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 윤석열 재판부에 제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시민 3만6천여명이 법원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재구속을 촉구했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여전하다는 이유다.

 

군인권센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는 26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에 대한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에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 절차 진행에 관한 의견서와 시민 서명을 제출했다. 이들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정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권력자의 중대한 범죄에 더욱더 엄정한 잣대로 책임을 묻는 공판이 진행돼야 한다”며 “피고인 윤석열에 대한 구속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윤석열 즉각 재구속과 내란 재판 전면 공개’ 촉구 온라인 서명에는 3만6330명이 참여했다.

 

참여연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재구속 촉구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앞서 지귀연 재판장이 지난 3월7일 윤 전 대통령 쪽의 구속 취소 신청을 인용했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3월8일 석방됐다. 윤 전 대통령은 풀려난 지 80일째인 이날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 받았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동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란 수괴가 재판부의 ”어처구니없는 구속 취소 결정으로 제약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걸 지켜보는 국민 심정은 참담하다”며 “내란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차용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인물을 재판부가 지켜만 보는 걸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인멸을 할 위험이 크다며 윤 전 대통령 재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상희 민변 내란 진상규명·재발방지 티에프(TF) 단장은 “(윤 전 대통령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을 여전히 가지는 이상, 각종 수단을 통해 불리한 진술을 하게 할 위험이 있다”며 “수사·기소되지 않은 관계자들의 진술을 왜곡시켜 실체적 진실을 방해할 우려도 커 증거인멸 염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구속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제208조는 법원이 직접 구속하는 경우엔 적용되지 않는다”며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의 신병을 확보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내란 사건 재판부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재판 일부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잦은 비공개 재판을 남발하는 점도 비판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팀장은 “공무상 비밀 관련 조항을 근거로 이 재판부에서만 6차례 재판 비공개 결정이 이뤄졌다”며 “구속 취소부터 반복된 비공개 결정까지 계속해 국민 신뢰를 저버린 지귀연 재판부가 스스로 12·3 내란 사건 재판 전체를 회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임재희  최현수 기자 >

‘대법원 유감 표명’ 포함 안건 7가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린 26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김예영 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6일 전국 법원의 판사 대표들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 독립 등 안건을 논의했지만 공식 의견을 내지 않고 회의를 속행하기로 했다. 이번 대선에서 사법 개혁이 의제가 된 상황에서, 법관대표회의가 의견을 낼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법관대표회의는 26일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동안 임시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이날 ‘독립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한 안건’이 정식 안건으로 올려졌지만, 토론 결과 회의를 다시 열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속행 여부에 대한 의결은 구성원 126명 중 재석 90명, 찬성 54명, 반대 34명으로 가결됐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최근에 이번 대선에서 사법 개혁이 의제가 되면서, 법원 안팎에서 대표회의에서 입장을 의결해 표명하는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이에 대한 구성원의 논의가 있었고, 내부에서 속행하는 것이 낫겠다고 해서 (결정됐다)”고 말했다. 

 

앞서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특정 사건(이 후보 상고심)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신뢰가 흔들린 점을 인식하고 △이로 인한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을 우려하자는 내용 등을 담아 두 가지 안건을 제안했고, 이날 회의 현장에서 안건이 추가로 상정됐다.

 

새롭게 추가된 5가지 안건은 △특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례 없는 절차 진행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점에 대한 유감 표명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 판결을 한 법관에 대한 특검, 탄핵, 청문 절차 등을 진행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재발방지 촉구 △‘정치의 사법화’가 이 시기 법관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요소임을 인식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사법부 신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변경이 재판독립 침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법관대표회의는 대선 이후 날짜를 지정해 이 안건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속행 회의의) 구체적 날짜는 대선 이후로 지정될 예정이고, 구체적 날짜도 추후 구성원들 내에서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라며 “속행 회의에서는 안건들에 대해 집중 토론하고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선 이후 소집될 회의는 원격회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법관대표회의는 구성원 126명 중 재석 87명, 찬성 48명, 반대 35명으로 추후 원격회의 논의를 결정했다.  < 한겨레 장현은 기자 >

극우추적단 카운터스, 지난해 강연 영상 공개

 
 
2020년 2월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탄핵 국민대회’ 무대에 함께 오른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너만몰라 티브이(TV) 갈무리

 

아스팔트 극우 세력을 이끄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모든 철학과 사상에 자신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 영상이 공개됐다.

 

극우추적단 카운터스는 25일 엑스(X·옛 트위터)와 유튜브 채널에 전 목사가 2024년 9월2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한 강연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당시는 김 후보가 윤석열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돼 임기를 막 시작한 때였다.

 

영상을 보면, 전 목사는 김 후보와 언제 어떻게 관계를 맺기 시작한 건지 소상히 설명한다. 김 후보와 전 목사가 처음으로 만난 것은 김 후보의 두 번째 경기지사 임기(2010~2014년) 중이었다고 한다. 전 목사는 “김문수를 대통령으로 만들라”는 기도를 받고, 김 후보를 직접 찾아가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 목사가 “더 큰 일 하고 싶으면 나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자”고 제안했으나, 김 후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특별한 관계도 맺지 않았다고 한다.

 

김 후보가 전 목사와 밀접해지기 시작한 건 경기지사직에서 퇴임한 뒤부터였다고 전 목사는 설명했다. 김 후보가 사랑제일교회를 먼저 찾아왔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김 후보가) 우리 교회를 2년 다녔다. 2년 동안 예배를 마치며 점심 먹으면서 계속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며 “내가 광화문 운동 시작하니까 김문수 지사님이 딱 내 옆에 섰다. 서 가지고 내가 연설하는 걸 모두 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지사님의 모든 철학과 사상의 절반은 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 목사의 주장과 관련해 김 후보는 2019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전 목사와 손을 잡은 이유는 뭔가’라는 질문에 “전 목사 덕택에 성령을 많이 접했다. 경기지사 할 때 전 목사가 도지사실로 찾아와 나에게 대통령 하라고 권유했다. 그 이후 별로 교류가 없었는데 나라가 워낙 어려워지면서 가까워지게 됐다. 김정은이 때려잡고 문재인 끌어내리려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와도 함께하려고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후 김 후보와 전 목사는 태극기 집회에 함께 섰고, 2020년엔 함께 극우 정당인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다. 김 후보는 당시 초대 당대표로 추대된 바 있다. 김 후보는 같은 해 전 목사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지’를 호소하며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구속되자,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영상에서 전 목사는 김 후보가 자신과의 관계를 부인하지 않는 점을 추어올리기도 했다. 그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실업자일 때는 광화문 와서 연설 한번 시켜달라고 떠들더니, 정권 교체를 하고 지금 와서는 전부 전광훈을 모른다고 한다. 사기꾼 같은 놈들”이라며 “딱 나에 대해서 부인하지 않은 사람이 김문수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김 후보는 현재는 전 목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최근에 만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