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정서적 내전…서로 제거하려 해" "뒷골목 건달 패싸움처럼 가족들까지" "과거엔 총칼 독재…지금은 영장 든 검찰 독재" "윤석열, 불필요한 언동이 한반도 위기 불러"
"국민 기본생활 보장하는 게 지속 성장의 길"
"사실은 제가 워낙 이분(김대중 대통령·DJ)의 정책이나 삶의 여정이나 미세하지만, 많이 닮았고 결국 그 길을 또 가게 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에 출연해 <김대중 육성 회고록>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00.6.13. 연합
"결국 김대중의 길을 또 가게 될 것"
"정서적 내전 상태…서로 제거 원해"
이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5번의 죽을 고비, 55번의 가택연금, 6년의 감옥 생활, 777일의 국외 망명 등을 겪은 모진 탄압의 피해자이면서도 정작 대통령이 되고서도 보복에 반대하고 용서와 화해, 포용을 실천한 것을 두고 "과거엔 큰 정치인으로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언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최근엔 진심이었겠구나, 그래야 되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많이 당해보니까"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이 대표의 진단은 엄중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정서적으로는 거의 내전 상태를 향해 가는 것 같다.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제거하고 싶어 한다. 그런 것들이 저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나타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복에 반대했다. 이 대표는 "똑같이 되돌려주기 시작하면 나중에 감당을 어떻게 하느냐. 사람들은 내가 당한 피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에스컬레이트가 되면 끝이 없다. 그럼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윤석열 정권의 행태와 관련해 그는 "잔혹한 권력 행사라는 게 지금은 욕망 때문이지, 보복 감정은 사실 없는 거다. 정치 보복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고 정치 탄압, 정치 폭압이다"라면서 "이게 보복으로 발전할 수 있고. 보복 감정까지 더해지면 정말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정치의 가장 기본은 적정선에서 존중, 인정, 타협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뒷골목 건달들의 패싸움처럼. 가족들까지 불러다가 말이다. 이건 사람사는세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에 출연해 을 주제로 유시민 작가, 조수진 변호사와 대담하고 있다. 2024. 10. 25 [알릴레도 북스 캡처]
'군복에 총' 군사독재, 당사자 물·전기 고문
'양복에 영장' 검찰독재도 역시 인격체 파괴
이 대표는 "과거엔 군복에 손에 든 게 총과 대검인 군사독재였다면, 지금은 양복에 영장으로 바뀐 검찰독재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엔 사람을 압박하는 방식이 물을 먹이고 전기로 지지고 당사자만 집중적으로 했다면, 지금은 영장과 공권력을 가지고 이 사람의 주변을 파고, 그 주변의 주변을 파고, 그 주변의 주변의 주변을 파고. 하나를 잡으면 그 사람을 잡고 다음 사람을 잡고, 결국 타깃을 잡는 데 실제로 성공하고 있다. 그 과정에 저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검찰을 활용한 윤 정권의 '이재명 죽이기'와 관련해 이 대표는 "믿음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내가 법정을 쫓아다녀도 월급 받고 하는 일이다. 제가 겪는 어려움이란 견뎌낼 만한 것이다"라면서 "근데 견딜 수 없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세상에 무수히 많다. 온 가족 끌어안고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집요하게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한 인격체를 파괴해 가면서 자기 욕망을 채워나가고 권력을 유지하는 본질은 군사독재와 똑같다"면서도 "어쩌면 지금이 더 어렵다. 그때는 불법, 부당함이 외부로 드러났다. 지금은 합법을 가장했다. 남의 일처럼 느낌이 잘 안 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독재 같지 않은 독재, 쿠데타 같지 않은 친위쿠데타"라면서 "시스템과 제도를 활용해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진행되고 있고, 성공한다면 우리 사회 체제는 매우 위험한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렇든 윤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국민이 승리할 것으로 믿느냐는 질문에 "승리할 것이라기보다는 승리해야 된다.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25 연합
윤석열의 극단적 적대적 잦은 설화 비판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것은 정말 문제"
윤석열 정권의 외교와 관련해 이 대표는 "지금 워낙 국제 이해관계가 첨예해 우리 대한민국은 특히 외교가 중요한 상황이다. 외교를 잘하면 나라에 살길이 생기고 외교를 잘못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면서 "국익 중심이 아니고 균형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물론 국제적인 충돌이 있고. 진영이 갈라져 충돌이 격화되고 있긴 하다"면서 미국-중국 간 패권 경쟁에 '낀' 한국의 옹색한 처지를 인정하면서도 "결국은 불필요한 자극, 불필요한 언동 이런 것들이 점점 우리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북한, 중국, 러시아, 북한을 상대로 한 윤 대통령의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잦은 설화를 겨냥했다.
