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의 ‘새 정치 실험’ 다시 지켜본다

● 칼럼 2013. 3. 15. 19:4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귀국해 다음달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전 교수는 귀국 회견에서 “대선 과정에서 기대에 못 미쳐 송구스럽다”며 “이제 한발씩 차근차근 나아가며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대선 후보 사퇴 회견에서 새 정치를 위해서는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고 약속했다”며 정치쇄신에 대한 의지도 거듭 밝혔다.
안 전 교수가 4월 보선 출마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고 서둘러 귀국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뜸들이기 행보에 비하면 과단성 있고 담백해 보이기까지 한다. 정치는 어찌됐든 현장에서 뛰어야 한다. 외곽에서 맴돌다가 어느 순간 과실을 따 먹는 식의 행보로는 제대로 된 결실을 맺기 어렵다.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를 놓고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새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지리멸렬하기 그지없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안 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신진세력이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대선 과정에서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지는 여실히 드러났다. 비록 대선에서 좌절했지만 안 전 교수가 새 정치의 불씨를 이어가길 바라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현실 정치가 아마추어적인 이상과 덧없는 인기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하다. 정치권 밖에서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긴 쉽지만, 정치에 뛰어들어 새 정치를 실현하는 일은 험난하다. 안 전 교수가 지난 대선에서 좌절한 것도 결국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현실로 바꿔낼 실력이 모자랐던 탓이 크다. 야권 단일화가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함으로써 야권 세력이 일치단결해 대선을 치르지 못한 데는 안 전 교수의 책임도 상당하다. 후보를 낸 민주통합당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안 전 교수 역시 책임질 부분이 적지 않다. 안 전 교수는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마당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크게 반성하고 변신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긴 호흡으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나가는 행보 역시 필요하다.
 
안 전 교수의 재등장으로 야권은 사활을 건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이번 재보선은 대선 이후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건 안 전 교수 세력이건, 진보정당이건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멋지게 경쟁하길 바란다. 안 전 교수의 등장이 야권 내 이전투구를 심화시키는 게 아니라, 정치개혁과 민생정치를 위한 신선한 촉매제가 되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대선 때 야당을 지지한 유권자에 대한 보답이자 의무다.


[사설] 무력충돌은 남북 모두에 재앙이다

● 칼럼 2013. 3. 15. 19:4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한-미 연합 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됐다. 지난 5일 북한은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면 “정전협정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주가 남북 긴장 국면에서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하되 사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냉정한 상황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남북 긴장이 이렇게 높아진 데는 물론 북한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국제사회가 그렇게 반대하는 데도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이를 규탄하기 위해 유엔이 추가 제재에 나서자 ‘제2의 조선전쟁’ ‘침략자들의 본거지에 대한 핵 선제타격’ 등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키 리졸브 연습을 하루 앞둔 어제도 <로동신문>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온갖 불행과 고통을 강요하던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의 소굴들은 삽시에 불바다로 화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21일까지 계속되는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한 북한의 이런 반응은 대단히 지나친 것이다. 이번 연습은 연례적인 한-미 연합 훈련으로, 이미 지난달 21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군에 통보됐다. 그럼에도 이를 빌미로 정전협정 백지화 등을 위협한 것은 의도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이런 위협들이 곧바로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발언의 수위가 매우 높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군사적 대응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북한이 막말로 나온다고 우리도 이에 맞서 상대를 자극하는 극단적인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굳이 ‘김정은 정권은 지구상에서 소멸될 것’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성숙한 언어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북한이 비정상적인 말로 협박을 한다고 우리도 같은 수준으로 대응한다면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사태 해결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은 남북 사이에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같이 민감한 시기에는 사소한 무력충돌도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남북 모두에 재앙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런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일방적 제재만으로는 결코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당] 보수는 부끄럽지도 아니한가

