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규모 대학 강당서 축소 개최, 시상식 뒤 열리는 연찬은 취소

 

노벨상 메달 앞면.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벨재단은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매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던 전통적인 노벨상 시상식을 올해는 취소하고 TV 중계 시상식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노벨재단은 수상자들이 각기 자국 내 스웨덴 대사관이나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에서 상을 받게 되며 이는 TV로 중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스톡홀름에서 열리던 노벨상 시상식이 취소된 것은 1944년 이래 처음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1901년부터 수여된 노벨상은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문학상 수상자를 매년 10월에 발표하고, 12월에 시상식과 연 연합뉴스회를 한다. 올해 노벨상수상자는 10512일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노벨재단은 지난 7월 코로나19로 인해 전통적으로 12월에 열리는 연회를 취소한다고 밝히면서 시상식은 "새로운 방식"으로 열릴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매년 12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리던 연회는 1956년 구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대한 항의로 취소된 이래 64년만에 처음으로 취소되는 것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하는 노벨평화상의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인해 규모가 축소돼 별도로 진행된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이같이 밝히고 전통적으로 매년 1210일 오슬로 시청에서 진행하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올해는 오슬로 대학 강당에서 연다고 밝혔다. 오슬로 시청은 1천여명을 맞을 수 있는 규모지만, 오슬로 대학은 100명 정도가 참석할 수 있다. 보통 시상식 날 저녁 열리는 연회는 취소됐다.

또 올해 수상자가 직접 상을 받으러 오슬로로 올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이에따라 노벨위원회는 온라인 시상식을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

 

북한이 공해상에서 정유제품을 환적하는 방식으로 유엔 제재를 우회해 지난 6개월간 최대 100만배럴까지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여전히 선박 대 선박 방식의 거래로 유엔이 결의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전문가 패널은 대형 외국 유조선이 직접 북한으로 정유제품을 운송하면서, 북한이 이미 지난 5월에 안보리 결의가 설정한 연간 수입 상한선인 50만배럴을 초과했다는 다수 회원국의 평가도 실었다. 패널은 북한이 6개월간 많게는 100만배럴을 수입했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아마도 지난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서 탄도미사일 탄두로 장착이 가능한 소형화된 핵무기를 개발했을 수 있다는 회원국의 평가도 함께 실었다. 또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실험용 경수로 건설 및 우라늄 광산 개발 활동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위성 사진 등을 분석해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목격되는 여러 활동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추가적인 발사 시험과 관련될 수 있다고도 썼다.

전문가 패널은 유엔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석탄 수출도 북한이 계속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봉쇄의 여파로 1월 말부터 3월까지 뜸했던 석탄 수출 활동을 북한이 3월 말부터 재개하면서 거래가 전년도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파악한 것이다. 주요 거래 경로로는 중국 닝보 저우산항을 지목했다. 북한의 노동자 송출과 관련해서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에서 포착되는 북한 정보기술(IT) 분야 노동자의 활동을 지적하며 해당 국가들에 질의를 보낸 상황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유엔 회원국 정부 관료나 전문가 패널 대상 사이버해킹 등을 시도하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대북제재 이행 현황을 살핀 이번 보고서에는 우리나라와 관련한 위반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김지은 기자 >


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한반도 화해·번영에 힘 모아달라"

···· 몽골 참여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영상 제안

트럼프, 북한문제 언급 안해시진핑 코로나 정치화 말라

 


문재인 대통령은 22"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서 영상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비핵화 대화 및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고리로 북한을 대화의 장에 다시금 이끌어내 멈춰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다시 확보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견인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방안으로 남북미 정상의 종전선언 가능성을 고려해왔다.

다만 북미대화에서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로 거론돼온 만큼 '한반도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라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며 종전선언에 대한 유엔 및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아직 미완성 상태에 있고, 희망 가득했던 변화도 중단됐으나 한국은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남북대화 의지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을 포함해 중국,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제안한 남북 방역협력을 다자 틀로 확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협력의 단초로 방역협력을 언급해 왔지만, 북한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라며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엔의 새로운 역할로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함께 자유를 누리며 번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치료제의 공평한 접근권 연대·협력의 다자주의 및 규범에 입각한 자유무역질서 강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 등을 관련 과제로 꼽고,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남북대화 교착 돌파구 모색임기 후반 절박함 담겨

'핵심쟁점' 비핵화 해법 없이 한계방역협력체 제안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22일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다.

남북대화와 북미협상 모두 장기 교착에 빠져든 가운데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살려내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다만 비핵화 협상이 공전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냉정한 분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종전선언으로 돌파구 찾기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단초될까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그 시작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북미협상이 멈춰선 시기에 문 대통령이 다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연설문에 이를 반영한 것은 지금이야말로 북한을 움직일 과감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의 임기도 후반부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나 11월 미국 대선 이후 국제정세가 한층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더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도 감지된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여정을 위한 '입구'라는 인식을 내비쳐 왔다.