이 대표는 "결국 한반도 평화 위기로 다가오고 외교 실패로 다가오니까 기업들의 경제영토가 줄어들고 해외 활동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 한국에 대한 투자와 평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해야만 해서 할 수 없이 하는 것이지,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것은 정말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2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에 출연해 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시민언론 민들레의 이 기사를 언급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전번에 싱가포르에 가서 1억 달러를 기부했다는 보도를 보고 국회나 국민이 과연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일일까?"라고 비판했다. 2024. 10. 25 [알릴레도 북스 캡처]
이 대표는 시민언론 민들레 기사('재정 펑크내고…남의 나라 민주주의 증진에 혈세 펑펑. 2024년 10월 10일)를 거론한 뒤 "저번에 싱가포르 가서 1억 달러를 기부했다는 보도를 보고 국회나 국민이 과연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일일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 서 대담하던 유시민 작가는 "자기 돈을 넣지, 아크로비스타를 팔아서"라고 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외교는 목숨을 건 거래"라면서 "관계가 악화될 염려가 있으면 부딪히면 서로 손해이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존중해야 한다. (윤 정권의 대북 초강경 대응을 염두에 둔 듯) 지금 부딪히는 걸 감수하겠다는 것인지, 그 이상인지 잘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과 관련해 이 대표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것도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문화국가를 준비했다"며 "지금 전 세계 한류의 씨앗을 그때 뿌렸고 세계적 정보통신 국가, 그것도 광통신망 구축에 투자해서...지금 그 열매를 가지고 우리가 누리는 데 이제 한계에 다다라 있다. 지금은 씨뿌리는 사람이 없다"라고 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에 출연해 을 주제로 유시민 작가, 조수진 변호사와 대담하고 있다. 2024. 10. 25 [알릴레도 북스 캡처]
포용 성장, 국민 기본생활 보장 역설
'사이다 이재명' 퇴색 비판에 "오해"
DJ의 대중경제론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포용 성장에 대해 이미 공통의 인식이 있다.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공평하게 누릴수록 더 오래 더 많이 더 크게 성장한다. 경제의 안정성도 총량도. 자원의 낭비가 적기 때문이다. 대중경제론도 그 얘기다. 그 당시 상황에 맞게 얘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독재 방식도 하나의 유용한 개발 정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끝이 안 좋다"면서 "포용 성장이 지속 성장의 유일한 길이다"라고 말했다.
DJ 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에 대한 반발에 대해 "국민의 기본적인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게 그 사회가 지속적으로 함께 잘 사는 길인데 이걸 낭비로 보는 것이다"라며 "그 돈으로 차라리 더 생산성 있는 데에 써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소수의 강자 중심의 사회로 간다.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론 실제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라고 강조했다.
다수 제1야당의 대표가 된 이후 '사이다 맛 이재명'이 퇴색했다는 지적에 그는 "변한 게 아닌가 하고 요즘 저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민주당은 수권정당이고 국정을 책임지는 축이기 때문에 현실을 또 놓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지향과 가치에 너무 매몰될 수 없고, 균형잡기에 노력하고 있다. 지향과 가치를 중시하는 소위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과격한 주장, 아주 바른 얘기로만 할 수 없는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의 무게가 점점 커지니까 현실에 점점 더 천착하게 된다"라고 소회를 털어놨다. 이에 유 작가는 "권한과 역할이 큰 사람은 그 큰 권한과 역할에 맞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그렇지 않은 대통령 때문에 난리 아니냐"라고 말했다.