● 칼럼 2013. 3. 14. 18:4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청와대 대변인은 정권의 얼굴이다. 국민들은 청와대 대변인을 바라보며 그 정권의 품격을 가늠한다. 윤창중 대변인은 참 특이한 사람이다. 인수위 대변인 시절 공식 브리핑을 하면서 기자들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나도 30년 동안 언론인 생활을 했다. 언론이 너무 앞서서 보도하니까 신뢰를 깎아먹는 것이다.”
“언론의 신뢰를 깎는 것은 앞서가는 보도가 아니라, 언론계와 정계를 왔다 갔다 한 ‘폴리널리스트’ 때문이라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모욕을 당하면 기자의 멱살을 잡고 대변인직을 때려치우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그는 버텼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매우 특이한 사람이다. 박정희 육영수 두 사람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 고리를 달고 다닌 것부터 좀 이상하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 외국무기 중개업체 고문을 맡았고, 본인 주장대로 하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위 공직자 출신이 전관예우로 큰 돈을 챙기는 것도 잘못이지만, 돈을 챙기고 나서 다시 고위 공직으로 돌아오는 것은 명백한 부정의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까지 청렴하게 살아왔다”며 버티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장관으로 임명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명실상부한 보수세력의 대표였다. 그렇다면 보수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들로 청와대와 장관 인선을 하는 것이 옳았다. 진보나 야당 성향의 인물을 기용하는 대탕평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에게 순종적인 ‘박근혜의 남자들’만을 골라서 쓰고 있다. 대체로 능력보다는 충성심이 기준인 것 같다. <동아일보> 정성희 논설위원은 수컷 일개미들이 여왕개미를 위해 분골쇄신하는 ‘여왕개미의 제국’에 비유했다.
이런 식의 인적 구조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비해 확실히 퇴화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래도 초기에는 쓴소리를 하는 측근들을 곁에 뒀고 이들과 말싸움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쨌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국정을 다루기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성장동력을 끌어올리려면 무엇보다 기득권 집단의 나눠먹기식 이익분배 구조를 뒤집어엎어야 한다. 큰 싸움이 불가피하다. 장렬하게 싸우다가 전사할 수 있는 장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새 정부에는 그런 장수들이 없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늑대를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몇 년을 허송세월하면 2016년부터 그야말로 대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한반도 상황 대처에도 극단적인 집중 체제는 적절하지 않다. 대통령 한 사람의 오판으로 전쟁이 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도대체 왜 이렇게 독선적인 것일까?
“정치가 실종되어 가고 있다. 과연 정치가 국민 입장에 서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11일 첫 국무회의에서도 그는 엉뚱하게 정치 탓을 했다. 정치를 실종시킨 것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그는 최근 ‘선택받은 자의 소명’과 자신의 ‘진정성’을 부쩍 자주 내세우고 있다. 정치인이 아니라 종교인 같다. 혹시 정치를 선과 악의 대결로 보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큰일이다. 자신을 절대선으로 인식하는 자는 모든 타인을 악으로 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나이가 너무 많다. 참모들은 어떨까? 면면으로 보아 ‘벌은 한번 쏘고 죽는다’는 조언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보수세력 전체가 나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서 꺾어야 한다. 대통령 주변의 이상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진짜 애국심이 있는 인물들을 천거해야 한다. 정권을 만들었으면 책임도 지는 것이 옳다. “그래도 문재인과 좌파가 집권해서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는 낫지않은가”라는 궤변으로 위안을 삼을 때가 아니다. 자칫하면 박 대통령 치하에서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 보수의 각성을 촉구한다.