대화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는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에 대화의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오랜 기간 대화가 중단된 지금 상황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엿보인다.

아울러 종전선언 카드가 북미협상의 급진전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한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도 읽을 수 있다.

비핵화 방법론 북미 간극 그대로"종전선언 여전히 험로"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종전선언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대한 '상응조치'로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북미협상이 멈춰선 가운데 미국이 종전선언에 동의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을 좁히지 않고는 종전선언까지 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북아 방역협력체코로나 시대 남북대화 실마리 될까

이날 연설에서는 종전선언 외에도 남북과 중국, 일본, 몽골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이 역시 북한을 국제무대로 나오도록 유도해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생각이 담긴 제안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새로운 위협 속에 방역·보건 협력은 남북 모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동북아라는 지역 기반 다자협력체계에 북한을 편입시킬 경우 문 대통령이 올해 들어 계속 강조한 대로 '북미 협상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을 하는' 구조를 탄탄히 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트럼프, 네번째 유엔총회 연설처음으로 북한 언급 안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UN) 75주년 기념 고위급회의에 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재임중 4번째 유엔총회 연설에 나섰지만 처음으로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7분가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환경, 경제, 외교 정책 등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유엔총회 연설은 취임 후 4번째로, 지난 3년간 연설 때마다 북한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20179월 유엔총회 연설 때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칭하면서 "완전한 파괴"를 언급, 대북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후인 20189월 유엔총회 연설 때에는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또 지난해 연설에서는 북한이 엄청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김정은 북한 위원장에게 말해줬다는 사실을 상기한 뒤 잠재력 실현을 위해 북한은 비핵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상연설 전 발언을 통해 북한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두려움 없는 비전이 괄목한 발전을 보여줬다며 북미 간 첫 정상회담, 북한 억류 미국인들의 송환, 북한의 핵·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 중단 등을 성과로 꼽았다. 연합뉴스

 

시진핑, 유엔총회서 연설코로나 사태를 정치화해선 안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UN) 75주년 기념 고위급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정치화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대처를 위해 각국이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지만 '코로나19 정치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언급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보다 앞 순서에 공개된 화상 연설에서도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비해 시 주석은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WHO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주장했다.

시 주석은 또 일방주의 대신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 협력을 주장했다. 연합뉴스


질병청 일부 물량 높은 온도 유통 가능성 제기

미숙한 유통업체 상온에 노출최악 땐 대량 폐기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일부가 적정 수준보다 높은 온도에서 유통된 것으로 파악돼 무료 예방접종이 22일부터 일시 중단된다.

질병관리청(질병청)21일 밤 “22일부터 예방접종을 시작하려고 준비한 (물량 가운데) 13~18(중고생) 대상 백신에서 유통 과정상 문제가 발견됐다품질 검증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전체 (무료접종) 대상자의 예방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22일에는 중고생과 함께 만 7~12(초등학생), 임신부를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질병청은 지난 8일 시작된 2회 접종 어린이 대상자(생후 6개월~6)용 백신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검증 차원에서 모든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질병청은 조달 도매상 1곳이 공급하는 백신이 적정 온도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유통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청 관계자는 도매상 한 곳이 전체 물량을 다 공급하지 못해 하청업체와 함께 유통을 하는데, 일부 물량이 2~8도 이상의 상태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확인 중이라며 전반적인 유통 구조를 전부 살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일주일 안에 품질 시험 검사를 마친 뒤 문제가 없으면 예방접종을 재개할 계획이다. 시험 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시한다. 다음 달 13일 시작되는 어르신 대상 백신은 아직 질병청으로 공급되기 전이라 시험검사 대상이 아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예방접종 중단으로 참여의료기관과 대상자에게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안내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라며 현재까지 백신 접종자의 이상반응이 신고된 사례는 없지만, 모니터링을 더욱 철저히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독감 백신, 유통중 냉장 온도 부적절해 조사 중검증 2주 걸려

22일 무료접종이 전면 중단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과 관련해 방역당국이 생산상의 문제는 아니다. 유통 과정에서 냉장 온도 유지 등의 부적절 사례가 어제 오후에 신고돼, 안전을 확인할 때까지 접종을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어 조달 계약을 맺은 도매상 1곳이 총괄해 의료기관에 1259만 도즈(1회 접종분)를 공급하는데, 이미 유통된 500만 도즈 가운데 일부 지역 물량이 지역별 재배분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500만 도즈는 아직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13~18살용 백신이다. 방역당국은 현재 신고 내용과 업체의 진술만으로는 상온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와 안전성 검증에는 2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본부장은 폐기 여부나, 규모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품질을 검증한 뒤 순차적으로 접종을 재개하겠다. 공급 상황을 파악해 의료기관이 자체 확보한 물량부터 먼저 접종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료 접종에 사용하는 백신은 각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도매업체로부터 구매하는 것으로 이번 유통 문제와 관련이 없어, 접종이 계속된다. < 최하얀 기자 >

