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아세안 등 15개국 가입…인도는 ‘옵서버’ 참여

‘철강업종 수혜’ 한국, 비준 절차상 1월 말 적용될 듯

 

 지난 2019년 타이 방콕에서 열린 알셉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 비준 절차를 마친 10개국부터 내년 1월1일 협정이 발효된다. AFP 연합뉴스

 

한국·중국·일본·동남아시아연합(아세안)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하 알셉)이 내년 1월1일 공식 발효한다. 낮아진 관세 장벽을 활용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활동이 점차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관세 철폐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비개방 품목도 많은 터라 협정 발효 직후부터 그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정부는 2일 RCEP을 비준했다고 발표했다. RCEP 협정에 따르면 아세안 회원국 최소 6개국과 아세안 비회원국 최소 3개국이 비준서를 아세안 사무국장에게 기탁하면 기탁일로부터 60일 뒤, 비준서 기탁국들부터 협정이 발효된다. 중국, 일본,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이 이미 비준을 마친 상태에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까지 해당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협정 발효 요건이 충족됐다. 한국은 국회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인 터라 협정 적용 시점은 내년 1월 말로 정부는 예상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쪽은 “국회 내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만큼 비준 절차는 무리 없이 완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도도 RCEP 가입 협상을 벌여왔으나 시장개방에 따른 중국산 공산품 수입 급증 우려 등 때문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본은 인도가 가입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도를 ‘옵서버’로 참여하도록 허용하기로 회원국들이 합의해 향후 가입의 여지를 뒀다.

 

RCEP은 여러 측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참여국의 총인구는 22억6천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29.9%에 이른다. 역내 무역 규모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전 세계 대비 비중도 각각 30% 안팎에 이른다. 지난 2018년 12월 발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 무역 규모(2조9천억달러)보다 RCEP이 두배 가까이 더 많다.

한국은 이 협정 가입에 따라 개별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된다. 다만 RCEP은 단계적으로 관세를 줄이기로 한 품목이 많은 데다 개방에 포함하지 않은 품목도 많은 비교적 ‘느슨한’ 자유무역협정이다. 한 예로 한국은 자동차 시장을 일본에 개방하지 않고, 대신 일본은 김치·파프리카 등 농산물을 개방 품목에서 제외했다. 협정 발효에 따른 눈에 보이는 효과를 단기간에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부 품목에선 수출 증가와 같은 긍정적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날 공산이 높다. 정부는 대표 수혜 업종으로 자동차 부품과 철강을 꼽는다. 해당 품목에 대한 관세 장벽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타이 등은 안전벨트와 에어백, 휠 등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5% 관세율이 적용되던 봉강 등 철강 제품과 20% 관세가 부과돼 오던 철강관도 모두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국내 철강회사들의 RCEP 가입국으로의 수출 규모가 129억달러로 전 세계 수출의 절반가량 차지한 점을 염두에 두면 협정 발효에 따른 수출액 증가와 해당 기업의 이익률 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 김경락 조기원 기자

포뮬러1 회장 딸 · 프리미어리그 구단주 · 유명선수 출신 피해

알프레도 린들리 주범 지목 추적중…세르비아 수도에 사는 듯

 

이탈리아 밀라노 경찰이 공개한 알프레도 린들리의 얼굴 사진.

 

유명 인사 집 세 곳에서만 400억원 이상 금품을 훔친 ‘영국 사법사상 최고 도둑’의 신원이 드러났다.

 

<BBC>는 영국 경찰이 2019년 12월 호화 저택 3곳에서 2600만파운드(약 419억원)어치 금품을 털어 달아난 사건의 주범으로 페루 출신의 알프레도 린들리(40)를 지목하고 검거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1(F1)을 개최해온 버니 에클스턴 포뮬러1그룹 회장의 딸이자 모델인 테머라 에클스턴, 유명 축구 선수 프랭크 램퍼드, 타이 재벌로 영국 프로축구팀 레스터시티를 소유했던 비차이 스리바드하나프라브하의 집이 린들리의 표적이었다.

 

2019년 11월30일 공범과 함께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런던에 온 린들리는 호텔을 잡고 이튿날부터 도둑질에 나섰다. 램퍼드 부부가 집에 없는 틈을 타 고급 시계와 목걸이 등 5만파운드어치를 털었다. 며칠 뒤에는 2018년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스리바드하나프라브하가 살던 집에 들어가 고급 시계들과 현금 40만파운드를 건졌다. 일당은 이렇게 큰 수입을 올린 이튿날 일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성공을 축하하려는듯 760파운드(약 123만원)짜리 샴페인을 마셨다. 12월13일에 에클스턴의 집을 터는 것으로 13일간의 ‘런던 털이’가 마무리됐다. 일당은 에클스턴의 집 한 곳에서만 보석류 400점과 막대한 현금을 훔쳤다. 이것만으로도 영국 사법사상 최대 도둑질로 기록됐다.

 

린들리의 도둑질은 유럽 국가들의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었다. 2009년에는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인터밀란이 경기하는 틈을 타 이 팀 미드필더 2명의 집을 털었다. 1만5천파운드를 보관한 금고와 고급 시계 28점 등 100만파운드가 넘는 금품이 도난당했다. 린들리는 그해 말 밀라노의 유명 디자이너의 유족 집에 침입해 200만파운드어치 보석이 든 금고를 빼돌렸다. 이때 침입 장면이 감시 카메라에 잡혔다.

 

애초 영국 사법당국은 루마니아인들을 런던에서 발생한 초대형 절도 사건 공범으로 보고 기소했으나 이들은 재판을 통해 혐의를 벗었다.

