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근간 새롭게 할 대의 세웠다

● COREA 2017. 3. 20. 19:54 Posted by SisaHan

어리석은 권력자 쫓아낸 위대한 국민들의 의로운 열정,
나라 근간 새롭게 할 대의 세웠다


어리석고 무도한 대통령은 결국 권좌에서 쫓겨났다. 사필귀정. 국민을 업신여기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나라의 근본을 뒤흔든 죄업에 대한 당연한 인과응보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썩고 병든 가지는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싹이 돋아나려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의 외적 형식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지만, 실제적 내용은 상식과 순리의 승리다. 이것은 좌우의 문제도,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이념과 계급의 문제도 아니다. 겨우내 광장에 타오른 촛불은 ‘법치와 민주’를 향한 타는 목마름이었고, 헌재는 ‘전원일치 찬성 파면’으로 이에 응답했다.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이며 “대통령 파면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헌재의 결정은 간결하면서 정곡을 찌른다. 촛불이 흘린 눈물은 불의한 권력에 의해 더럽혀진 세상을 정화했고, 불꽃에 깃든 생명력은 나라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려 힘차게 꿈틀대고 있다.

법치주의는 통치자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데서 시작한다. 헌법의 헌(憲)은 누구도 사회 구성원에게 해로운 일(害)을 하지 못하도록 눈(目)과 마음(心)으로 철저히 감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합리적 법의 지배 대신 권력자의 제멋대로 지배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방약무인한 자의적 통치에 쐐기를 박고 국가에 해악을 끼친 최고권력자를 엄히 징치함으로써 법치주의의 대의를 다시 우뚝 세웠다.
 
대통령의 파면은 국민에게 수치이자 자랑이다. 조작된 신화와 허상에 속아 오만무도한 자격미달자를 국가 최고지도자로 뽑은 것은 돌이키기 힘든 실수였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잘못을 스스로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위대한 저력을 발휘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옛 선현의 말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켰다. 2017년 3월10일은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시민혁명의 값진 승리의 날로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 ‘실낙원’의 슬픔을 되새기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4년의 세월 그에게 청와대는 마음껏 활개 치고 즐기는 낙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게는 지옥이었다. 경제는 바닥으로 주저앉았고, 민생은 파탄 나고, 한국은 국제사회의 동네북 신세가 됐다. 온 나라를 둘러봐도 어디 한군데 온전한 곳이 없다. 무능한 권력자가 쫓겨나며 남긴 갖가지 불행한 유산은 고스란히 국민의 어깨 위에 무거운 짐으로 남았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반성과 참회를 하지 않는다. 헌재의 파면 결정에 불복하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버티고 있다.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있다면 헌재 결정 직후에 곧바로 겸허히 승복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어야 옳았다. 권좌에서 쫓겨난 그 앞에는 검찰 수사 등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탄핵 반대자들의 극렬시위는 자신을 보호할 좋은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여길 법도 하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행보를 보면 나라야 결딴나든 말든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몰염치와 꼼수의 연속이었다. ‘헌재 결정 승복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는 명제쯤은 쉽게 걷어찰 수 있는 사람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꼼수를 쓴다고 법의 엄중한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이제 광기의 탁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탄핵 반대는 불빛을 향해 부질없이 달려가는 여름 벌레에 불과했음이 헌재 결정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헛된 미망과 맹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태극기를 욕보이는 행위는 나라의 불행이자 본인들의 불행이다.
헌재는 단지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만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그 안에는 담겨 있다. 헌재 결정은 탄핵 열차의 종착역이자 새로운 도전을 향한 출발역이다.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는 일은 단지 법치주의의 확립, 최고권력자의 절제 등에 그치지 않는다. ‘헬조선’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불평등, 사회 곳곳에서 난무하는 반칙과 특권, 정·관·재계의 강고한 기득권 체계 등 그동안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인 적폐 청산이 그것이다.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5월 ‘벚꽃 대선’의 역사적 의미 역시 자명하다. 봄의 밝은 기운을 맞아 낡고 병든 가지를 모두 쳐내고 새로운 싹을 움트게 하는 중차대한 과정이다. 그 새로운 싹이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416국민조사위, 대통령기록물 공개 유지 촉구
“유출·폐기 못하게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라”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국민조사위)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청와대의 세월호 관련 자료 폐기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의 대통령 기록물 지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국민조사위)가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기록물의 불법 유출과 무단 폐기를 막고 온전하고 조속하게 대통령기록관로 이관하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낱낱히 밝혀내고 참사 당시 대통령에 대한 미비한 보고 및 지시사항을 반면교사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논란이 된 지난해 9월 이후 문서파쇄기를 26대 구입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면서, 당일 출입기록 등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규명할 자료 등도 폐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또한 검찰 수사 등이 이뤄지기 전에 황 권한대행이 청와대 자료를 비공개로 지정해 짧게는 15년 길게는 30년간 봉인시켜 진실 규명의 가능성을 봉쇄해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결정 후 나흘만인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이관작업을 시작했다. 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비공개로 지정하면 15~30년 동안 공개되지 못한다. 예외적으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을 때, 관할 고법원장이 해당 기록이 중요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에는 공개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을 밝힐 증거기록이 대통령지정기록으로 지정될 경우 당장 검찰 수사가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날 국민조사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줄 증거자료의 불법유출·무단 폐기 등을 막고 주요 기록물들이 온전히 이관하는 계획 등이 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질의서를 황 권한대행 쪽에 우편으로 발송했다.
<박수지 기자>


