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재판관 임명 않고 무작정 깔아뭉개기

'헌법 지킬까 말까' 두고 국무위원 '의견 청취'
국힘은 '단식쇼'…박수영 "건강 치명타" 병원행
정부‧여당 헌정질서 파괴 행위 중심에 최 대행

전략적 인내해왔던 민주당에서도 "탄핵" 분출
법률위원장 이용우 "정치적 고려할 때 아냐"
전현희 "탄핵 카드 만지작, 최고위 분위기 고조"

실력 행사 나선 비상행동 "법적 책임 물어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을 방문해 상황실 근무자에게 대응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2025.3.6. 연합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고도 무려 1주일이 지났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배 째라'는 식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해석과 관련한 최상위 사법기관이고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함에도 최상목 대행은 추가적인 '의견 청취'와 '숙고'가 필요하다는 제멋대로의 사유를 들며 법치주의를 깔아뭉개고 있다. '헌법을 지킬까 말까'를 두고 지난 4일 오전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는 '윤석열의 친구' 이완규 법제처장을 비롯한 참석자 대부분이 "현 시점에서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서는 릴레이 '단식쇼'를 벌이다 박수영 의원이 닷새 만에 "건강에 치명타"를 입었다며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마 후보자 임명 저지를 위해 난동에 가까운 생떼를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여당의 이 모든 무도한 헌정질서 파괴 행위가 최 대행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 대행은 헌법재판관 후보자뿐만 아니라 대법관 후보자도 마음대로 임명하지 않았고, 법률상 '지체 없이' 해야 하는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도 두 달 넘게 방기해왔다.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남발과 같은 대통령의 적극적‧공격적 권한 행사는 하면서 국회 의결을 따르면 그만인 소극적‧형식적 권한 행사는 온갖 궤변을 동원해 무한정 미루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표현대로 '불법‧위헌을 밥 먹듯이' 하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선두에서' 헌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부산 방문에 반대하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부축을 받아 일어서고 있다. 2025.3.6. 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전략적 인내를 해왔던 민주당에서도 '최상목 탄핵'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글에서 "국회는 최 권한대행을 탄핵해야 한다.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이 최 권한대행의 손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했다는 국무위원들도 모두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공직자는 누구든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를 할 때가 아니다. 탄핵 사유가 있다면 탄핵당해야 한다. 공직사회에 확실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전날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대행으로서는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무소불위의 거부권을 행사하고 위헌‧위법 사유가 너무나 쌓여 있어서 저희들이 탄핵 카드를 이제 만지작 만지작 하고 있다. 오늘도 사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가 있었다"며 "(최고위원) 대부분이 최상목 대행을 탄핵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지금 탄핵을 하는 것이 정무적으로 맞느냐는 부분에 있어서 판단이 좀 나뉘었는데 점점 그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다.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민주당 지도부의 기류를 전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위원 등 22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비상행동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위원 등 22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비상행동

 

그럼에도 아직 최종 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 연합체가 최 대행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17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대행과 국무위원 등 22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전날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최 대행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비상행동은 기자회견에서 "행정부가 사법부의 결정을 거부 또는 보류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위반함과 동시에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헌법 파괴 행위다. 행정권력이 최고규범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반헌법적 권한 남용"이라며 "헌법 파괴자 최상목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헌재의 결정까지 나온 상황에서 헌법에 따른 작위의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최상목에게 직무유기죄가 성립한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단언했다. 또 "재판관 임명을 보류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해온 국민의힘의 압박에 국무위원들은 최상목을 앞세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종잇조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수사기관은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무관용으로 최상목과 국무위원들을 입건하고 압수수색 등 신속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2025.3.4. 연합
 

비상행동이 고발한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다.

