에나 있는 것이다. 

< 딘 베이커 -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

 

[사설] 불량 부품으로 가동되는 부실 원전

● 칼럼 2013. 6. 1. 18:4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신고리 원전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에 불합격 판정을 받은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가동중인 원자로를 정지하라고 지시해 올여름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전 불량 부품은 지난해에도 크게 문제돼 관련 기관들이 시스템 정비와 재발 방지를 다짐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끊이질 않으니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은 제어케이블로, 원전 사고 발생시 원자로의 냉각 등 안전계통에 동작 신호를 보내는 장치라고 한다. 원안위에 따르면, 제어케이블 시험의 일부를 해외 시험기관에 의뢰한 국내 시험기관이 이 해외 시험기관에서 발행한 시험 성적서를 위조했다고 한다. 제어케이블이 정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핵연료 냉각 및 외부로의 방사성물질 차단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니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것도 원자력산업계의 비리를 막기 위해 원안위가 운영하는 신문고에 누군가가 제보한 덕이었다. 이 부품이 설치된 게 2008년이라니 5년 동안 까마득히 모르고 가동한 것이다. 뒤늦게나마 알게 됐기에 망정이지 제보가 없었다면 위조 부품이 들어간 원전을 계속 가동할 뻔했다. 지난해 품질 서류 위조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다는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의 검증 시스템에 또 허점이 드러났다.
 
수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원전은 단 하나의 부품이 고장을 일으켜도 연쇄적으로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제어계통의 부품은 원전의 핵심 안전설비 중 하나인데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충격적이다. 지난해에도 영광 원전에서 품질 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드러나 한동안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다. 또 고리 2호기와 영광 1~4호기에 납품된 부품의 시험 성적서가 위조되고 이 과정에서 한수원 직원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먼저 납품된 부품이 몰래 빠져나갔다가 그대로 재납품되기도 하고, 중고 부품이 새 제품으로 둔갑돼 납품되는 등 비리 수법도 다양하다.
한수원이 우월적 지위에서 300개에 이르는 부품 납품업체를 관리하고, 원전 운영을 폐쇄적으로 하다 보니 생기는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납품업체로선 불합격 판정을 극구 피하고 싶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유사 사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불량 부품이 들어갔을 소지는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원전의 가동 정지로 전력 수급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사설] 경찰, 축소에 ‘증거인멸’까지 했나

● 칼럼 2013. 6. 1. 18:47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하고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 게시글이나 댓글을 달아 대선에 개입한 것도 문제지만 경찰이 이를 축소수사하고 증거인멸까지 했다면 사안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경찰의 축소수사 의혹은 경찰 내부에서 먼저 제기됐다. 경찰은 지난해 대선 직전 국정원 직원이 선거에 개입한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는 취지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대선 뒤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경찰 수뇌부가 수사를 축소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수사팀은 하드디스크 분석을 위해 대선 관련 키워드 78개를 제시했지만 서울경찰청은 4개의 키워드만을 분석한 뒤 댓글이 없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청장이 수사 상황을 파악하면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이 김 전 청장을 지난 21일에 이어 25일 다시 불러 조사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경찰이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했다는 의혹도 충격적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소속 한 팀장이 지난 20일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하드디스크에 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한다. 팀장은 검찰에서 윗선 지시는 없었고 단순 실수라고 했다는데 사이버수사대 팀장이 실수로 파일을 지웠다면 누가 믿겠는가. 과거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 때도 직원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다가 들통난 적이 있다. 축소수사도 문제지만 경찰의 조직적 은폐 의혹도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대선 때 투표일을 불과 사흘 앞둔 한밤중에 경찰이 급작스레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는 고개를 갸웃거린 사람이 많았다. 무언가 의도가 있지 않고선 그런 식으로 발표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이 모든 과정의 핵심에 김 전 청장이 있었다는 게 내부의 폭로인데, 만약 사실이라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일이다. 조직적으로 증거인멸까지 이뤄졌다면 경찰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경찰에 대한 해묵은 감정을 가지고 화풀이식 수사를 할 일은 아니다. 국정원과 경찰의 정치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기를 문란케 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검찰은 사명감을 가지고 다시는 권력기관의 정치 개입이 없도록 사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한마당] 분노사회에 답하는 정치

● 칼럼 2013. 6. 1. 18:4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인은 압축성장으로 경제적 기적을 이뤘다는 자부심에 가득 찬 사람들일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여러 해 이곳에 근무하면서 관찰한 모습은 달랐다. 많이 지쳐 있고,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 한 서방 외교관과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사실 그렇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 열심히 뛰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행복도는 그만큼 높아지지 않았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며 끊임없이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에서 전력을 다해 달려왔지만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하기만 하다. 대다수 젊은이에게 괜찮은 일자리는 그림의 떡이고, 취약한 사회안전망은 은퇴자들의 미래를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자신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인간관계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경쟁사회에 밀리고 지친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자신들을 패배자로 만든 사회에 대해, 절망하고 분노한다. 그 절망과 분노는 자살이나 타인에 대한 공격성의 증가로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 10년 사이 자살률은 100% 이상 늘었다. 자살 못지않게 타인에 대한 공격도 늘고 그 양태마저 극단화하고 있다. 얼마 전 온 사회에 충격을 던졌던 묻지마 살인이나 최근 논란의 초점으로 떠오른 일베현상이 단적인 예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란 커뮤니티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해 물의를 빚은 이들은 자신을 스스로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는 우리 사회의 패배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거나 자신보다 더 약한 자를 짓밟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사회가 비판적으로 반응하면 할수록 쾌락이 배가되기에 가학적 언어폭력의 수준을 높여온 것이 논란으로 비화했다. 따라서 이런 일베현상을 일베충의 일탈이나 표현의 자유 문제로만 보는 것은 단견이다. 오히려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할 정도로 심각해진 분노사회의 병리적 현상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을 완화하고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등 제도적 측면의 노력이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고통의 뿌리를 응시하게 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회복하게 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했던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도 지금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일은 내면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라고 했다. 내면의 고통에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비로소 그 고통이 다른 누구 탓이 아니라 무조건 경쟁지상주의를 수용하고 내달려온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고, 같은 고통을 겪는 타인에게도 공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고통이 깊은 만큼 우리 사회의 치유에 대한 갈망도 높아지고 있다. 힐링(치유)이란 문패를 단 프로그램이나 책이 상한가를 치고 틱낫한의 강연에 수만명이 모여든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갈망에 응답한 것은 종교단체 등 민간부문이었다. 또 그런 프로그램이나 책이 제도적 측면의 대책보다 당장의 고통을 회피하는 당의정만 제공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정치의 목표가 국민의 행복 증진이라면, 이렇게 분노와 고통이 팽배한 사회를 치유하는 일이야말로 정치의 일감이다. 상처받는 이들을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분노의 내면을 응시할 힘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가 6월부터 힐링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반가운 까닭이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이름의 프로그램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정혜신 박사가 중심이 돼 치유활동가 500명을 양성하고 그 500명이 연말까지 서울시민 1만명을 치유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 계획이 흥미로운 점은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 치유를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 치유활동가가 돼 다른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공감 네트워크’로 확장해 나간다는 데 있다. 단순히 자기최면적인 힐링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새로운 정치의 모형을 제공하게 될지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 권태선 한겨레신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