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시퀘스터의 어리석음

● 칼럼 2013. 3. 8. 17:5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독설이 난무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 간의 예산전쟁은 3월1일 시퀘스터(정부의 자동 예산삭감) 발효로 이어졌다. 시작은 정부와 공화당이 국가채무 한도를 증액하는 문제를 놓고 대치했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화당은 앞으로 10년 동안 부채 상한액이 늘어나면 그만큼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채무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정부는 채무 원리금을 상환할 수도, 정부 본연의 업무를 처리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공화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새로운 위기가 배태됐다.
닥쳐온 위기는 이른바 ‘재정절벽’이었다. 2013년 1월1일은 1110억달러의 재정지출 감소뿐만 아니라 5000억달러에 이르는 세금 감면이 종료되는 날이었다. 세금 인상과 예산 삭감 효과가 결합될 경우 미국 경제의 후퇴는 불 보듯 뻔했다.

지난해 말 대통령과 의회는 다시 협상에 나섰고 재정절벽에 이른 지 이틀 뒤에 이를 막는 법안이 발효됐다. 이 협상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1000억달러에 이르는 급여세 감면은 끝났지만, 높은 소득세를 내는 부유층을 제외한 대부분은 소득세 감면이 연장됐다. 시퀘스터 작동일도 3월1일로 늦춰졌다.

미국은 올해만도 국방 분야와 국내 지출 부문 양쪽에서 850억달러를 삭감해야 하는데 이는 관련 분야 지출의 6%에 이르는 규모다. 시퀘스터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난 지금은 큰 변화가 없는 듯 보이지만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재정삭감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미 쇠약해진 경제에서 850억달러를 뽑아내는 것은 악영향을 끼칠 것이 당연하다. 의회의 예산국과 다른 독립적인 기관들은 시퀘스터가 경제성장률을 0.6%포인트 낮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경제는 급여세 감면의 종료로 인해 이미 둔화되고 있다. 시퀘스터는 경제성장률을 고용창출에 필요한 2.0~2.5% 미만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이는 실업률 증가를 의미한다.

하지만 3월1일이란 날짜 자체는 별 중요한 의미가 없다. 앞으로 시퀘스터가 실제로 효과를 내기 시작한다면, 의회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산 삭감 조처를 되돌릴 것이다.
당연히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정부 운영 방식이다. 직원들을 일시해고하거나 1주일간 휴가를 줬다가 2주일 뒤 또는 2개월 뒤에 다시 복귀하도록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예산은 어차피 복구될 텐데 단지 일정을 재조정하기 위해 정부와 맺은 구매 또는 용역 계약을 취소하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이는 결국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절차가 오락가락한다면 업무를 처리하는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흥미롭게도 오바마 대통령은 이전 협상에서보다 시퀘스터에 관해서만은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듯하다. 그는 공화당원들이 원하지 않는, 국방 예산의 대폭 삭감과 특정 업종에서의 세금 감면을 없애는 식의 온건한 세금 인상 조처를 제안하고 있다. 이는 공화당원 대부분이 좋아하지 않는다.
오바마는 공화당을 압박하기 위해 시퀘스터 효과가 쉽게 체감되는 핵심 분야의 지출을 통제하겠다고 결정했다. 특히 항공관제사, 공항 검색대 직원들을 줄이는 것을 계획중이다. 비행편이 취소되면 여행이 지연되고 공항에서의 검색 대기 시간이 늘어난다.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면 결국 공화당원들은 협상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 운이 좋다면 이는 재정전쟁의 마지막이 될 것이며,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예산과 경제에 대해 좀더 진지한 토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딘 베이커 -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 소장 >

 

[사설] 미군 범죄, 언제까지 대충 넘길 것인가

● 칼럼 2013. 3. 8. 17:5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주한미군들이 며칠 전 서울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다 추격하는 경찰관과 시민들을 차로 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이 시민에게 공기총을 쏜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경찰이 실탄까지 쏘는 심야 추격전이 벌어졌는데도 당사자들이 미군 영내로 달아난 탓에 경찰은 초동수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미군 쪽의 협조만 기다리는 상황이 재연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미군 범죄가 한해 200~400건씩 일어나는데도 엄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탓에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지난달 2일 주한미군 6명이 지하철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떠들다, 조용히 해달라는 20대 여성을 카메라로 찍고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7월엔 경기도 평택에서 미군 헌병들이 주차문제로 시비를 벌이다 민간인 3명에게 수갑을 채워서 연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주한미군 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교통 관련 범죄로 2011년 165건이었다가 작년에는 상반기에만 166건으로 급증했다.
미군 범죄가 줄지 않는 건 물론 우리의 수사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탓이 크다. 우리 경찰이 미군을 현행범으로 붙잡았으면 직접 초동수사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미군 쪽 협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미군들이 부대 안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초동수사는 물론 음주 여부 측정도 할 수 없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2001년 4월 개정됐으나 살인·강간 등 12개 중요범죄에 대해서만 미군 피의자의 신병 인도 시기를 ‘재판 종결 뒤’에서 ‘기소 시점’으로 앞당겼을 뿐 여전히 우리 수사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 뒤에도 미8군 부사령관이 용산경찰서를 방문해 사과하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직접 차를 운전한 일병은 진통제를 맞고 치료중이라며 출석하지 않고 있다. 미군 범죄가 끊이지 않는데도 여전히 적당한 사과에 이은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는 건 문제다. 총기까지 사용했다니 이번에야말로 엄정한 수사와 엄한 처벌로 본때를 보여야 한다.


