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쇄빙선 경쟁’…온난화로 얼음 녹는데, 왜?

● WORLD 2020. 10. 3. 04:39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34t급 핵 추진 아륵티카취역

지구온난화로 북극 항로 상업가치 증가

중국과 미국도 쇄빙선 건조 경쟁 가세

 

새로 취역한 러시아 최신 핵 추진 쇄빙선 아륵티카의 모습. 러시아 삼색기 색깔로 배가 도색이 되어 있다. 로스톰 누리집

 

지난 2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대 크기 쇄빙선 아륵티카’(북극)가 길이 173m, 34m 크기의 몸체를 드러내며 물살을 갈랐다. , , 백 러시아 삼색기 색깔로 도색한 아륵티카(배수량 33450t)는 동력원으로 소형 원자로 2개를 탑재하고 있으며, 두께 2.9m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다.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지사 게오르기 폴탑첸코는 북극은 우리의 것이다. 우리는 이를 증명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미국 <CBS> 방송은 전했다.

아륵티카는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령 제믈랴프란차이오시파 제도에서 쇄빙 능력을 시험한 뒤 러시아 최서북단에 있는 쇄빙선 운용 거점 도시 무르만스크로 2주간 항해할 예정이다. 아륵티카라는 배 이름은 1977년 북극점에 도달했던 최초의 쇄빙선 아륵티카에서 따왔다. 러시아 정부는 새 아륵티카를 건조하기 위해 약 370억루블(5560억원)을 투입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유일한 핵 추진 쇄빙선 보유국이며, 현재 40척 이상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부동항이 부족한 특수한 사정 때문에 전통적으로 쇄빙선 보유에 적극적이었던 나라다. 쇄빙선은 얼음을 깨거나 밀어내면서 빙하로 덮인 바닷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화물선이 연중 북극해를 통과하려면 쇄빙선이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지난 2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르만스크로 출발한 쇄빙선 아륵티카 갑판에 있는 헬리콥터 이착륙장의 모습. 상트페테르부르크/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가 최근 더 쇄빙선 건조에 매달리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고 있어 북극해를 통한 항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배로 유럽에서 아시아로 갈 때 북극해를 통과하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남쪽 항로보다 30%가량 거리가 단축된다. 러시아는 쇄빙선을 대거 보유해 북극 항로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이며 아륵티카를 운용하는 로사톰의 북해항로국장인 뱌체슬라프 룩샤는 연중 북쪽 바다 항로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현대적 쇄빙선 선단 구축은 우리 나라의 전략적 목표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아륵티카와 동급의 배를 4척 더 취역시킬 예정이다. 러시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길이 209m, 47.7m에 이르는 배수량 69700t ‘리데르급쇄빙선도 지난 7월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북극에는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약 412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자원도 풍부하다.

중국 선전에서 촬영된 중국 쇄빙선 쉐룽2의 모습. 중국 선전시 누리집

북극해와 영해를 전혀 접하지 않는 중국도 쇄빙선 건조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북극 연구를 위해 1993년 우크라이나에서 쇄빙선 쉐룽을 구입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자체적으로 처음 제작한 쇄빙선 쉐룽2가 취역했다. 쉐룽2호는 배 양쪽 끝 방향에서 얼음을 깰 수 있다. 중국은 2013년에는 북극권 국가인 노르웨이, 덴마크, 러시아, 미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캐나다, 핀란드 8개국으로 구성된 북극 이사회에 옵서버로 참여했다. 2018년에는 발표한 북극 백서에서는 중국은 북극권 국가는 아니지만 북극권 근접 국가라는 논리를 들고나왔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중국은 앞으로 러시아 영해를 통과하지 않고도 공해를 통해서 북극 항로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쇄빙선 건조에 소극적이었던 미국도 최근에는 태도를 바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북극과 남극 지역에서 미국 이익 수호라는 각서에 서명했다. 각서는 2029년까지 미국 정부가 대형 쇄빙선 최소 3척을 건조하고 쇄빙선 운용 거점을 미국 내 2곳과 국외 2곳에 만든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이 보유 중인 쇄빙선은 2척뿐인데 그나마 대형으로 분류되는 쇄빙선은 건조된 지 40년이 넘은 폴라스타한척뿐이다. 조기원 기자

 


코로나 타격, 세계경제 회복…V, W, U, K 전망 정답은?

