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킹엄궁 “왕실 칭호와 군대 직함 여왕에게 반환”

 

영국의 앤드루 왕자가 2021년 4월 17일 아버지 필립 공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영국의 앤드루(61) 왕자가 13일(현지시각) 군대 직함과 왕실의 후원을 박탈당했다.

 

버킹엄 궁은 이날 성명을 내어 “여왕의 승인과 동의를 받아, 요크 공작의 군사 칭호와 왕실 후원이 여왕에게 반환됐다”고 밝혔다. 요크 공작은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를 가리킨다. 영국 왕실의 이런 결정은 그가 성폭행 의혹으로 미국 법원에서 민사 재판을 받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버킹엄 궁은 또 “요크 공작이 공식 임무를 계속 수행하지 않을 것이며 일반 시민으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는 앞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하’(His Royal Highness)란 호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반환된 앤드루 왕자의 역할은 왕실의 다른 이들에게 분배될 것이라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앤드루 왕자는 2001년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당시 열일곱이던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를 성폭행한 혐의로 민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엡스타인은 2009년 주프레에게 50만달러(6억원)을 주고 합의했다. 주프레는 지난해 8월 앤드루 왕자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혐의를 강력히 부인해온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주프레의 합의문에 ‘잠재적으로 피고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개인과 단체’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조항이 있다며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은 앤드루 왕자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자, 이날 영국 군출신 인사 150여명은 앤드루 왕자의 군대 직함을 박탈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보냈다. 앤드루 왕자는 영국 해군에서 22년을 복무했으며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는 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그는 지금도 영국 근위보병연대 대령을 포함한 여러 군대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하원의 국방특위원장 토비어스 엘우드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라며 “앤드루 왕자가 저지른 문제가 그가 몸담았던 군대로 넘어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앤드루 왕자는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뒤 2019년 이미 여왕과 상의를 거쳐 왕실 일원으로서 모든 공식 임무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듬해 딸인 베아트리스 공주가 결혼할 때 공식 결혼사진에서도 빠졌다.

 

이번 결정은 왕실 내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된 뒤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 언론담당 비서를 지낸 디키 아비터는 “여왕이 매우 슬퍼하고 있겠지만 실용적인 사람이기도 하다”며 “이건 왕실의 이해 보호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2013년 이후 9개년 모두 역대 10위권

해수면 상승 원인 해양 열용량은 1위

 

그리스 수도 아테네 북부 아피드네스에서 지난해 8월6일 소방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 당국은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과 강한 바람을 타고 그리스 전역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최고 등급의 산불 경보를 발령했다. 연합뉴스

 

2021년은 역사상 여섯번째로 ‘더운 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인구의 4분의 1가량은 역대 가장 뜨거운 해를 경험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노아)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NCEI)는 14일(한국시각) “2021년의 세계 연평균기온이 1880년 관측 시작 이래 142년 동안 여섯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또 미국 비영리 환경과학단체인 버클리 어스는 “지난해 25개 국가에서 역대 연평균기온 최고 기록이 세워져 18억명이 가장 더운 해를 겪었다”고 밝혔다.

 

                    자료=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2005년도 2013년과 동률로 10위이다.

 

지난해 세계 지표면과 해수면 평균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84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1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구는 1977년 이래 45년 동안 연속으로 20세기 평균보다 높은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또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 10개 해에서 9위인 2010년을 빼면 나머지는 2013년 이후 연도가 모두 차지했다.

