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번 도청 의혹 사건에 한국방송이 연루된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다. 하지만 도청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정치권에는 ‘수신료 인상안의 국회 통과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방송 쪽이 민주당의 회의 내용을 빼내 한나라당에 건넨 것 같다’는 관측이 파다했다. 민주당은 실제로 도청 범인과 관련한 구체적인 제보도 접수해 경찰에 넘겼다고 한다. 단순히 소문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한 것이다.
취재 현장에서 취득한 정보를 보도 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언론으로서는 금기 중의 금기다. 만에 하나 한국방송이 부당한 방식으로 민주당 회의 내용을 녹취해 은밀히 한나라당에 넘겼다면 실로 충격적인 일이다. 게다가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최대 논쟁거리는 바로 한국방송의 공정성이다. 이런 파렴치한 행동은 그것만으로도 수신료 인상 불가론을 생생히 입증하는 사례가 되는 만큼 진상규명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한국방송으로서는 자신의 연루 의혹에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의혹이 확산되는 마당에 계속 침묵하고 있으면 오히려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이번 사안은 한국방송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의 명예와도 관련된 사안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있다, 없다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잡음 확산을 막는 길이다.
한선교 의원도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녹취록을 건네준 ‘신뢰할 만한 사람’이 누군지를 진솔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정치권에 평지돌풍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그것만이 그나마 책임을 조금이라도 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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