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날 알리바이 명확했던 김건희와 김태효 행적 추적
비마이카는 명백한 특검 대상, 법원의 수상한 영장기각

 
 
 
[논썰] “김건희-노상원 비화폰 통화”, 김태효는 HID와 무슨 일을? 한겨레TV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다시 구속됐고, 박정훈 대령의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윤석열은 감옥으로 돌아갔고, 박정훈은 원직에 복귀했습니다. 분노로 일그러졌던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드디어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3대 특검은 겨우 첫발을 뗀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수사 속도는 놀랍습니다. 유폐됐던 진실의 방문을 열어젖히고 빠르게 핵심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수사 속보가 너무 많아서 정신을 차리기 힘든 수준인데요. 오늘 논썰에서는 ‘내란의 밤’ 당일 알리바이가 너무나 확실해서 오히려 의심스러웠던 두 사람이죠, 김건희와 김태효를 중심으로 3대 특검 수사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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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날 굳이 강남 한복판에 나타난 이유

 

김건희씨가 계엄 날인 지난해 12월 3일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3시간이나 머물렀다는 사실 기억하실 겁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 김건희 씨는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저녁 6시 25분에 들어가 계엄 1시간 전 저녁 9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 성형외과에 있었습니다. 카니발 하이리무진 차량, 차량번호 274다 73**을 타고… (12월 2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김씨가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프로포폴을 맞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비상계엄 선포라는 운명을 건 도박을 감행하기 직전, 아내인 김씨가 왜 굳이 ‘눈에 띄는’ 외부 동선을 택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날 김씨가 찾은 ‘박동만 성형외과’는 대통령 자문의인 박동만 원장이 운영하는 곳이거든요. 성형외과 의사가 대통령 자문의라는 사실이 어이없긴 하지만, 어쨌든 평소라면 관저로 불러서 진료든 시술이든 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굳이 그 중차대한 순간에, 경호원과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강남 한복판에 나타난 걸까요? ‘나는 계엄을 몰랐다’고 주장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일정 같지 않습니까?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석열이 계엄 당일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지난 1월 경찰에서 진술했죠. ‘계엄 선포 계획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우리 와이프도 모른다. 와이프가 굉장히 화낼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 말을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들었다고 합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굳이 ‘우리 와이프는 모른다’고 먼저 말한 이유는 역시 ‘성형외과 알리바이’를 만들어낸 이유와 같을 겁니다. 물론 민간인에 불과한 김씨가 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아는 건 부적절합니다. 하지만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게 오히려 더 어색합니다. 대통령실 안에서 브이제로(V0)로 불릴 정도로 모든 국정에 개입했던 김씨 아닙니까?

 

노상원이 김건희와 비화폰 통화했다는 증언

 

이렇게 김건희를 꼭꼭 숨기려는 이유는 김씨를 보호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오히려 김씨가 드러나서는 안 될 정도로 깊이 개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이 갑니다. 이와 관련해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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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욱: 이거 아마 특검에서는 알 텐데. (중략) 노상원 롯데리아 회동 있었잖아요. 노상원이 비화폰을 들고 다니면서 실제로 김건희와 통화한 것을 롯데리아 회동 당사자들이 목격을 두 차례 이상 했습니다. 이 사실을 검찰에서 진술을 했어요. (중략) 우리는 김건희가 시켰을 것이다. 윤석열의 그 머리로 이렇게 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 여러 가지로 봤을 때 모든 결정은 김건희가 했을 것이다, 그런 의심을 했는데 저는 그게 사실인 거 같더라고요. (7월 4일 ‘매불쇼’)

 

노상원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한 사실 기억하십니까? 이른바 ‘YP작전계획’이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인데요. 윤석열 정치 입문 전부터 노상원이 이들 부부의 정치적 책사 노릇을 했다는 물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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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글씨는 급하게 흘려 쓴 것이어서 누군가의 지시를 메모했을 가능성이 크죠. 수첩에서 ‘수거 대상’으로 거론된 그 많은 이름과 단체들을 노상원 혼자 정리했을 거라고 보는 게 오히려 비합리적입니다. 노씨는 지난 7일 구속이 연장됐습니다. 폭파, 격침, 독극물 사살, 북한 공격 유도 등 온갖 잔인한 살상 방안이 적혀 있는 이 수첩 내용을 노씨가 혼자 작성했다는 주장을 과연 끝까지 고수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 전에 특검이 김건희-노상원 두 사람의 비화폰 통화 내역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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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회사에 수백억 투자한 대기업들