19일 시청역 앞에서 열린 10월 전국집중촛불에서 시민들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 방첩 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 사령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10.19. 이호 작가
"지금은 동반자 시대…난 지도자 아냐"
노무현엔 "너무 많은 것 되돌아가 버려"
이 대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정치 역사와 관련해 "박정희(전 대통령) 등 지배자들의 시대, 김대중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지도자의 시대, 지금은 동반자의 시대가 열리는 것 같다"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세상이 정말 많이 변해서 대중이 세상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게 촛불혁명으로 증명됐다. 민주당도 처음엔 다 웃었지만, 일상적으로 당원 중심 정당이란 엄청난 변화를 만들었다. 대중이 실제로 주체가 되어가고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사회로 온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저는 지도자가 아니다. 스스로 그렇게 불리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다. 결국은 세상의 이런 흐름을 잘 쫓아가거나 함께 잘 가주면 된다"고 말했다.
노무현 센터 방문 소감을 묻자 이 대표는 "약간 슬픈 것도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되돌아가버렸다.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서 우리가 만든 성취고 전진인데 거의 순식간에 되돌아가는 현상을 위의 우리 어르신께서 보면 얼마나 슬플까"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26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 열린 ‘검찰해체·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언대회’ 집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26일 조국 대표가 조국혁신당의 첫 탄핵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혁신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를 시작했던 2016년 10월26일에 맞춰 윤석열 정권 탄핵을 위한 본격 장외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연 ‘검찰 해체, 윤석열 탄핵 선언대회'에서 “천공·명태균의 목소리를 듣는 윤석열 정권의 헌정 질서 교란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의 퇴진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우리가 선출했기 때문에 참고 기다렸지만,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우리 국민은 더 나은 대통령, 품위 있는 대통령, 무당에 의존하지 않는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대한민국 헌정이 다시 중단되는 것을 걱정하는 분이 많다”면서도 “지금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 얻는 국익이, 이들이 앞으로 2년 반 동안 더 나라를 망치는 손실보다 크지 않나, 국정농단을 더 보고 참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조 대표는 “헌법이 부여하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을 끌어내려야 한다. 윤석열 부부의 법무법인으로 전락한 검찰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서 열린 ‘검찰해체·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언대회’ 집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역대 최악의 정권, 윤석열 김건희 정권을 끝장내야 할 때가 왔다”며 “곳곳에 켜진 소중한 촛불들이 횃불이 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앞서야 한다. 탄핵의 광장을 시민의 삶의 현장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강욱 전 의원도 “국민 세금으로 수사권을 가지고 상대를 보복하는 깡패 검사들을 언제까지 용납해야 하나”라며 “우리의 촛불이 가슴 속의 뜨거운 횃불이 되어 기어이 들불이 되어 윤석열, 김건희 공동정권을 쓸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이 통과되면,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둑은 터졌고, 공직사회는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정권, 그리고 그 운명공동체인 검찰의 저항은 진압되고 몰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회에는 혁신당 소속 국회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등 혁신당 추산 1천여 명이 참석했다. < 한겨레 김규원 기자 >
이정민 "정치계, 종교계, 시민단체 모두 도와달라" 생존자 "숨겨져 있는 참사 피해자를 모두 찾아달라" 송기춘 "유가족들이 원하는 모든 질문에 답하겠다"
국민의힘, 개혁신당 발언 중 유가족들이 항의하기도 민주당 "특조위 예산과 진상 규명하는 것 돕겠다" 기본소득당 "이제 국민 누가 사법부를 신뢰하겠냐"
26일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조앤 래치드 씨가 희생자인 딸 그레이스 래치드 씨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화면
"…2022년 10월 17일 이른 새벽에 공항에 가려고 했던 너가 현관 앞에서 나에게 작별 인사를 했던 것이 기억나. 이른 새벽이라고 우버(택시)를 타기로 했는데, 우리가 그날 너를 공항에 데려다줬으면 조금이라도 더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겠지. 그날이 너무 후회가 돼. ‘엄마 안녕’이라고 환하게 미소 짓던 모습이 너무 그리워. 나는 지금도 그 현관문을 바라보면 너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그레이스 래치드 씨의 어머니 조앤 래치드 씨가 시민추모대회에서 딸에게 보낸 편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26일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진실을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개최했다. 유가족, 시민, 정치인이 모두 모인 이 자리에서는 한 목소리로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과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가 잘 이뤄지는 것'을 바랬다.