13~18살 대상 정부조달 물량 일부 배송 중 적정온도보다 높은 곳에 둬

500만명분 배송돼 정부 품질 검사 폐기 결론 땐 무료접종 차질 불가피

올해 조달 4차례 유찰로 일정 지연신성약품미숙·준비 부족 가능성

 

22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한 대형병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연기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초유의 독감 백신 무료접종 중단 사태는, 국가 조달 백신을 의료기관으로 배송하던 민간 위탁업체가 백신을 차에서 차로 옮기던 중 일부를 상온에 노출시켰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백신 조달·공급을 총괄한 업체는 올해 이 사업에 처음 뛰어든 의약품 도매 중소기업 신성약품이다. 신성약품의 미숙한 유통 관리와, 최종 공급까지 여러 단계·업체를 거치는 복잡한 유통 구조 등이 이번 사태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2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유통상 문제가 발견된 백신은 22일부터 국가 예방접종(무료접종)을 시작하려고 준비한 만 13~18살 아동 대상 정부조달 계약 물량 중 일부라며 “(냉장)차량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은 2~8의 냉장유통이 기본인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신성약품이 지역 의료기관에 공급할 백신을 운송 트럭으로 옮겨 싣는 도중에, 차 문을 열어놓는 등 적정 온도보다 높은 환경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은 전날 오후 이런 내용의 신고와, 신고 내용을 뒷받침하는 사진·영상을 제보받고 신성약품의 백신 공급을 즉각 중단하는 한편, 무료접종 전체 일정을 중지했다. 신성약품이 조달·공급하기로 한 물량은 1259만 도스(1회분), 이 가운데 만 13~18살 무료접종에 쓰일 예정인 약 500만 도스가 전날까지 배송됐다. 그런데도 무료접종 전체 일정을 중단한 것은 신성약품이 이미 공급한 약 500만 도스와 앞으로 공급할 약 700만 도스가 현장에서 혼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다.

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7월 내놓은 백신 보관 및 수송관리 가이드라인백신 콜드체인(냉장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조·수입 업체에서 생산·수입된 백신을 유통업체를 거쳐 접종이 이뤄질 때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사고가 난 것은 신성약품의 미숙함 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매년 독감 백신 공급 과정을 봤지만, 이런 일은 없었다올해는 백신 조달 입찰이 정부와 제약사 간 단가 줄다리기로 네차례나 유찰됐고, 그 결과 대규모 물량 조달·공급을 처음 하는 업체가 일을 맡게 돼 사달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잡한 백신 유통과 수송 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백신 무료접종은 국가가 책임지는 사업인데도, 민간 조달업체가 대규모 물량을 조달하고, 조달업체는 여러 배송업체에 수송을 맡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중간 유통 과정에 뛰어드는 도매상들이 난립해 있고, 일부 도매업체는 콜드체인에 대한 투자나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유통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부처는 백신 유통 과정의 문제를 조사할 예정이다.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 생백신이 아닌 사백신’(바이러스를 죽여 불활성화한 백신)인 까닭에 짧은 시간만 상온에 노출됐다면 품질 이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노출됐느냐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상온 노출 시간이 길었다면 백신의 효과가 낮아지고, 심한 경우엔 접종 뒤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폐기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청장은 상온 노출 가능 기간 등은 조사해 확인할 예정이라며 유통 과정 조사와 품질시험을 먼저 해봐야 해서 (폐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질병청과 식약처는 길게는 2주가량 500만 도스에 대한 품질검사를 한 뒤 순차적으로 접종을 재개할 예정이다. 정은경 청장은 “(국가조달이 아닌) 의료기관이 자체 확보한 물량은 먼저 접종을 재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어느 정도 검사가 진행되면 (2) 전이라도 (접종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 제조사가 아직 공급하지 않고 갖고 있는 물량도 있어, 그 물량을 먼저 공급하고 나머지는 유통 조사와 품질검사를 한 뒤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품질검사 결과 폐기로 결론이 나면 올해 무료접종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백신을 새로 생산하는 데 5~6개월 걸린다며 야당의 전국민 무료접종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거듭 설명한 바 있다. 현재 정부가 확보한 백신 여유 물량은 전체 무료접종 대상인 1900만명의 1.8%(342천여명분)에 그친다.

한편, 신성약품 관계자는 위탁 배송업체 직원들이 대형 냉동차에서 배달용 차량으로 백신을 옮기는 과정에 일부 배송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을 경쟁업체가 음해성 제보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상온 노출 시간이나 분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23일까지 식약처에 개선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하얀 권지담 홍석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