 

윤석열 부부가 계엄을 통해 장기 집권을 획책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감옥행을 면하기 어렵다는 걸 본인들도 잘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또 다른 중대 범죄 혐의가 포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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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금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김건희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의 회사의 대기업과 공적 금융기관이 무려 18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해당 회사는 34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부실기업이었습니다. (중략) 심지어 우크라이나재건 포럼의 주최 측과 삼부토건 관련자들이 한 사무실을 공유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7월 9일 국회)

 

여러분, 김건희 엄마 최은순씨가 ‘350억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법정구속 됐던 거 기억하시죠? 김예성은 이 잔고조작 위조문서를 직접 만든 공범입니다. 명문대 법대를 나와 대형 금융투자사에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김건희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만났다는데, 김건희 모녀의 집사 노릇을 했습니다. 이들이 사실상 경제공동체라는 근거가 도처에 차고넘칩니다. 지난 4월 이미 베트남으로 도망갔는데요. 특검이 김씨의 여권을 무효화하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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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성이 주요 주주로 있던 렌터카 업체 비마이카(IMS모빌리티로 사명 변경)와 김건희는 설립 당시부터 특수 관계였습니다. 김건희가 이사로 재직했던 도이치모터스가 비마이카에 BMW 50대를 싼값에 빌려줬고, 비마이카는 김건희의 전시회에 협찬을 합니다. 김건희가 비마이카 계열사 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합니다.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부실덩어리 렌터카 회사에 누구를 보고 200억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했을까요? 더구나 카카오모빌리티 등 투자 대기업들은 당시 공정위와 금융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약점이 잡혔던 겁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권력 비리라는 의심이 듭니다.

 

1%의 확률로 특검 영장 기각하는 법원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이 김예성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고 합니다. 건진법사 관련 압색영장도 기각됐습니다. 특히 김예성 관련 사건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까지 밝혔다는데요. 법원은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 12번을 무시하는 겁니까?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

12번.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중 김건희가 대통령의 지위 및 대통령실의 자원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였다는 의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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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금융공기업 등이 대통령 부인이 관련된 부실회사에 수백억을 투자했는데, 이게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주장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압색영장 발부율 99%를 자랑하며 ‘영장 자판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법부가 드디어 인권수호천사가 되겠다고 작심한 건가요? 왜 우리 사법부는 윤석열 앞에만 서면 인권을 중시하게 되는 걸까요? 내란 재판을 하염없이 지연시키고 있는 지귀연 재판부는 여름휴가까지 챙기겠다고 합니다. 내란 청산을 가로막는 사법부의 행태에 대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비판이 필요합니다.

 

샤넬백과 다이아목걸이는 해외원정도박 무마용?

 

건진법사 전성배로부터 샤넬백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선물받았다는 의혹은 ‘통일교 게이트’로 번질 조짐입니다. 김건희 특검이 지난 8일 이와 관련해 경찰청과 춘천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했는데요. 경찰은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간부진이 2008~2011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600억원 상당의 도박을 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통일교의 뇌물이 캄보디아 메콩강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해 왔는데요. ‘해외 원정 도박’ 수사 무마도 관련이 있는 것 아닌지 새로 들여다보고 있는 겁니다.

 

불과 3년 동안 이들 부부가 얼마나 많은 불법과 비리를 저질렀던 것인지 도무지 가늠되질 않습니다. 게다가 범죄 수법이나 행태가 너무나 대범하고 뻔뻔합니다. 자신들이 수사 대상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 같습니다. 처음부터 장기집권을 하겠다고 마음먹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요? 윤석열 스스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어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12월 29일 유튜브 ‘새시대준비위원회’)

 

당시엔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로 해석됐지만, 지금 와서 보면 ‘나는 5년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여태 밝혀지지 않은 계엄의 동기가 바로 이것 아닐까요?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온 국민에게 레이저 쏘듯 보여준 사람입니다. 왕처럼 영구집권하려는 의도를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고 볼 근거가 충분합니다.