 

북반구 평균기온은 역대 6위이지만 육지만 놓고 보면 2016년과 2020년 다음으로 역대 3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지난해 세계 연평균기온을 노아와 마찬가지로 역대 6위로 분석했으며,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CCS)는 역대 5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세계 연평균기온은 1977년 이래 20세기 평균보다 높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제공

 

해양 상층부에 저장된 열량인 해양열용량은 기존 기록인 2020년을 넘어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해양열용량 또한 역대 7위가 모두 2015년 이후 세워졌다. 해양열용량은 해수면 상승의 요인이다.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DC)는 지난해 북극 해빙 면적이 1979년 관측 이래 9번째로 작았다고 밝혔다. 해빙 면적 역시 2015년 이래 최근 7년이 역대 가장 작은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한편 우리나라의 지난해 연평균기온은 1973년 이래 2016년에 이어 역대 2위로 기록됐다. 이근영 기자

중국인 여성 변호사 의회에서 의원 등 정치인과 교류 경고

 

통상 ‘빅벤’으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타워의 모습. 지난 13일 촬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의 방첩·보안기관이 13일 의회에 중국 스파이 활동 경계령을 내렸다. 방첩기관의 이례적인 경고에 영국 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영국 국내정보국(MI5)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인 여성 변호사 크리스틴 리가 영국 의회에서 의원 등 정치인과 교류하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경고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국내정보국에 따르면, 그는 2014년 말 세운 법률회사 ‘크리스티 리 앤드 코’를 통해 중국과 홍콩의 외국인에서 나오는 자금으로 정치인들에게 70만파운드(11억원) 이상 기부했다.

 

특히 노동당 배리 가디너 의원은 5년 동안 42만파운드(6억8천만원)를 받았다. 또 리의 아들은 가디너 의원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나중에 일정 관리자로 채용됐다. 이에 대해 가디너 의원은 여러 해 동안 리의 활동에 대해 국내정보국에 알려왔으며 리의 기부금은 의회의 연구 조사에 쓰였다고 해명했다. 또 리의 아들은 의원실 일을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에드 데이비도 연립정부 장관 시절 5천파운드(814만원)를 기부받았다. 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가 2013년 받은 기부금에 대해 우려할 만한 일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내정보국의 리에 대한 경계령은 그가 기밀 탈취와 같은 간첩 활동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비밀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내정보국이 특정 개인에 대해 경계령을 내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비비시>는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과거 러시아가 의회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이제 중국이 가장 큰 우려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리는 의원들과의 교류 활동에 대해 “영국의 중국인을 대변하고 다양성을 증가하는” 역할을 했다고 항변했다고 국내정보국은 밝혔다. 그러나 국내정보국은 리의 활동이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부’와 비밀스러운 협력하에 수행됐으며 중국과 홍콩의 외국인들에게 자금지원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부는 영국 정치환경을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영향력 있는 인사와의 관계를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정보국은 리가 영국의 정치권 전반에 걸쳐 광범한 인사와 연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수 기자

6 대 3 결정으로 정부 조처 무효화

“코로나는 가정, 학교 등 모든 곳에”

정부 지원 의료시설에는 의무화 유지

바이든 “기업들, 의무화 동참하길”

 

워싱턴에 있는 미국 연방대법원. 로이터 연합뉴스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조처가 연방대법원에서 가로막혔다. 다만 정부 지원이 들어가는 의료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백신 의무화는 유지됐다.

 

대법원은 이날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지난해 11월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 종사자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미접종시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마스크를 쓰도록 한 조처를 대법관 6 대 3의 의견으로 무효화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모두 반대했다.

 

다수 대법관들은 정부의 이같은 백신 의무화 조처가 과도하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특히 코로나19가 직장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대법관들은 “코로나19는 가정, 학교, 스포츠 행사,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곳에서 퍼진다”며 “코로나19가 많은 직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이긴 하지만, 그것은 대개 직업재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코로나19라는 “중대한 위험”은 여럿이 함께 쓰는 실내 공간에서 더욱 높아진다고 반박했으나, 소수 의견에 그쳤다.

 

하급심들에 이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부의 행정 권한으로 백신 접종을 최대한 늘리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좌절됐다. 미국에서 100인 이상 사업장에 종사하는 이들은 약 8000만명으로 추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결정 뒤 성명을 내어 “대법원이 결정했다고 해서 미국인들의 건강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주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대통령이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00인 이상 기업들 가운데 3분의 1이 백신 의무화에 동참했다면서, “기업 지도자들이 당장 여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