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살포를 폭로한 고승덕 의원이 검찰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회견하고 있다.
국회의장 연루‥ 재창당론 부상, 총선 앞서 패닉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폭로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정당판을 뒤흔들 대형 뇌관으로 번질 조짐이다. 현직 국회의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고 의원이 돈봉투의 전달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동료 의원에게 지목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 홍준표 전 대표와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조직선거로 치러졌다고 주장,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유롭지 않다는 반격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중심의 쇄신파와 친이계는 ‘재창당’을 집단적으로 요구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커질 조짐도 보인다. 재창당은 한나라당의 해산을 전제한 것이다. 총선을 석달 앞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재창당론이 끊이지 않는 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파장이 ‘확장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승덕 의원이 돈봉투를 건넨 사람의 가방엔 또다른 돈봉투가 가득했다고 폭로하면서 의원들의 총선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 또다른 ‘관련자’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 수 있고 당은 그때마다 당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공공연한 비밀’로, 알면서도 감춰왔던 정당정치의 치부가 동료의원의 내부 고발로 폭로되면서 공황상태에 빠졌다. ‘금권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유력한 대선 주자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서도) 아주 힘든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서 어느 정도 밝혀지면 당이 사과하는 등 그때그때 단호하게 대처해 과거의 낡은 정치와 결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희태 국회의장 쪽은 물론 당시 전당대회 캠프 실무자 등과 신속하게 선을 그으며 당으로 옮겨올 ‘충격파’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석달 뒤로 다가온 총선에 신경이 곤두선 의원들은 그야말로 공포에 휩싸였다.
장제원 의원은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며 “국민들은 사실 관계를 원하는 게 아니라, 이걸로 바로 인식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끝났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이 굿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역 유권자들이 비꼰다. 한표 두표 모으면 뭐하냐.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
와중에 재창당 논란이 공천권과 물갈이 논란으로 번질 경우 ‘분당’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영남의 한 의원은 “인적 청산 없는 재창당은 무의미하다. 함께 갈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며 “재창당 땐 결국 보수 분열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공천쇄신을 추진하는 박근혜 비대위에 반대하기 위한 목적의 재창당으로, 분당까지 된다면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돈봉투 파문’ 불똥이 민주통합당에까지 튀었다. 영남 출신의 한 중진은 “대구의 한 전직 원외지구당 위원장이 전당대회 예비경선(지난해 12월26일) 이전에 특정 후보의 돈을 받아 대구 지역의 대의원들에게 뿌렸다는 말을 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로 드러나면 민주당도 한순간에 불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 새롭게 거듭나려 통합했다는 정당에서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구태가 확인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민참여 선거단으로 64만여명이 참여한 상황에서, 이들의 참여 열기가 한순간에 분노로 폭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