[1500자 칼럼] 사드 뒤에 숨는 세력들

● 칼럼 2017. 3. 14. 19:22 Posted by SisaHan

2017년 3월6일 늦은 밤 미군 오산비행장에 사드포대 일부가 도착했다. 사드 미사일 발사대가 수송기에서 하역되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정말 왔구나. 이렇게 전격적으로 강행할 수도 있구나. 눈앞이 캄캄하다.
사드 배치가 현실화된 지금, 중국의 한국 제재는 더욱 거칠어질 것이다. 중국 인민들의 분노가 향할 곳이 평양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대(對)행정부, 그러니까 탄핵받은 정부는 오로지 사드만이 마법의 방패인 것처럼 대한민국의 외교안보환경을 사드에 올인했다.
당신들이 그럴 자격이 있는가? 적폐의 중심에 있는 보수정당의 대선후보들은 오산에 도착한 사드를 쌍수 들고 환영한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는 야당 대선주자들의 안보관이 의심스럽다며 그 지겨운 색깔론을 들이댄다. 분명, 사고는 북한이 치고 있는데, 제재는 우리가 받는 이 상황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 것도, 동맹 간의 약속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사드 전개는 다가 올 소중한 대선을 “사드 대선”으로 왜곡할 것이다.


안보만큼은 자신있다던 보수정부는 북핵문제를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 한-미 동맹만 강조했건만, 강화된 동맹은 북한의 핵개발 신념을 꺾지 못했다. 보수세력은 “사드만이 유일한 안보”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악화된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제보복에 따른 피해가 있다고 해서 사드 문제를 중국이 요구하는 대로 무기한 연장하거나 다음 정부로 연기할 수는 없다”고 한다.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26%에 다다른다는 것은 외면한다. 더욱 힘들어질 경제 상황이지만 국민들에게 단호함만 요구한다.
청년 일자리, 경제성장, 사회복지에 대한 대책은 없고, 오직 사드 배치, 한-미 동맹만 주술처럼 외워댄다. “사드만 안보” 이면에는 이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혁신적 아이디어가 결핍되어 있다. 지금은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아야 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대북 제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것인가를 중국과 머리 맞대고 협력해야 할 때다.
이렇게 황당한 상황으로까지 한국의 안보를 악화시킨 보수의 안보관, 이들의 치명적 한계는 동맹의 이익과 대한민국의 이익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단순히 대한민국 영토에 주한미군이 하나 더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드 배치를 철회해서 중국에 머리를 숙이자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북핵을 머리에 짊어지고 살자는 것도 아니다. 진중히 사드 배치의 손익을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북핵문제와 한반도의 고질적 안보불안을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지난 대선에 북방한계선(NLL) 논쟁으로 재미를 보았던 보수세력이 임박한 대선을 “사드 대선”으로 만들게 놓아둘 것인가? 사드 뒤에 숨어서 안보적폐세력이 진정한 안보세력인 양 행세하는 것을 좌시할 것인가?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누가 한-미 동맹을 깨려 할 것이며, 이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바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미-중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하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가 완료되면, 우리의 의도나 국익과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안위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형국에 좌지우지될 것이다. 북한의 평화적 비핵화와 한국의 멈춰버린 성장을 회복할 가능성도 다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국익은 사라지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앞으로의 대선은 과연 어떤 안보정책이 대한민국에 가장 이익이 되는가를 결정하는 대선이지, 사드 대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 최종건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칼럼] 임대업자의 나라