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2.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3.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4. 조태열 외교부 장관
5. 김영호 통일부 장관
6.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7.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8.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9.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10.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11.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2.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3.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14. 김완섭 환경부 장관
15.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6.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
17.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18.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19. 진현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20.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21. 이완규 법제처장
22. 기타 2025년 3월 4일 국무회의 참석자 전원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영장심의위, 예상 뒤엎고 "구속영장 적정" 의결

경호처장 막무가내 싸고돌던 정치검찰 큰 타격

"재범 우려 없다" 등 매번 황당 이유로 기각시켜
계엄 연루 비화폰 통화 내역으로 들통날까 봐?
'팔이 안으로 굽는' 결정해왔던 심의위도 "부당"

고심 끝 '탁월한 선택'한 경찰, 곧 네 번째 영장
김성훈 구속되면 경호처 압수수색도 다시 시도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22. 연합
 

김성훈 경호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세 번이나 기각했던 정치검찰이 의외의 일격을 맞았다.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가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의결한 것이다. 영장심의위는 2021년 설치된 이후 경찰 손을 들어준 사례가 단 1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이례적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검찰의 김 차장 비호 행태가 워낙 터무니없었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 결정을 해왔던 영장심의위마저 철퇴를 내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경찰로서는 탁월한 선택을 한 셈이다.

 

영장심의위는 6일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출석 위원 9명 중 6명의 찬성으로 대통령 경호처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의결했다. 위원들은 이날 쟁점에 관한 검찰과 경찰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질의응답과 위원 간 논의를 거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특히 경찰에서는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 3명이 출석해 김 차장 등의 증거인멸 우려를 적극 설명했다고 한다. 담당 서부지검에서는 부부장검사 1명, 평검사 1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의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기각했을 때, 형사소송법에 따라 관할 고검에 설치된 심의위에서 검찰의 처분이 적정했는지 심사하는 제도다. 전국 6개 고검에 20∼50명의 위원 후보단이 구성돼 심의 신청이 있을 때마다 고검장이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위원을 선정한다. 교수·변호사‧언론인 등 외부 위원들로 꾸려진 심의위는 통상 위원장 포함 10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의결에 참여하지 않는다.

 

김 차장 등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경호실 직원들을 상대로 비화폰 관련 기록 삭제를 지시하거나 부당한 인사 조치를 한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 및 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경찰 특별수사단 측은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도 크다며 구속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해왔으나, 서부지검 측은 "재범 우려가 없다" "특수공무집행 방해 여부에 다툼이 있다"는 등 매번 황당한 이유를 들어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각각 세 차례와 두 차례 기각 또는 반려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31. 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수족 역할을 하는 김 차장을 악착같이 감싸며 방패 노릇을 하는 배경을 두고 검찰 수뇌부가 여전히 '용산' 눈치를 보고 있거나, 비상계엄 연루 사실이 비화폰 통화 내역을 통해 들통날까 봐 철저히 은폐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돼왔다. 내막이 뭐가 됐든 계엄 사태의 전모를 밝히려면 '마지막 퍼즐'인 비화폰 서버 조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치검찰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내란 세력에게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던 상황이다.

 

검찰은 공수처의 압박도 받고 있었다. 공수처가 김성훈 경호차장 영장 기각과 관련해 고발된 심우정 검찰총장 사건을 수사 부서에 신속하게 배당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달 27일 심 총장과 이진동 대검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공수처는 일주일도 안 된 지난 5일 이 사건을 수사4부(부장 차정현)에 배당하며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검찰이 윤 대통령 영장 청구와 관련한 허위 답변 의혹을 이유로 지난달 28일 공수처를 압수수색하자 이에 대한 반격의 성격도 있었다.

 

그럼에도 요지부동이던 검찰은 영장심의위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 차장 측도 안심하고 있다가 뜻밖의 결정에 크게 당혹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영장심의위가 설치된 뒤 4년간 총 15건이 심의됐지만 경찰 요구대로 '영장 청구 적정' 결과가 나온 것은 2021년 광주고검 심의위 사례 한 건뿐이었다. 특히 서울고검 영장심의위는 10건 모두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부적정했다고 의결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검찰 기대를 '배신'한 것이다.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된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18일 오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서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수사관들과 이동하고 있다. 2025.1.18. 연합

 