 

린들리는 유럽 각국 사람들이 쓰는 이름으로 적어도 가명 19개를 사용하며 부잣집을 털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BBC>는 그가 건설업자로 행세하며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8월27일 조직 범죄 연루를 이유로 베오그라드 법원에 출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르비아 당국은 영국으로 그를 추방하라는 요청은 거부했다. 앞서 이탈리아는 린들리의 도둑질에 가담한 이탈리아인 3명을 붙잡아 영국으로 보냈다. 이본영 기자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 로고. 메타 제공

 

페이스북에서 사진 속 사람이 누구인지 자동으로 파악하는 ‘얼굴인식 기능’이 사라진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기반 신원인식을 비교적 일찍 도입한 온라인 서비스 중 한 곳이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의 인공지능 부문 부사장인 제롬 페센티는 2일 메타 블로그에 글을 올려 “앞으로 수주 안에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시스템’을 폐지한다. 이는 회사 서비스 전체에서 얼굴 인식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인 2010년부터 이용자들이 올린 사진·동영상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 자동으로 파악하는 기능을 제공해왔다. 이용자가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태그(꼬리표)를 붙이면 페이스북이 이를 수집해 학습하고, 이후로는 별도로 태그를 달지 않아도 사진 속 친구들에게 자동으로 사진을 공유해주는 방식이었다.

 

페이스북은 이렇게 수집한 10억명 이상의 얼굴 템플릿(견본 틀)도 삭제하기로 했다. 페센티 부사장은 “페이스북을 매일 쓰는 이용자 3명 중 1명 꼴로 얼굴인식 설정을 켜두었다”며 “앞으로는 얼굴 인식의 사용처를 (지금보다) 좁은 용도로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는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기능을 휴면계정 해제 등 개인 신원 확인에만 한정할 방침이다. 사진 속 인물이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인물들 중 누구인지 맞추는 ‘다 대 1’ 방식의 식별은 중단하고, 회원이 기존에 등록한 사진과 접속자가 동일 인물인지를 파악하는 ‘1 대 1’ 식별만 남기겠다는 뜻이다. 페센티 부사장은 “얼굴 인식이 한 개인의 디바이스에서 개별적으로 작동한다면 가치 있는 기술일 것”이라며 “이런 방식의 디바이스 내 얼굴인식에는 외부 서버와의 얼굴 데이터 교환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개인정보 침해 등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꼽았다. 최근 ‘세계 최대의 생체정보 저장소’라는 오명을 쓴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권리와 관련한 여러 소송에 휘말리자, 스스로 데이터를 삭제하며 꼬리를 내린 셈이다. 한 예로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주 주민들은 ‘메타가 생체 정보 이용 시 개인 동의를 얻게끔 한 주 법률을 어겼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메타는 소송을 제기한 쪽에 6억5000만달러(약 7700억원)을 주고 법정 공방을 마무리지었다.

 

빅테크 기업의 얼굴 정보 활용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시애틀을 포함한 미국 워싱턴주 킹 카운티 의회는 모든 정부 기관에서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월 캐나다에서도 정부기관인 사생활보호위원회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클러어뷰에이아이의 얼굴인식 앱이 사생활보호법을 침해한다며 이 앱에 저장된 캐나다인 사진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천호성 기자

중국 시민들이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배너 앞을 지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이 약 3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올림픽은 2008년에 이어 베이징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베이징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 세계 최초로 여름·겨울올림픽을 모두 치른 도시가 된다. 하지만 기대감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년 전보다 악화한 중국 내 인권과 자유 의식 때문이다.

 

중국 외신기자협회(FCCC)는 2일 성명을 내 “중국 내 외신 기자들의 올림픽 관련 취재가 1년 넘게 방해받고 있다. 각종 행사와 스포츠 경기장 방문도 거부당했다”며 “올림픽 보도에 있어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투명성 결여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중국 내 언론 통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중국은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은 ‘저자세’를 유지하며 언론 자유의 보장을 약속했다. 200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아이오시 총회에 참석한 중국 쪽 대표는 ‘올림픽 기간 중국 내 민주화운동과 강제노동수용소를 취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에 오는 기자들은 어떤 것이든 취재할 자유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 중국의 인권 현실을 개선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의 국제적 지위가 달라졌고, 이제 그들은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국가가 됐다. 쉬궈치 홍콩대 역사학 교수는 <에이피(AP) 통신>에 “두 베이징올림픽의 가장 큰 차이점은 2008 베이징은 세계를 기쁘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2022 베이징은 나머지 세계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도 중국의 언론 통제를 돕는 모양새다. 실제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베이징 2022 플레이북’을 보면, 모든 올림픽 참가자는 경기장과 호텔 등 정해진 동선 외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 중국 국민과의 접촉도 원칙적으로 차단된다. 각종 소수민족이나 인권 탄압 피해자 취재는 아예 불가능해진다.

 

아이오시는 이런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올림픽 헌장 제48조를 보면, 아이오시는 다양한 언론매체의 보도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 또 올림픽 취재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도 아이오시에 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베이징조직위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는 것 정도 외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해결 의지 자체가 부족해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AP 연합뉴스

 

2008년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은 여름올림픽 총괄책임자였다. 그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고, 국가주석 자리에 올랐다. 최고 권력자가 된 시진핑은 이제 겨울올림픽을 발판으로 내년 10월 열릴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세 번째 임기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사이 올림픽으로 인해 향상될 것이라던 중국 내 인권 문제는 뒷걸음질 쳤고,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선 167위(2008년)에서 177위(2021년)로 떨어졌다.

 

과연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베이징올림픽이 아닌 ‘시진핑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면, 진정 아이오시가 정치가 아닌 올림픽 정신을 위한 조직이라면 취재의 자유부터 보장해야 한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