 

하루만에 휴대폰 세번 바꿔

 

‘내란의 밤’ 당일 김건희씨 만큼이나 명확한 알리바이를 댄 핵심 관계자가 한명 더 있죠. 측근 중의 최측근, 김태효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입니다. 계엄 당일 언론인과 저녁 식사 중이었다고 밝혔는데요. 어떤 기자와 어디서 저녁을 먹었는지는 말한 적이 없습니다. 어쨌든 계엄 선포 계획을 전혀 몰랐다는 듯이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 20분까지 약 25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3차례나 바꾼 사실이 드러났죠. 만 하루 동안 무려 세 번이나 통신기록을 인멸한 것입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고 놀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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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는 계엄 다음날인 12월 4일 필립 골드버그 당시 미국 대사와 한 통화에서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며 계엄을 정당화해서 골드버그 대사가 충격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김태효는 이 내용을 전면 부인했지만, 통화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여러분은 미국 대사와 김태효 중 누구 말을 더 믿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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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었던 김태효의 머리카락도 한올씩 발각되고 있습니다. 채상병 특검은 오늘(11일) 김태효를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습니다. 그는 이른바 ‘VIP 격노설’과 관련하여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 참석자 중 한명입니다. 특검은 또 10일 오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 10여명을 동시 압수수색했습니다. 채상병 사망 사건을 은폐하고 임성근 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와 삼부토건 주가조작에도 연루된 인물입니다.

 

채상병 특검은 11일 윤석열 부부의 주거지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조태용 전 국정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압수수색했습니다. 조태용이 김건희와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라는 건 윤석열 탄핵심판 법정에서 확인된 바 있죠. 임성근 사단장 부인과 김건희 측근이 연락을 취한 정황도 특검이 포착했습니다. 김건희가 임성근 구명로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만간 밝혀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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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HID 관련 수상한 행적들

 

김태효는 내란 특검의 소환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평양에 보낸 드론이 추락하자 윤석열이 박수 치며 좋아했다고 하죠. 바로 그 ‘무인기 작전’이 군의 지휘 체계를 무시하고 국가안보실을 통해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직접 하달됐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특검이 이와 관련한 녹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김태효가 2023년 6월 강원도 HID(북파공작원) 훈련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HID 장교가 대통령 안보실로 파견 나와 근무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 장교는 안보실 2차장 소속이지만 1차장인 김태효에게만 보고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뭔가 그림이 그려지십니까? 검찰이 작성한 노상원 공소장을 보면, 노상원은 비상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5시 40분에 선관위에 도착해 정보사 요원들을 지휘할 계획이었습니다. 정보사령관 출신인 노상원은 김봉규 당시 정보사 대령에게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은 내가 처리할 것”이라며 야구방망이를 자신의 사무실에 가져다 두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정보사 산하인 북파공작원 요원들이 노상원 경호와 선관위 직원 위협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도 적시돼 있습니다. 북파공작원을 활용한 2차 계엄 또는 계엄 실패시 소요 작전 계획이 있었다는 의혹도 기억하실 겁니다.

 

김건희와 노상원, 김태효로 이어지는 계엄 이행 계획이 있었을 거라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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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은 지난 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 김상민 전 검사 등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한 불법·허위 여론조사 및 공천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건데요. 원희룡 전 의원은 출국금지됐습니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및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에 연루된 혐의입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은 서울구치소 10㎡ 크기의 독방에 갇혔습니다. 이제 전쟁을 일으키려 한 외환 혐의와 관련해 집중 조사를 받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차 무상대여와 전쟁시나리오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우리 군에도 부족한 최첨단 장애물 개척 전차 등 총 300억원 규모의 군사 장비를 무상으로 대여했다고 하는데요. 우크라이나가 요청하면 반납을 면제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합니다. 그냥 준 거죠. 국민 몰래, 국회 의결도 없이 국가 자산을 빼돌린 건데요. 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쟁 획책과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김준형: 저는 이게 외환과 관련이 있는 거라고 봅니다. 한기호 의원 기억나시죠? 신원식과 (중략) 거기서 싸움 붙게 해서 심리전으로 해가지고 북한이 파병한 것과 붙게 해라. 저는 이것도 저기 백령도, 드론 이런 것과 다 합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의 하나였다. 파병까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7월 8일 ‘매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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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40여일 전인 지난해 10월 24일, 군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메시지가 카메라에 잡혔는데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해 피해를 주고 이를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제안입니다.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고 답합니다. 이때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우크라이나 파병론에 군불을 때던 상황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군과 우리 군이 현지에서 충돌하게 하자는 위험천만한 계획을 꾸미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이 충돌을 빌미로 북한을 공격하려는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무상 대여에 대한 김준형 의원의 질의에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결정이 아니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결 사항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대통령이 의장인 NSC가 결정했고, 자신들은 따랐을 뿐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계약 조건 대로 우크라이나가 요청하면 회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윤석열 정부 사람들에게선 도무지 애국심이란 걸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형법상의 외환죄(사형 또는 무기)가 될지 아니면 일반이적죄(무기 또는 징역 3년 이상)가 될지, 또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주장하는 군형법상의 불법전투개시죄(사형)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란 특검의 수사는 여기에 집중될 겁니다.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될 수 있는 도박을 획책했던 것 아닙니까?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될 치 떨리는 범죄입니다.   < 한겨레 이재성 기자 >