지난 1월 19일 김 차장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래 검찰의 납득할 수 없는 수사 방해 행위로 속을 끓이던 경찰은 지난달 24일 구속영장 심의 신청이라는 우회로를 택함으로써 결국 돌파구를 만들어냈고 조만간 네 번째 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도 이번에는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부지검 측은 "심의위원회 결정을 존중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의 영장 발부로 김 차장이 구속되면 비화폰 서버 확보를 위한 경호처 압수수색도 다시 시도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의 결론은 그동안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 거부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똑똑이 보여준다"며 "김성훈 차장은 경찰의 압수수색에도 제출하지 않은 '비화폰 불출대장' 내용 일부를 검찰에 제출해 짬짜미 의혹을 자초했다. 이 같은 행태는 검찰이 내란에 가담한 증거를 감추려는 목적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당장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면서 "검찰이 계속 내란 수사를 방해한다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전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25학번, 퇴직교수 포함 극우집단 주장 반복

둘러싼 유튜버, ‘대통령국민변호인단’ 추임새
하교길 학생들 “다수의견으로 보일라” 외면

 

6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사당 캠퍼스 정문 앞에서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2025.03.06. 시민언론 민들레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성공시켰으면 이렇게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을 텐데… 저는 평화로운 삶이 좋아요." 총신대학교 여학생이 학교에서 진행되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보고 한 말이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교 학생이 모두 '탄핵 반대'를 하는 것처럼 보일까 염려스럽다"라고도 했다.

 

6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사당 캠퍼스 정문 앞에서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대학교 과잠바를 입은 총신대학교 학생들은 "나라가 올바르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사람은 총 18명으로 재학생이 12명이고 나머지 6명 중에는 기독교 목사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시국선언에 앞서 하교하는 학생들에게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시국선언에 참여해달라. 시국선언에 오는 게 안전하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합류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재학생들은 정문 오른쪽 언덕 위에서 시국선언을 지켜보다가 캠퍼스 내 다른 건물로 향하거나 하교했다. 10여 명 정도의 재학생 무리는 시국선언을 하는 모습에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식으로 하는게 맞냐'고 이야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총신대 학생이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시국선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국민변호인단' 배지를 단 다수의 유튜버와 극우 세력이었다.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가 만든 단체다. 이들의 배지에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 다시 돌아옵니다'고 적혀있었다. 이들은 대략 50명 정도로 연령대가 높아서 한눈에 봐도 대학생은 아니었다. 간혹 청년층도 있었지만 유튜브 촬영에 열중하는 모습으로 재학생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유튜브 방송을 하거나 학생들에게 '탄핵 반대' 종이를 나눠주거나 도로를 향해 태극기를 흔들면서 "탄핵 반대"를 외쳤다. 길을 가던 시민들이 태극기에 부딪힐 뻔한 일도 발생했다.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확성기를 들고 총신대학교를 찾은 한 시민은 시국선언을 하는 대학생들을 향해 "하나님이 내란에 옹호하라고 했냐"며 "군부 독재를 찬양하는 거냐. 본인과 다르다는 것을 틀렸다고 하며 입을 틀어막는 게 자유냐"고 말하자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이 와서 쌍방으로 욕하며 시비가 붙기도 했다. 충돌 방지를 위해 온 경찰이 싸움을 말리기도 했다.

 

대통령국민변호인단 중에는 호랑이 인형 옷을 입고 무단횡단을 하거나, 확성기를 들고 총신대 내부로 들어가 '탄핵 반대'를 주장하다가 경찰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총신대 학생이 시국선언에서 한 발언은 '극우세력'이 하는 주장과 같았다. 김도원 사회복지학과 21학번 학생은 "작년 투표에서 내 투표가 비닐봉지로 옮겨지는 광경을 봤다"고 했으며, 최희송 신학과 25학번 학생은 "헌법재판소는 TF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등 불공정한 심판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총신대학교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서 한 시민이 "군부 독재를 찬양하는 거냐"고 화를 내자 경찰이 말렸다. 2025.03.06. 시민언론 민들레

 

김산 신학과 25학번 학생은 "공산화냐, 자유냐의 기로에 놓인 이때 우리는 기독교를 말살하는 공산주의 체제를 척결해야 한다. 거짓과 불법이 판을 치는 이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교회들은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극우 유튜버와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은 '잘한다'고 호응했다.