< 한겨레신문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


[1500자 칼럼] 눈송이의 감상

● 칼럼 2013. 3. 8. 17:5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겨울이 막바지에 달했다. 나는 매일 먼 곳까지 운전을 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데, 그래서인지 날씨와, 특별히 겨울에 내리는 눈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보통은 운전 길에 쌓이는 눈이 불편하고, 조심스러운 생각으로 살지만, 한편으론 차창에 내려앉는 눈 송이의 모습에 따라 그 먼 출퇴근 길이 깊은 감상의 길이 되곤 한다. 
암만 갈 길이 멀고 마음이 조급해도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의 큰 눈송이를 보면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그냥 차를 집어 던지고 마냥 걷고 싶어진다. 어디선가 그리운 사람이 날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뛰기까지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날은 생각 없이 운전을 하고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떡가루 같은 눈이 보슬보슬 내릴 때가 있다. 바람도 없는 잿빛 하늘에서 줄지어 내려오는 가는 눈 발을 보고 있으면 마음은 차분해 지면서 알 수 없는 행복으로 가득해진다. 첫 아기를 품에 안던 날이 꼭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어릴 때 학교 가는 길에 그런 눈을 맞았던 것 같기도 하여 따뜻한 느낌마저도 준다. 또 습기를 잔뜩 머금고 뚝뚝 떨어져 차창에 쌓이는 눈을 보면 애틋한 감상보다는 곧 봄이 올 것 같은 기대에 어깨가 가벼워지고 새 계절에 대한 기대에 쌓인다.
 
라디오에서 눈송이가 어떻게 형성되는가 이야기한다. 눈은 모두 6각형 짜리 미세한 얼음조각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작은 얼음 조각이 떨어지다, 상공에서 기류를 만나면 다시 하늘로 올라가고, 또 내려오다 올라가기를 거듭하면서 그 때 공기 중에 있던 습기가 얼음 조각에 부착되면서 눈송이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했다. 듣고 보니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과정인데, 그렇게 해서 조금씩 달라진 눈의 형태들이 하늘을 채우면서 우리의 감정을 그리도 변화 무상하게 하는 것이다. 
같이 일을 하는 동료 중에 나이도 비슷한 두 여자가 있다. 한 여인은 항상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제적인 일에 정보를 다 확보하고 있어 우리가 고용계약을 다시 조절하거나, 직원 혜택의 내막들을 알고 싶으면 그녀에게 물으면 된다. 무슨 일에도 그녀는 금전적인 계산을 확실히 하기 위하여 늘 주변의 사람들과 돈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그가 하는 일이 틀린 것은 없지만, 만나면 저 깍쟁이가 오늘은 또 무슨 일로 계산기를 꺼낼까 싶다.
한편 다른 여인은 어디를 가도 주변의 사람들을 기쁘고 즐겁게 만들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준다. 그녀는 늘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바램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서슴지 않고 베푼다. 언어치료사로 많은 아이들과 일하다 보면, 어린 나이에 힘든 병에 걸려 앞 날을 추측할 수 없는 아이들과도 만나게 된다. 그 동료는 수시로 그런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하여 자신이 선두로 비용을 내고 모금 운동을 벌여, 아픈 학생을 ‘디즈니월드’에 보내 주기도하고, 집에서 치료를 받을 때 갖고 놀 수 있는 게임기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마치 어려움은 한번도 겪어 본적이 없는 사람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풍요롭다.
 
이들 두 동료는 각자 나와 단둘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얼마나 자신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는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은 시골 마을에서 농토도 없이, 막 일을 하는 부모 밑에서, 또 다른 친구는 폴란드에서 갓 이민 와 광산에서 일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많은 형제들과 자라며 어려웠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의 삶은 공중에 던져진 작은 얼음 조각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류에 쌓여 곤두박질 치면서 오르내리기를 거듭하면서 살아간다. 그 긴 여로를 아무 준비 없이 맞아, 있는 힘 것 살아간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수 많은 눈송이들이 다 다른 형색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공중곡예를 거치며 살아 온 사람들이 이렇게 다른 모습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도 우리 삶이 가지고 있는 불가사의가 아닌가 생각된다. 꽃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차창에 떨어지며 스르르 녹아 버리는 힘없는 눈을 보며 감상에 젖어본다.

< 김인숙 - ‘에세이 21’로 등단,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심코 가톨릭교육청 언어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