"채 상병 수사 결과 보고에 윤 대통령 크게 화내"

순직 해병 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 처음 인정
"2023년 7월 회의 때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보고"

종전엔 국회 질의에도 "격노한 적 없다" 철저 부인
김계환 전 사령관 진술 등 증거에 더 못 버틴 듯

윤석열 재구속 등 상황 급변에 심경 변화 가능성
계엄 관여 의혹도 드러날지 주목…내란 특검 고발

 

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핵심 인사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5.7.11. 연합
 

윤석열 정권의 실세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인 'VIP 격노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윤석열의 외교안보 라인 최측근이자 '아크로비스타 이웃'으로서 특수 관계였던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그간 은폐돼 있던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의 각종 의문의 행적도 진상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김 전 차장은 11일 오후 2시 50분쯤 서울 서초동 순직 해병 특검 사무실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약 7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밤 10시쯤 귀가했다. 그는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귀갓길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정말 없었는가' '순직해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는 윤 전 대통령과 무관한가' 등 취재진 질문에 침묵을 고수하면서 다만 "(특검에서) 성실하게 대답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특검 조사에서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의 시작점인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주재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당시 상황과 관련해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요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의 격노 사실을 철저히 부인해왔던 그간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이 이날 회의에서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채 상병 사건을 경찰로 이첩할 예정이라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크게 화를 냈으며 이후 대통령실이 움직여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줄거리다.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회의 직후인 오전 11시 54분 대통령 경호처 명의의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고, 통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해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이틀 뒤인 8월 2일에는 국방부 검찰단이 나서 이미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기록을 반나절 만에 회수했다.

 

나아가 이종섭 장관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박정훈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를 수사하도록 지시했으며 김계환 사령관은 박 단장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하는 등 폭압적 조치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자였던 김 전 차장은 지난해 7월 1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는가'라는 취지의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가"라고 VIP 격노설을 집중 추궁하자 "들은 적이 없고 그 주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고 단언하는 등 시종일관 잡아뗐다.

 

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핵심 인사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향하며 승강기를 타고 있다. 2025.7.11. 연합
 

그러나 김 전 차장에 앞서 특검에 소환됐던 김계환 전 사령관이 "VIP 격노설 등에 대한 부하들의 진술이 거짓말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포괄적으로 시인하고 다른 군 관계자들의 증언도 이에 부합하자 김 전 차장도 특검이 꺼내든 증거 앞에 더 버티지 못하고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윤석열이 재구속까지 되면서 심경에 큰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은 이날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질문에 답했으며 특검팀도 준비한 조사 내용을 모두 마쳐 심야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특검이 김 전 차장으로부터 격노설의 실체를 입증할 진술을 받아내면서 수사는 가속도가 붙게 됐다. 특검은 문제의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현재 국방대학교 총장) 등 다른 핵심 관계자들도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특검은 이미 지난 10일 임 전 비서관과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등의 자택과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 국방부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어 11일에는 수사의 정점인 윤석열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를 비롯해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던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과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의 아이폰 휴대전화와 이종섭 전 장관의 비화폰도 확보하는 등 수사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촛불행동 관계자들이 9일 내란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 앞에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외환죄 위반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7.9. 연합
 