[사설] 정치의 복원, 집권여당의 몫이다

● 칼럼 2013. 3. 8. 17:5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월 임시국회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어제 폐회됐다. 곧바로 3월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하지만 새 정부 구성의 기초가 되는 정부조직법 처리가 무산된 것은 정치가 실종된 우리 국회의 현주소를 잘 드러내 준다. 대통령과 집권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령에서 모두 벗어나 있긴 마찬가지다.
한달여를 끌어온 정부조직법 처리 논란 와중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존재감이 극히 미약했던 점은 정치의 실종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강경으로 치닫고, 야당은 이에 반발하는 동안,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협상 대리인 노릇을 하는 데 그쳤다. 협상 와중에 청와대 정무수석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 나타나 지침을 내리는 듯한 모습이 포착된 것은 현재의 당청관계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어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는 무기력한 당 모습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가 야당과 계속 이야기를 하면 여당의 존재 이유가 없다” “여당이 야당을 설득해 합의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청와대를 설득해야 한다”는 등 타협과 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발언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의원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잇따라 표출됐다. “대통령 담화가 협상 결렬의 한 원인이 됐다” “청와대가 한 말에 구속되지 않고 합리성을 봐서 결정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이다. 대통령의 강경 방침과 별개로 여당 지도부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와중에 이한구 원내대표가 국회 선진화법과 관련해 “지금대로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식물국회가 되는 것 아니냐”며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여당의 무기력함은 반성하지 않고 제도를 탓한 것이다. 개정된 선진화법은 여야 합의가 없는 한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금하고 있다. 선진화법은 여야가 국민에게 약속한 새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벌써 개정 운운하는 것은 약속 위반이다.
 
정치 실종의 일차적 원인은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이다. 여권에서 집권 초 대통령의 질주를 막아설 인사나 세력을 찾긴 쉽지 않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정무라인은 친박 일색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독선을 방치하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질 뿐 아니라 여권 전체가 함께 주저앉게 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만 당은 그 뒤에도 계속된다. 당이 중심이 돼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면서 합리적 타협을 주도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한마당] 링컨의 소통, 박근혜의 불통

● 칼럼 2013. 3. 8. 17:3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명불허전.” 
곧 개봉되는 영화 <링컨>을 미리 보고 느낀 소감이다. 물론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명배우 대니얼 데이루이스가 짝을 이뤄 만든 작품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4년 넘게 6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남북전쟁이라는 미국 역사상 최대 위기를 혼신의 힘으로 돌파해낸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빛나는 리더십이 실재하지 않았다면 영화도 감동도 존재할 턱이 없다. 
미 해군사관학교에 가면 ‘위기 때 가장 좋은 배는 리더십이다’(The best ship in times of crisis is leadership)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딱 어울리는 재치있는 문장이다. 그런데 리더십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나라마다 사정도 천차만별일 터인데, 우리나라 지도자에겐 어떤 리더십이 최선일까? 영화 <링컨>이 그 답을 상당 부분 제공해준다.
 
남북전쟁 막바지인 1864~65년 무렵, 링컨은 노예해방이 전쟁의 주목적이라는 급진 공화당원과 오로지 연방의 복원을 위해서만 싸워야 한다는 보수 민주당원 사이에 끼여 있었다.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게 되면 당과 정부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거덜날 지경이었다. 마치 북한 핵과 양극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우리의 현 상황과 비슷하다. 갓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안보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외면할 수도, 경제민주화를 위해 안보를 등한시할 수도 없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링컨은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를 확고한 원칙과 소신, 포용과 통합, 소통이라는 종합예술로 타개했다. 당내 대통령 후보 경쟁자였던 윌리엄 헨리 수어드, 새먼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를 국무, 재무, 법무 장관에 과감하게 기용해 당내 화합을 이룬 데 머물지 않고 야당, 일반 시민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불과 2표 차로 통과된 ‘노예 폐지’ 헌법 제13조 수정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의 반대 의원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링컨의 모습은 ‘진정성 있는 소통’이 최고의 리더십임을 보여준다. 더 강한 내용의 노예제 폐지 조항을 요구하는 급진파 공화당 의원 새디어스 스티븐스에게 ‘북극성만 보고 가다가는 발밑에 있는 진창에 빠질 수 있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전쟁 때 흑인에게 숨진 가족이 있는 민주당 반대파 의원에겐 ‘그런 희생을 노예제 폐지의 숭고한 밑거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읽고 상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그의 능력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걱정이 많다. 신뢰와 원칙은 있는 것 같은데 포용과 소통은 없다는 게 요지다. 최근 관훈클럽의 ‘관훈초대석’에 나온 임채정·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나란히 그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임 전 의장은 그가 권력 독점, 통제와 지시, 반대에 대한 억압, 자원의 강압적 동원, 획일과 효율성 만능 사고라는 박정희 시대의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도 원칙과 신뢰, 헌신과 정도, 품격과 절제가 그를 선택한 이유일 것이나 출범 전부터 밀봉, 불통의 인식을 심어줘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교적 소통에 강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 영화를 보고 “대통령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 결핍증’ 지적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링컨한테 배울 게 많을 것 같다. 영화 <링컨>을 보고 나면, 적어도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쥔 채 “물러설 수 없다”고 외치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 오태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