시민추모대회는 이날 오후 1시 59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유가협과 시민들이 4대 종단 기도회를 마친 뒤 대통령실 앞, 서울역, 10.29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지나 서울광장까지 행진한 뒤 시작했다. 개최 시간인 오후 6시 34분은 이태원 참사 당시 첫 번째 경찰 신고가 들어간 시각이고, 4대 종단 기도회가 시작된 1시 59분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상징한다.
26일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는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열렸다. 첫 시작으로 웨슬리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화면
시민추모대회의 사회를 맞은 MBC 이선영 아나운서는 "하늘의 별이 된 159명과 여태까지 있었던 사회적 참사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자"고 말하며 시민추모대회의 문을 열었고, 희생자의 가족이 활동하고 있는 웨슬리 오케스트라가 시민추모대회의 마중물이 됐다.
먼저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협 운영위원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이정민 위원장은 "정치계, 종교계, 시민단체와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번 2주기는 외국인 희생자 가족도 방한했다. 우리보다 더 어둠 속에 있었던 분들이다. 이 시간 외국인 희생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위로가 되길 바란다"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정부와 정치권은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소모하지 마라"며 "정치계가 그 역할을 진지하게 이행해달라. 종교계는 재난 참사 피해자의 곁에서 항상 눈물을 닦아 준 것에 감사하며 우리의 등불이 되어 달라. 시민사회단체는 이제 걸음마를 뗀 특조위 진상 조사 과정의 감시자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참사 10년째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시민대책회의에 참석해 추모사를 전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마음을 모를 수 있겠냐"며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이 안전한 한국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행한 모든 것을 존경한다. 그러나 현실은 고통스럽고 비통했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나 국가는 책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특조위가 만들어졌으니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을 다시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는 특별법 재정으로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 시행령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살아남았지만 끝나지 않은 고통 속에 있는 이태원 참사 생존 피해자의 발언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 생존 피해자인 이주현 씨는 "정부는 이태원 참사 부상자가 334명이라고 했지만, 이태원 참사 당시 압박을 경험한 사람만 훨씬 많다"며 "나는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돼 부상자가 됐지만 함께 있던 내 친구들은 목격자가 됐다. (트라우마 등이 있지만)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씨는 "나는 여전히 다리 통증이 있는데, 정부는 병원 치료를 받은 지 6개월이 됐다고 병원 지원을 끊었다"며 "그 뒤로 한 번도 피해자 지원 안내가 온 적 없다. 특조위는 숨겨져 있는 피해자를 찾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존자와 희생자가 없는 진상 조사는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26일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송기춘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화면
특조위에 대한 기대와 염려, 부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송기춘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은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특조위는 참사 발생 원인, 참사 이후 대처가 미숙했던 이유, 참사의 책임자 등 유가족들의 모든 의문에 답을 주겠다"고 했다.
송기춘 위원장은 "이제는 적절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니 국회와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때다. 특조위가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 등의 조사권이 삭제돼 한계가 많다고 하지만 위원회 모두는 한마음으로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모두 "책임자 처벌이 우선시돼야"
26일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발언을 시작하자 유가족들은 환호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화면
이제는 정치권이 나서서 특조위에 필요한 인력과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도와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모두 특조위에 힘을 실어줬지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반대하고 거부권까지 사용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고 있다"며 "특조위가 독립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정부가 왜 추모 행사를 하지 않냐고 물으니 행안부 장관 때문이란 말을 들었다"며 "개혁신당은 앞으로 정치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고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발언하는 내내 유가족과 시민들은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발언을 시작하자 유가족들은 환호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특조위가 예산을 지원받고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밝힐 수 있도록 돕겠다"며 "윤석열 정권의 무대책, 무능력, 무책임이 고스란히 드러난 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라며 "압사 우려 신고 접수가 됐을 때 경찰이 적절한 대응을 했으면 이렇게 큰 희생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도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이 모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나는 경찰 출신이라 참사 원인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추론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죄송하고 책임자에게 분노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특조위가 정부를 상대로 조사를 해야 하니 힘든 조사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조국혁신당은 특조위 활동에 최대한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오늘 낮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다시 참사 장소로 가서 기도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을지 알 수 없다"며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위해 진보당도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26일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개최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사법부가 이태원 참사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있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는 "이제 사법부를 누가 신뢰하겠냐"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붕괴됐다. 유가족과 함께 이들이 원하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에서 참사를 겪은 모든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원내대표는 "세월호, 오송, 아리셀 등 모든 산업 재해의 아픔을 가진 여러분들이 참석했다"며 "모든 분을 위로한다. 이제는 특조위가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26일 오후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가수 하림이 희생자의 아버지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4.10.26.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유튜브 화면
가수 하림 씨는 희생자의 아버지가 만든 곡을 불러서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강하니 사제, 진보대학생넷 강새봄 대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참사 TF 단장 오민애 변호사, 참여연대 김주호 활동가는 특조위가 ▲독립적 조사 기구로 활동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진상규명 조사에 정부가 돕는지 감시하며 ▲참사 발생 구조적 원인 규명 원인을 밝히는 것을 돕겠다고 했다.