● 칼럼 2017. 3. 14. 19:21 Posted by SisaHan

피고인 최서원, 사람들이 아는 이름으로는 최순실. 검찰과 특검이 작성한 조서와 공소장에 기재된 그의 직업은 임대업이다.
최순실은 지난해 12월19일 첫 공판에서 “직업이 임대업이냐”고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 일가가 소유한 땅과 빌딩이 178건 2230억원(신고가)에 달한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최순실 소유로 확인한 것은 228억원어치(36건)다.


61살인 그가 언제부터 임대업자, 건물주로 살아왔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부터 이미 부동산 자산을 굴려왔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6월17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해호씨가 의혹을 제기했다가 호되게 당한 그 내용이다.
“최순실이 당시에도 어마어마한 부동산을 소유한 배경을 검증해 주길 바란다. 최순실은 압구정동 중심 상가지역에 수백평대의 토지와 건물을 소유했다. 당시 20대 후반으로 자금 출처 및 각종 부동산 취득 경위가 의심스럽다. 최순실의 다른 자매들 재산 역시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위에서는 당연히 최태민이 빼돌린 각종 기금 및 공금이라고 생각했다. 재산 형성 배경과 박근혜와의 관련성을 검증해 주길 바란다.”
10년 전 검찰 수사 자료를 찾아보니 김씨의 구속영장에 적힌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와 공소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부정행위를 하여 재산을 형성하였다거나 최순실 등의 재산이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재산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거나 적어도 그렇게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 자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연히 확인되지 아니한 사실을 적시하여 대통령선거 후보예정자인 박근혜를 비방함과 동시에 피해자 박근혜, 최순실의 명예를 훼손하고…”.


부동산 공약·정책을 쏟아냈던 박 대통령은 정작 ‘내집 마련’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아버지 덕에 장기거주하던 청와대는 10·26 뒤 전두환에게 내준다. 전두환은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에게 박 대통령이 머물 집을 지어주라고 지시한다. 첫번째 ‘내집’인 서울 성북동 집이다. 검찰은 김해호씨 수사 때 이 내용이 1984년 국가안전기획부가 직접 조사한 내용임을 확인했다.
성북동에서 장충동을 거쳐 1990년 삼성동으로 이사한 지 27년 만에 박영수 특검팀은 최순실과 그의 모친, 그러니까 최태민의 부인이 박 대통령의 삼성동 42-6번지 집을 계약하고 집값까지 치른 사실을 밝혀냈다.
박 대통령 변호인은 “장충동 집을 판 돈으로 삼성동 집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거저 얻은 성북동 집이 장충동 집의 종잣돈이 됐거나, 집값은 그렇다 치고 삼성동 집을 직접 알아보고 계약한 장본인이 박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은 반박하지 못했다. 초등생도 장래희망으로 꼽곤 한다는 임대업자를 40년 지기로 뒀으니 굳이 고생할 필요가 없었을지 모른다.


국정농단의 주역이 번듯한 생활인이라면 썩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임대업자가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는 없다. 다만 수십년 동안 대통령 옷까지 대신 사서 입혀주려면 ‘나인 투 식스’에 야근까지 하는 생활인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 주변 건물 10곳 중 4곳이 상속·증여되는, 임대업을 가업으로 대물림하는 나라.
김해호씨는 10년 전 박 대통령을 향해 “최태민과 그 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난 4년, 우리는 정말 ‘임대업자의 나라’에 살았던 것이다.

< 김남일 - 한겨레신문 정치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