김태효 전 차장은 채 상병 사건 외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여러 혐의점이 있어 내란 특검의 수사 대상자로도 지목되고 있다. 촛불행동은 지난 9일 "미국을 부추겨서 전쟁 위기를 만들고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 아닌가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김 전 차장을 형법상 외환(外患) 유치 혐의로 내란 특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 전 차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2023년 6월 강원도 속초 소재 북파공작부대(HID) 방문 ▲2023년 12월부터 국가안보실 내에 HID 출신 현직 군인과 국정원 요원 등이 포함된 극비 태스크포스(TF) 조직 가동 ▲2024년 10월 북한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관여 ▲2024년 12월 4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통과된 직후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의 내란 행위 적극 옹호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인 2025년 4월 26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해 알렉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폭넓은 정책 협의' 진행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12일 서면 브리핑에서 "순직 해병 특검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의 발단이자 정점인 '윤석열 격노설'을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통해 확보하고 윤석열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며 "김태효 전 차장은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인사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중일마 망언을 남긴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 실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 실세였던 김태효의 '윤석열 격노설' 확인으로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의 문이 열리게 됐다. 윤석열의 격노 때문에 원칙대로 조사한 박정훈 대령은 엉뚱하게 항명 수괴가 되었고 채 상병 순직 사건은 조직적으로 은폐됐다는 수사 외압의 중대한 단서가 드러났다"면서 "윤석열을 비롯해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로 이어지는 권력형 수사 외압의 실체가 명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특검의 신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 김호경 기자 >

 

민주당 “김태효 VIP격노설 인정은 수사 외압 중대한 단서”

 

 
 
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핵심 인사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 조사에서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을 인정한 것과 관련해 “채상병 사건이 조직적으로 은폐됐다는 수사 외압의 중대한 단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에서 “정권 실세였던 김태효의 격노설 확인으로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의 문이 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윤석열의 격노 때문에 원칙대로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대령은 엉뚱하게 항명 수괴가 됐다”며 “윤석열을 비롯해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로 이어지는 권력형 수사 외압의 실체가 명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특검의 신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브이아이피 격노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성근 당시 해병대1사단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경찰로 넘기겠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낸 뒤 결국 사건 이첩이 무산됐다는 의혹이다.

 

백 원내대변인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섰던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윤석열 방탄 의원 45명은 여전히 반성도 사죄도 없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류로 건재하다”며 “국민의힘은 탄핵 대통령을 두 번이나 배출한 정당인데도 위장용 혁신 쇼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국민의힘의 내란 동조와 불법 가담, 국민 배신행위를 잊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방탄 의원 45명은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말했다.  < 허윤희 기자 >

고대 선조들, 고래·맹수 사냥 모습 그린 바위그림

 

 
 
12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 유산 등재가 결정된 직후 최응천 국가유산청장(가운데 한복입은 사람)과 김두겸 울산시장(최 청장 왼쪽) 등 한국 대표단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바다에서는 덩치 큰 갖가지 고래들을 잡고, 산 속에서는 호랑이와 멧돼지들을 사냥했던 선사시대 한반도 선조들 삶의 흔적들이 전 세계가 인정하는 인류 문화유산 반열에 올랐다.

 

12일 저녁(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남쪽의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 1회의장에서는 한국 대표단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첫 안건으로 올라온 ‘(울산)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에 대한 진행을 맡은 불가리아의 니콜라이 네노브 교수가 논의 결과 등재가 확정되었다고 발표했다. 그 순간 최응천 국가유산청장과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등 국가유산청·울산시 대표단 관계자들은 손을 치켜들어 환호하고 박수를 치면서 2년 전 가야고분군에 이은 한국의 17번째 등재를 자축했다.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이뤄진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에 공식 등재신청 절차를 마쳤고, 지난 5월 유네스코 자문 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등재를 권고해 등재결정이 유력시되어 왔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의 전면 모습. 울산시 제공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을 일컫는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 문화를 대표하는 예술품으로, 반구천 암각화는 사냥 도상의 특이성과 생동하는 묘사력 등에서 전세계 암각화들 가운데서도 첫손 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받아왔다. 1971년 12월 당시 청년 역사학자 문명대, 이융조, 김정배씨 등이 발견한 반구대 암각화는 가로 8m, 세로 4.5m의 절벽 너른 바위면에 긴수염고래, 귀신고래 등 다양한 종류의 고래들이 헤엄치는 모습과 이들을 작살로 잡고 해체하는 인간의 작업 등 다기한 고래 모습과 사냥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해 주목받았다.

 

천전리 암각화는 대곡리 암각화보다 1년 앞서 발견됐으며, 가로 9.8m, 세로 2.7m의 바위에 고래, 사슴, 말 등의 바다·육상 동물은 물론 용 같은 상상의 동물까지 새겨놓았다. 또한 마름모와 동심원 등 여러 종류의 상징적인 기하문양, 신라 법흥왕 시대 왕족과 화랑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답사기록까지 남아있는 역사적 보고로 평가된다. 이코모스 쪽은 지난 5월 두 유적에 대한 등재권고를 하면서 “선사시대부터 약 6천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며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바 있다.