 

총신대 은퇴 교수, 목사들은 시국선언에서 '탄핵 반대'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대한예수장로회 합동 증경총회장단회 회장인 김선규 목사는 대표로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영광 받으시는 질서가 이 나라에 임하길 바란다"고 했으며, 서요한 총신대 역사신학 명예교수는 "자유를 위해 투쟁하자. 깨어나 윤 대통령의 불법 탄핵이 무효가 되도록 행동하자"고 전했다.

 

김 목사는 평양제일노회 성현교회를 42년간 목회한 인물로, 대한예수장로회 합동 증경총회장단회는 한국교회총연합이 윤석열 대통령에 관해 '중립'이라고 한 것과 반대로 '탄핵반대 시국선언문'을 공표했다. 서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될 때 헌법재판소에 가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총신대 정문 맞은 편에는 소수 인원이 '탄핵 찬성'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태극기를 든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은 이들을 향해 "이 학교 학생도 아닌데 왜 왔냐" "나이는 몇 살이냐" 등과 함께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40분 정도 진행됐으며 학생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총신대 시국선언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뿐 아니라 기독교가 극우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형원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기독교 윤리 겸임교수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유튜브'에서 '한국 기독교는 왜 극우화가 됐는가'에 대해 "극우주의자들은 합리성이 결여된 상태"라며 "이들은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에 공감하지 못하고 정치적 목적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가 왔을 때 기독교가 극우화된 것"이라며 "보수 세력이 독재를 할 때 한국 교회는 그들과 결탁해서 어려움 없이 살았다. 그런데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면서 거리에 나와서 억지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때 주도하던 목사가 있다"며 "대형 교회 목사들도 여기에 해당하고 보수적인 목사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전광훈으로 모아진 것이다. 한국 교회는 극우의 길로 완전히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2025 내란옹호 - 1975 독재옹호 '닮은 꼴'"

● COREA 2025. 3. 7. 14:0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조선투위 결성 50주년…해직언론인들의 규탄

"한국 언론 현실, 5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윤석열 반역 비호하는 조선, 언론이랄 수 있나"
"언론이 대학가의 탄핵 여론 왜곡" 비판과도 닮아

 

6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선투위 50주년 기념행사. 
 

 

“내란을 비호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6일은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투위가 결성된 지 50주년을 맞는 날이다. 박탈당한 언론의 자유를 되찾아 올바른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다가 조선일보로부터 강제해직 당한 기자들 32명이 1975년 3월 6일 조선투위를 만들었다. 10여 일 뒤인 17일에는 동아일보사에서 기자와 PD 130여 명이 쫓겨나 동아투위를 결성했다. 한국의 자유언론, 언론민주화 운동이 좌절한 날이자 새로운 출발을 한 날이다. 

 

6일 오전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선투위 위원들과 언론단체 회원들은 투위 결성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조선일보는 그 많은 지면을 동원해 노골적인 편파, 정파적 보도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나라를 파탄내고 있는 그의 반역행위마저 비호하고 있다. 이런 신문을 어떻게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조선일보를 규탄했다. 

 