● WORLD 2020. 10. 3. 04:3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증시 상승 힘입어 빠른 회복 예상한 ‘V형 회복득세했다가 힘잃어

코로나19 충격 깊어지면서 장기 침체 뜻하는 W형과 U형 주목받아

양극화 뜻하는 K형도 주목경제회복 촉진 위해선 양극화 완화 관건

 

미국 뉴욕 주식거래소에 미국 국기가 걸려 있다. 미 증시는 폭락 뒤 빠른 상승세를 나타내 브이(V)형 회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뉴욕/AP 연합뉴스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확연한 2차 확산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 전망도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코로나19 추세에 따라 경제 전망이 낙관과 비관 사이를 오가는 것은 지난 9개월 동안 반복된 현상이다. 이런 현실은 브이(V), 더블유(W)형 등 전문가들이 그동안 내놓은 경기 예측 전망 중 어떤 전망이 떠오르고, 어떤 전망은 힘을 잃었는지 추적해보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미권의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내놓은 전망은 알파벳 브이(V)의 모양에 비교되는 급격한 침체 뒤 빠른 회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고 실물경제의 타격도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런 낙관적 전망은 힘을 잃었다. 이를 대신해, 경기가 일시 반등한 뒤 재차 하락하며 이중 바닥을 거치는 더블유(W)형 경기 침체와 상당 기간 경기가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U)형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경제 전반의 침체 속에 일부 부문만 회복되는 양상도 뚜렷해졌다. 8월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중국 부유층의 소비 회복, 미국 몇몇 거대 기술기업의 나홀로 실적 호조’, 노동시장 양극화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현상을 표현한 경제 양극화 전망이 이른바 케이(K)형 회복 전망이다.

이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인 전망이 부각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초기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우세한 경기 전망은 장기 침체(U형 회복) 전망이었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4월말 경제 전문가 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보면,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를 거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전문가가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브이형 회복을 예상한 이는 10, 더블유형 회복을 예상한 이는 5명이었다.

5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 중 과연 누구의 예측이 가장 현실에 부합할까? 장기 침체 또는 이중 바닥형 침체 예상이 주요국 경제 상황을 더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침체 뒤 급격한 회복 전망이나 회복세의 양극화를 예상하는 전망도 경제의 세부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유용한 측면이 있다.

주가 폭락세를 빠르게 만회해 브이(V)형 회복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인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 추이 그래프. <CNN> 누리집.

 V형 회복 전망

브이형 회복 전망은 세계 경제가 1분기(1~3)2분기 초반 침체를 겪은 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 하반기부터 과거 수준을 찾아가리라는 낙관 섞인 전망이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중국 경제가 2분기에 3.2%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약간의 시차를 두고 봉쇄에 들어간 유럽과 미국의 심각한 상황이 더 부각되면서 낙관적 전망은 설자리를 잃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도 부정적 전망을 뒷받침했다. 통화기금이 지난 46일 내놓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보면, 세계 전체로는 -3.0%, 선진 경제는 -6.1%, 개도국의 경우는 -1.0%였다. 624일 발표된 수정 전망치는 이보다 훨씬 나빴다. 세계 경제와 선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4.9%-8.0%로 떨어졌다. 개도국 성장률도 4월 전망보다 2%포인트 떨어진 -3.0%로 예상됐다.

하지만 브이형 회복이 맞아떨어진 분야도 있다. 미국 경제 주간 <포브스>는 최근 경제 전 부문이 영구적인 축소 과정을 겪고 있어 브이형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정책이 직접 영향을 끼친 분야에서는 빠른 회복세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이나 미국 주식시장이 대표 사례다. 미국 회사채와 주식의 가격은 3월말까지 곤두박칠을 쳤지만 4월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CNN>무디스 애널리틱스가 산출한 미 경제 정상 회복 지수추이.

W형 회복 전망

침체 뒤 회복하는 듯 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바닥형 경기 전망은 6~7월께 미국, 브라질,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특히 주목받았다. 전세계 산업계 동향을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집계하는 영국 정보 업체 아이에이치에스(IHS) 마킷7월치 세계 경영 속보에서 그동안 제기되던 브이형 회복 가능성이 줄고 이중 바닥의 침체(더블유형 경기 순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 분야별로는 미국의 상업 부동산 시장이 이중 바닥 뒤 침체 양상을 보이는 분야로 꼽혔다. ‘전미 부동산투자회사(리츠) 협회의 캘빈 슈누어 수석 부사장은 최근 경제전문 방송 <CNBC>에 출연해 상업 부동산 중 소매업 관련 부동산의 경우 두번째 바닥을 겪은 뒤 회복하는 양상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반기의 봉쇄 국면에서 크게 위축됐다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고,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다시 어려움에 빠진 뒤 서서히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형적인 유(U)형 장기 침체 국면을 보여주는 미국 극장가의 매출액 추이. 지난 1~2월 주당 1억달러를 상회하던 매출액이 3월말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CNN> 뉴스 사이트.