 

1971년 발견 당시 처음 찍은 반구대 암각화 초탁본. 동국대박물관 제공
천전리 암각화 정면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이번 등재 확정으로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2023년 가야고분군에 이어 올해 반구천 암각화까지 모두 17건(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의 세계유산을 갖게 됐다.

 

한편, 한반도의 최고 명산으로 꼽히는 북한의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은 한국시간으로 13일 밤 등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데, 역시 이코머스 심의에서 등재권고 판정을 받은 바 있어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남북한이 나란히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노형석 기자 >

 

대곡리 암각화의 다양한 동물 도상들을 표시한 도해사진. 국가유산청 제공

 

전작권 환수가 좌편향 이슈?…노태우가 시작했다

 

 
 
2005년 10월 국군의 날 행사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장병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대통령기록관

 

대통령실은 11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관련 ‘프레스 가이드’(PG·보도시 활용하는 공식 입장)를 내어 “전작권 환수는 과거부터 한·미 간 계속 논의되어 온 장기적 현안으로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 또한 우리 신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측은 미 측과 동 사안을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선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정부, 미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협의 나섰다’고 보도한 뒤 나온 피지였다.

 

대통령실 피지와 조선일보 보도는 전작권을 두고 ‘환수’와 ‘전환’이라고 달리 표현했다. 환수와 전환에는 전작권에 대한 다른 생각, 감정이 깔려 있다.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쪽이 집권하면 환수, 국민의힘 쪽이 집권하면 전환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는 환수와 전환을 모두 사용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전환을 사용했다.

 

보수 정부와 보수언론은 환수 대신 전환(transition)을 쓴다. 환수에는 마치 빼앗기거나 도난당한 것을 되찾아온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수 쪽은 한국전쟁 기간 한국 정부가 전작권을 스스로 이양해준 것이지 도난당하거나 빼앗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환수를 좌파의 감정적 선동 용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런 태도는 사실과 맞지 않다. 환수는 그냥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withdraw’다. 국민의힘 뿌리격인 김영삼 정부도 환수란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12월1일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던 한국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환수됐다. 1994년 한·미 장성급회의 기록에는 한국이 주어로 등장할 때 미국으로부터 작전권을 환수(withdraw)한다고 나와 있다.

 

보수 쪽은 전작권 환수가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진보정권이 불을 지핀 좌편향 오류라고 단정한다. 수십년째 이런 주장이 되풀이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명실상부한 자주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한 뒤, 전작권 전환은 진보 정권의 숙원처럼 됐다.“(조선일보 7월11일치 4면, 전작권 전환 비용 최소 21조… 군 “우리가 먼저 제안해선 안 된다”)

 

 

정작 작전통제권 문제는 보수 정부가 제기한 이슈였다. 작전통제권 환수는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 때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당시 노태우 후보는 ‘작전권 재조정’을 공약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지휘관을 갖지 못한 것은 주권국가로서 창피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는 정권 초기인 1988년부터 전시, 평시의 구분없이 작전통제권 전체를 환수하려고 했다. 북핵 문제 등이 불거지자 1992년 10월 작전통제권을 평시와 전시로 나눠 일단 평시작전통제권만 먼저 환수하고 전작권은 나중에 환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12월 평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됐다.

 

이후 30년 넘게 역대 한국 정부는 미국과 협의를 하며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전작권 전환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었던 윤석열 정부 때도 합동참모본부에는 현역 장군(소장급)이 단장을 맡은 전작권전환추진단이 꾸려져 활동했다.

 

1988년 2월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초 전작권 환수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하자 보수 쪽은 전작권은 군사주권이 아니고 제한된 전시 지휘관계라고 반발했다. 이와 달리 1973년부터 1976년까지 유엔군사령관을 역임했던 리처드 스틸웰 미 육군 대장은 “한·미 지휘관계는 지구상에서 가장 엄청날 정도로 국가주권을 양보한 경우”라고 했다.

 

전환이란 용어를 고집한 윤석열 정부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는 한·미가 공동 주체인 협의·합의 때에는 전환이란 용어를 쓰고, 한국 정부나 군이 주체가 될 때에는 환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전환은 주체가 바뀌는 상황을 말하는 표현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한·미안보협의회 합의문에도 “한국으로의 전작권 전환”(transition of OPCON to ROK)이라고 나온다. 환수란 단어에 색안경을 끼고 사용을 꺼릴 이유가 없다.   < 권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