조선투위는 “지난 50년의 그 오랜 세월 한국의 언론은 달라졌는가”라고 묻고는 “윤석열의 내란사태를 다루는 주요언론의 보도태도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개탄과 비판은 50년 전과 닮은꼴이다. 윤석열 내란에 대한 상당수 언론의 동조와 비호는 75년 유신독재 시절의 언론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조선투위와 언론인단체의 비판은 또 단지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다수 언론을 향한 것이다. 50년 세월을 건너뛰어 흡사한 언론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대학가에서 제기되는 언론에 대한 비판과도 겹친다. 개강을 맞은 대학 곳곳에서 12·3 내란 사태에 대한 ‘2차 시국 선언’을 활발하게 열고 있는 가운데 대학생들은 언론에 대해 거세게 질타하고 있다. <尹 탄핵, "찬성" vs "반대" 둘로 갈라진 대학가>처럼 대학가에서 탄핵 찬반이 팽팽한 것처럼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것을 왜곡 보도라며 성토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지난해 12월 3일 내란 사태 직후 대학별로 학생 총회 등을 열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방학 중 탄핵반대 시위를 하겠다는 극우 유튜버와 윤석열 지지자들의 대학 캠퍼스 진입 점거 시도와 이를 막으려는 학생들 간의 충돌 사태가 벌어졌던 대학가의 탄핵 찬성 여론을 재확인하고 대학발 탄핵 열기를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6일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윤석열 파면! 내란 종식! 고려대학교 학생 동문 교수 직원 582인 공동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2025.3.6 연합

 

고려대 학생들은 6일 동문·교수·직원들과 함께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려대 4·18 학생 시위’가 있었던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공동시국선언을 발표했다. 12.3 비상계엄 직후였던 지난해 12월 6일 학생총회에서 총 2432명 중 99%가 넘는 2416명이 찬성했던 것에 이어 2차 선언이다.

 

숙명여대 학생들의 6일 시국선언도 역시 지난해 12월 5일 학생 2626명 의견을 모아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던 것에 이은 2차 선언이다. 숙명여대 2차 시국선언문은 특히 언론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여러 학교에서 이어지고 있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과 ‘대학가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보도하는 언론은 마치 ‘탄핵 반대’가 대학가의 흐름인 것처럼 꾸며내고 있다”면서 “대학가를 침범하고 있는 내란 옹호 세력도 부정의한 권력을 비판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외쳤던 우리의 목소리를 훼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언론 비판은 50여 년 전인 70년대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의 언론 규탄을 연상케 한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독재정권에 대한 항의뿐만 아니라 언론을 성토하는 학생들의 데모가 일기 시작했다. 1971년 3월 23일 전국의 12개 대학 학생회 대표자들이 ‘전국 대학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각 대학 교내에서 '언론 화형식'을 열며 언론의 타락과 무기력을 비판했다. 학생들은 언론을 ‘권력에 목 졸린 언론’ ‘재벌의 앞잡이로 둔갑한 언론’ ‘황금과 권력을 제일주의로 하는 탈선 상업이론’으로 비판했다. 3월 26일에는 서울대생 50여 명이 동아일보사 앞에 몰려와서 “민중의 소리 외면한 죄, 무엇으로 갚을 텐가”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언론에게 보내는 경고장과 언론 화형 선언문을 읽은 뒤 언론 화형식을 가졌다.

 

4월에는 연세대생들이 교내에서 시국 집회를 열고 언론에 대해 “우리나라 언론은 호화롭고 자랑스런 역사의 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병들어 치료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하며 “국민의 소리를 외면 말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대학가로부터의 언론 비판은 언론계의 자유언론실천운동 및 해직 사태의 계기가 됐다. 71년 4월 동아일보의 자유언론 선언을 시발점으로 해서, 74년 10월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 등 언론사별 자유언론운동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다음해인 75년 3월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기자 대거 강제해직 사태가 발생했다.

 

50주년을 맞는 조선투위는 “군사독재 시대의 언론을 청산하여 이를 정화하고 바로 세웠던들 오늘의 언론이 감히 내란을 비호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다”고 질타했다.

 

조선투위는 “문제의 핵심은 윤석열이 우리의 헌정질서를 무참하게 파괴하는 내란을 저질렀다는 것이며, 윤석열이 끊임없이 거짓말과 궤변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지만 그 거짓말과 궤변을 중계 보도해주고 전파해주는 언론이 또 다른 내란 사태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윤석열의 내란은 나라를 50년 전의 끔찍한 독재시대로 되돌리려는 것”이었듯 2025년 내란 사태 속의 한국 언론은 1975년의 모습으로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50년 전의 언론 화형식이 2025년의 한국 언론 현실에 적잖게 겹친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