 U형 회복 전망

(U)형 회복 전망은 더블유형 전망보다 좀더 장기적인 시각이자, 침체기 중간의 일시적 회복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관점이다. <CNN> 방송이 무디스 애널리틱스와 함께 산출한 미 경제 정상 회복 지수를 보면, 923일 기준 상황은 2월말을 100으로 했을 때 80.7을 나타냈다. 이 지수는 41859.2를 기록한 이후 서서히 상승하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아주 완만하다.

이 지수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전형적인 장기 바닥세를 보여주는 지표로는 극장의 영화 입장권 판매액 추세가 있다. 3월말 대부분의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8월까지 바닥을 기록한 판매액은 9월초 살짝 느는 듯 싶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언제 끝날지 모를 침체의 전형을 보여준다.

미국의 고용 상황도 과거의 장기 추세에 견줘 보면, 깊은 침체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실업률이 4~5월에 무섭게 치솟은 뒤 꾸준히 하락한 덕분에 고용 상황이 좋아진 듯 보이지만, 과거 상황과 비교하면 여전히 심각하다. 일시적 급등과 하락이 고용시장의 진짜 심각성을 감춘 셈이다. 노동경제학자인 에런 소저너 미네소타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919일까지 27주 연속으로, 미국의 주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1967년 통계 작성 이후 2776주 동안 기록한 최고치를 계속 상회하고 있다며 고용 악화가 각 가정에 끼칠 충격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부유층의 사치품과 자동차 구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에서 관객들이 고급차를 둘러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K형 회복 전망

다른 전망들과 달리, 애초부터 경제 전체가 아니라 부문 또는 계층별 양상에 초점을 둔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에서 더 많은 희생자를 낳은 것처럼, 경기 부양책의 혜택이 모든 부문과 계층에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급격한 침체 이후 빠르게 개선되는 브이형 회복세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미국 주식시장도 업종별 양극화가 극심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집계한 지난 1월말 대비 921일의 업종별 시가총액을 보면, 기술 업종과 필수 소비재 업종은 시가총액이 17% 이상 오른 반면, 에너지 업종은 40%나 감소했다. 전기·가스·수도 업종과 금융 업종의 시가총액도 14~15% 줄었다.

주요 경제 가운데 홀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에서도 양극화는 확인된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투자와 건설 촉진에 집중되면서 그 혜택이 부유층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루이비통 등 외국 사치품 업체들의 2분기 매출이 두자리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고급 차의 5~6월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이상 늘었고, 고급 백화점들은 몰려드는 고객들을 주체하지 못해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비슷한 현상은 미국 고용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금융계 등의 전문직 인력은 재택근무 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반면 판매원, 잡역부, 비서 등 현장 근무가 불가피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위협받는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가 어떤 경로로 회복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회복 속도를 좌우할 관건이 양극화 완화에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신기섭 선임기자

 


폼페이오 7일 방한 앞두고 한-미 외교당국 잇딴 소통

대중 압박대북관련 유의미한 메시지 있을 수도

이번 방한, 내년 초까지 남북·북미 관계 변곡점될 듯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간 주요 양자 현안과 지역 정세 등을 협의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7일 방한을 앞두고 한-미 당국이 긴밀히 소통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2일 서훈 실장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1일 전화 회담을 통해 -미 동맹 관련 현안을 비롯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진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계속 협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최근 서해에서 발생한 남측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망자 유족과 한국 국민을 애도하고, 한국 정부의 남북 대화를 통한 진상규명 등 사건 해결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앞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8(현지시각)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에 관한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논의했다. 비건 부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미국과 한국은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고 비핵화를 성취하며 모든 한국인에게 밝은 미래를 가져오고 북-미 관계 정상화를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가 논의한 창의적 아이디어들에 매우 많이 감사드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혼자서 할 수 없다.