시민추모대회는 폐회를 알리며 희생자의 이름과 사진을 영상으로 상영했다. 외국인 희생자가 먼저 영상에 올라왔고, 한국인 희생자는 이름 순서대로 상영됐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 대한 혐오 및 모욕성 댓글은 경고 없이 삭제합니다. 악성 댓글은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연결된 우리는 강하다’…보랏빛 물든 이태원 2주기 추모광장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대회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뒤로 시청 외벽이 추모의 보랏빛으로 물들어있다. 연합
‘작지만 많은 마음들이 이태원참사를 기억하고 있어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마음으로 울고 슬퍼하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10·29 이태원참사 2주기를 사흘 앞둔 2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애도와 기억의 메시지 벽’에 포스트잇이 하나둘씩 붙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던 일상적 공간에서 벌어진 참사가 자신과 무관치 않다고 여기는 이들, 그렇기에 참사가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펜을 들어 적었다. ‘안전사회를 향한 연대를 이어가겠습니다. 연결된 우리는 강합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시민대책회의 등은 이날 ‘진실을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는 약속’이라는 주제로 이태원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개최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참사 발생 장소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부터 시민추모대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서울광장까지 4시간가량 ‘보라리본 행진’을 이어갔다. 같은 시각 서울광장에는 참사 생존자,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진상규명 조사신청을 받는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부스를 포함해, 시민들이 이태원참사를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도록 하는 부스들이 꾸려졌다.
2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애도와 기억의 메시지 벽’에 붙은 포스트잇. 고나린 기자
이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벌써 참사 2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아직 사회가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반지민(21)씨는 “시민들의 일상과 무관한 참사가 아님에도 여전히 참사에 대한 2차 가해가 심각한 걸 볼 때마다 답답하다”며 “누구나 놀러 갈 수 있는 건데, 그런 즐거운 자리에서조차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었던 게 문제”라고 말했다.
류수경(35)씨는 “참사에 대해 편견 가득한 말을 하는 이들도 많지만, 최근 참사의 주요 책임자들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걸 보면 아직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심규원(23)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이태원 참사에서도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런 사회적 참사를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고, 기억하지 않으면 다시 반복될 것 같아서 추모대회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2주기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부스들이 운영되고 있다. 고나린 기자
2년 전 참사 당시 첫 112 신고 시간을 뜻하는 오후 6시34분부터는 시민 5천여명(주최 쪽 추산)이 참석한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2년 전 29일 밤은 한없이 어둡고 공포스러운 긴 터널과 같았다. ‘다녀올게요’ 한 마디 하고 집을 나섰던 아이가 갑자기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아이와 이제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며 “2년간 시민분들이 보여주신 연대는 악의적인 모욕과 폄훼를 퍼붓는 이들로부터 유가족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 다만 여전히 왜곡된 시선이 계속돼 수많은 생존피해자와 목격자들이 참사를 얘기하고 기억하는 일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에 맞서 참사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이태원참사 생존피해자인 이주현씨는 “참사 2년이 지났지만 생존피해자 파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시 그 압박을 경험한 사람은 수백, 수천 명이었다. 그때 함께 있었던 친구들은 가까스로 초기에 구조돼 생존자가 아닌 목격자로 분류됐다”면서 “특조위가 피해자 조사를 최대한으로 했으면 한다. 생존자, 피해자 없는 진상조사로는 진실을 알 수 없다. 각자 경험하고 기억했던 일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
이날 시민추모대회에서는 참사 2주기를 맞아 한국을 찾은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의 편지 낭독, 송기춘 특조위 위원장 등의 추모사, 가수 하림씨의 공연 등이 이어졌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