미국과 한국은 우리끼리 할 수 없다. 우리는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고, 그들이 준비됐을 때 그들과의 논의에 계속 열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논의할 수 있도록 대화에 복귀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1<미국의 소리>(VOA)에도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북한은 기회의 창이 열려있는 지금 관여에 나서야 하며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도발을 그만둬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에 따라 추석 연휴 직후인 7일 이뤄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올 연말과 내년 2월 미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남북과 북-미 관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자신이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 포위를 위한 자유주의 국가들의 연대에 한국이 더 많이 기여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네 나라는 쿼드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6일 도쿄에서 2번째 외교장관 회의를 여는 등 각급 회의 정례화에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며 대화 복귀를 호소하고 있어, 폼페이오 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북한이 화답하면, 113일 미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섣부른 도발보다 진지한 대화를 원한다는 인상을 미국에 심어줄 수 있다. 길윤형 기자

 


두 사학 개교 이래 첫 종합감사로 드러난 치부

 

명문 사학을 자처하는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개교 이래 처음 받은 종합감사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부모찬스는 한두 건이 아니었고, 교수들은 법인카드를 들고 유흥업소를 드나들었습니다. 일부 교수의 일탈로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쌍둥이처럼 닮아있는 두 대학의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를 톺아봤습니다.

개교 이후 첫 종합감사? 어떻게 가능했나

그동안 교육부는 비리 의혹이 제기된 대학이나 학생 수 4000명 이상의 대학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종합감사 대학을 선정하고, 해마다 3곳 정도에 종합감사를 벌여왔습니다. 이러다보니 1979년 이후 교육부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립대가 전체의 31.5%(113)에 달하는 등 감시의 사각지대가 발생했습니다.

사립대학의 책무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서 감사 인력을 증원해 사립대 종합감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으면서 학생 수 6000명 이상 대학을 우선으로 해서, 수도권 등의 주요 대학 종합감사를 2021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히게 됩니다. 서울 지역에서는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서강대, 연세대, 홍익대가 종합감사 대상에 포함됐고 경기·강원 지역에서는 가톨릭대, 경동대, 대진대, 명지대가, 충청 지역에서는 건양대, 세명대, 중부대, 영남 지역에서는 동서대, 부산외대, 영산대가 포함됐습니다.

지난 71616곳 가운데 연세대와 홍익대의 종합감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고, 이달 24일에는 고려대의 감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부정입학에 교수가 자녀에게 직접 ‘A학점주기도부모찬스남발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적발된 부모 찬스가운데 가장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건은 이경태 전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 딸의 대학원 부정입학입니다. 교수들이 서로 짜고 입학전형 단계별로 점수를 조작했기 때문입니다.

연세대와 교육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전 부총장 재임 시절인 20164월 대학원 입학전형에서 경영대학 교수들은 그의 딸인 이아무개씨를 합격시키려고 서류심사와 구술시험에서 점수를 조작했습니다. 당시 1명을 뽑는 전형에는 모두 16명이 지망했었다고 합니다. 이씨는 서류심사 단계에서 정량영역인 학점 등 성적 점수가 공동 9위에 그쳤습니다. 학부 전공도 모집 분야와 달랐죠. 그럼에도 이씨는 구술시험 대상자(16명 가운데 8)로 선정됐습니다. 서류심사 평가위원들은 이씨에게는 정성영역(자질 등)에 만점(95)을 주고 그와 정량영역 점수가 같거나 비슷한 지원자 4명에게는 정성영역 점수를 낮게 줬기 때문입니다. 구술시험에서도 평가위원들은 서류심사 1·2위인 지원자 2명에게는 47점과 63점을 주고 이씨에게는 만점(100)을 줘 임의로 당락을 바꿨습니다.

교수가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고 직접 ‘A학점을 준 사실도 여러 건 적발됐습니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2017년도 2학기 회계 관련 과목을 열고 식품영양을 전공하는 딸에게 수강을 권유했습니다. 시험 문제와 정답지는 딸과 함께 사는 집에서 작성했습니다. 딸은 A+를 받았는데 이 교수는 해당 과목의 성적 산출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고려대 대학원에 재직 중인 한 교수도 2017년도 2학기 1과목, 2018년도 1학기 2과목 등 3개 과목을 자녀에게 듣게 하고 모두 A학점을 줬지만 정작 성적 산출 근거인 답안지는 대학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고려대 교수도 2016년도 1학기에 자녀에게 직접 A+ 학점을 주고 답안지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고려대는 자체 조사로 이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고려대는 자체 조사 대상 기간(2014~2018학년도)에 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조사 시점인 지난해는 졸업했다는 이유로 부모의 수업을 들은 자녀 8명을 조사에서 누락하기도 했습니다. 조사에서 누락된 8명은 총 13개 과목을 수강했는데 A+ 학점이 8과목, A 학점이 1과목 등 대부분 높은 학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고려대는 자체 조사 결과 공정성을 저해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교육부가 권고한 교수-자녀 간 강의 회피, 사전 신고제 등을 교원과 학생들에게 안내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교육부에는 관련 규정을 만들지 않고도 만들었다고 허위 보고하기까지 했습니다.

한편, 고려대에서는 부모 찬스로 보기는 어렵지만 모집요강과 다르게 체육 특기자를 선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서류평가로 3배수를 뽑겠다고 공지해놓고 4배수를 뽑는 바람에 최고 점수 수험생 등이 탈락하고 추가 선발자들이 합격했습니다.

강남 술집에서 법인카드 쓴 교수들거기서 뭐 하셨어요?

종합감사 결과에서 부모찬스다음으로 충격을 준 것은 교수 등 교직원들이 법인카드를 들고 유흥업소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고려대에서는 보직교수 등 교직원 13명이 20163월부터 201912월 사이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서울 강남 소재 유흥업소에서 221차례(1인당 1~86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로 6693만원을 결제한 사실이 종합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앞선 2018년 회계감사에서도 고려대 부속병원 소속 교직원 13명이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로 631만원을 결제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는데 또 다시 적발된 것입니다.

연세대 부속병원인 연세 의료원에서도 교직원 14명이 유흥업소·단란주점에서 45차례에 걸쳐 1669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세 의료원은 질병이나 출산 등으로 휴직 중인 전공의 20명에게 당직근무 수당 6663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가 전액 회수 조처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법인 카드를 들고 유흥업소를 드나드는 것도 문제지만 법인 회계 관리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연세대는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나온 소득의 80% 이상을 대학 운영비로 사용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2016~20183년 동안 62~70%만 사용해 256억원의 법인 재산을 불렸습니다.

직원 채용때 사설 학원 배치표 보고 출신대학 차별

직원을 채용하면서 출신 대학에 따라 차별한 것도 연세대와 고려대가 판박이였습니다.

고려대학교 의료원은 2016~2019년 사이 14개 직종에 대해 94차례 정규직 채용을 실시했는데요, 사설 학원의 수능배치표를 참고한 대학순위표를 만들어 지원자 649명을 출신대학에 따라 5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26~30점씩 차등점수를 줬습니다. 2018년 정규직 공채부터는 출신대학에 따라 주는 배점을 32~40점으로 더욱 늘리고, 학점 항목에서도 출신대학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했습니다.

연세대 의료원 역시 2016~2019년 사이 15개 직종에 대해 67회차례 정규직 채용을 실시하면서 사설 학원 수능 배치표를 참고해 출신대학에 따라 5개 등급으로 구분, 최저 50점에서 최대 80점까지 차등점수를 준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이같은 행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출신학교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고용정책기본법 제 7조를 위반한 것입니다. 명백한 불법입니다.

교비로 교직원에 순금 증정·벌금형 받은 교수 징계도 안해

또 하나 눈여겨 볼 지점은 대학들의 제 식구 감싸기행태입니다. 고려대에서는 리베이트수수로 보건복지부에서 의사 자격을 정지당한 의과대학 교수에 대해 징계의결 요구를 하지 않고 경고처분만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연세대에서는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법원에서 벌금형(500만원)을 선고받은 의대 교수에게 3년이 다 되도록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사실이 종합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해당 교수가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대상은 여대생을 청부살해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국내 중견기업 회장의 부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밖에 환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대리수술을 하거나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알선해 각각 1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교원 2명에 대해서도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퇴직자에게도 각별했습니다. 고려대는 2018년 교육부 회계부문 감사에서 구체적인 집행기준 없이 교비로 순금·상품권을 사서 교직원에게 준 것이 드러나 기관경고 등의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20192월부터 5월 사이에 13개 부서에서 교직원 22명에게 퇴직자 전별금’, ‘보직자 임기만료등의 명목으로 1989만원 어치의 순금과 상품권을 교비로 사준 사실이 이번 종합감사에서 재차 드러났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종합감사 결과에 따라 연세대에 중징계(26), 경징계(59), 경고·주의(336) 등을 요청하고 부당하게 지출된 21억여원에 대해 전액 회수하도록 했습니다. 고려대에도 중징계(24), 경징계(38), 경고·주의(168)를 요청하고 부당하게 지출된 29천여만원을 전액 회수하도록 했습니다. 비리와 부정이 심각한 건에 대해서는 고발(연세대 8, 고려대 1)과 수사 의뢰(연세대 4, 고려대 2)도 이어졌습니다.

대학 당국은 징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동시에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명문 사학을 자청해온 지난 세월을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