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본인 신고 원치 않아"만 반복…신고와 별개 보호 조치했어야

"가해자가 자꾸 업무 배제" 생전 토로…피해자 진술받고 돌연 사망

 

추행피해 신고 해군 중사 빈소 출입 통제= 해군 여성 중사가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를 한 후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 중사의 빈소가 마련되는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국군대전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공군 이 모 중사 사건의 충격이 여전한 상황에서 해군에서도 여군 장교가 성추행 피해 신고를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성 없는' 군의 성범죄 대응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성추행 피해 사실을 즉각 알렸지만,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전무했던 데다 2차 가해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앞뒤 정황만 다를 뿐 공군 중사 사건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부임 사흘 만에 성추행…75일간 분리 없이 같은 부대 근무

 

13일 해군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인 A 중사는 지난 5월 24일 인천의 한 도서 지역에 있는 부대에 부임했다.

 

A 중사는 같은 달 27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B 상사가 식사하자고 해 전투휴무일임에도 영외 민간 식당에 나갔다. 이전에도 같이 근무한 적이 있던 B 상사는 이 자리에서 A 중사의 '손금을 봐주겠다'고 하는 등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 상사는 A 중사에게 술을 따르게 했고, 이를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며 악담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임 사흘 만에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

 

A 중사는 당일 주임 상사에게만 메신저로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8월 9일 본인 요청에 따라 사건이 정식 접수되고 전속되기 전까지 75일간 피해자와 가해자는 계속 같은 부대에서 정상 근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아무런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피해 초기 당시에 A 중사가 주임상사에게 '일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아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며, 가해자와 분리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특히 B 상사가 피해자의 직속상관인데다 부대 자체도 규모가 작은 섬 부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지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 간 물리적 분리가 이뤄졌어야 한다.

 

해군 관계자는 "안타까운 부분"이라면서도 "법령상으론 성추행 사고가 일어나면 (인지 즉시) 보고하게 돼 있고, 훈령 상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보고하지 않게 돼 있다"고 매뉴얼 상 허점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5월 말 극단적 선택을 한 성추행 피해 공군 중사 사건의 '늑장 보고'로 군이 한 차례 질타를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격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해당 부대에서는 최근에도 성희롱 비위가 확인된 한 위관 장교가 보직 해임돼 다른 육지 부대로 전출되기도 했다.

 

이 위관 장교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여성 부사관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여성 간부 숙소에 무단으로 들어가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사안의 경우에는 성희롱 비위 사실이 확인된 즉시 가해자 분리와 수사가 이뤄졌다고 해군은 덧붙였다.

 

◇ "유족에게 생전 고충 토로"…전속 · 정식수사 착수 직후 사망

 

5월 성추행 직후엔 정식 신고를 원치 않았다던 A 중사가 약 두 달 뒤 정식 신고를 결심했다는 점에서 2차 가해 의혹도 강하게 일고 있다.

 

해군은 정식 신고 전까지인 5월 27일∼8월 7일 사이 2차 가해 여부에 대해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부대장 면담 내용조차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이날 공개한 A 중사와 유가족의 문자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A 중사는 지난 3일 부모에게 "(가해자가) 일해야 하는데 자꾸 배제하고 그래서 우선 오늘 그냥 부대에 신고하려고 전화했다"라며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또 A 중사가 사건 이후에도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B 상사의 업무상 따돌림, 업무 배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하 의원은 전했다.

 

뒤늦게 신고를 결심했던 A 중사가 왜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돌연 사망했는 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A 중사는 8월 9일 사건을 정식 신고하기로 결심하고 같은 날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 모 부대로 전속됐다. 본인이 육상 부대로의 전출을 희망했다고 해군은 전했다.

 

이튿날인 10일 부대 군사경찰에서 성고충 상담관 배석하에 첫 피해자 조사도 받았다. 이때 피해자 요청에 따라 민간 국선변호사 선임을 요청해 지정도 이뤄졌으며, 사망 전까지 8차례 성고충 상담관과 전화 상담을 했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 이튿날인 11일부터 19일까지 청원휴가를 냈던 A 중사는 돌연 12일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군사경찰은 고인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진행해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장관 , 해군 성추행 피해 76일만에 보고받아

사건 직후 '물리적 분리' 안 되고 2차 가해도 지속…'공군 판박이'

가해자, 내일 영장심사…문 대통령 격노·서욱 "유족·국민께 송구"

 

청해부대 장병 코로나19 집단감염 관련 답변하는 서욱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해군 여군이 사망한 사건 관련, 서욱 국방부 장관은 피해 발생 76일 만에 최초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당사자가 '외부 유출'을 원치 않아 상부 보고가 늦게 이뤄졌다는 게 군의 설명이지만, 결과적으로 보고 매뉴얼에 구멍이 생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한 해 문재인 대통령은 격노했고, 정치권에서는 서 장관 경질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13일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욱 국방부 장관이 성추행 사건을 최초로 보고받은 건 11일로 파악됐다.

 

사건이 정식 신고된 9일을 기준으로는 이틀 만이지만, 성추행 발생일(5월 27일)을 기준으로 하면 76일 만이다.

 

피해자가 당초 신고를 원하지 않다가 두 달여만인 8월 7일 부대 지휘관과 면담 요청을 해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9일 본인 결심에 따라 정식으로 상부 보고가 이뤄졌다.

 

11일 해군본부 군사경찰은 부석종 참모총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각각 보고를 했고, 조사본부가 당시 장관에게 서면보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튿날인 12일 A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부 총장은 서 장관에게 사망사실을 지휘보고했다.

 

상부 보고가 뒤늦게 이뤄지면서 그사이 두 달간 피해자 보호가 사실상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군 관계자는 "법령상으론 성추행 사고가 일어나면 (인지 즉시) 보고하게 돼 있고, 훈령상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보고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매뉴얼상 허점이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5월 27일 A 중사는 주임상사에만 피해 사실을 알렸는데, 이후 정식 신고를 결심하기 전까지 두 달여 간 가해자 B 상사와 분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A 중사가 사건 이후에도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B 상사의 업무상 따돌림, 업무 배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합동수사에 착수한 국방부 조사본부와 해군 중앙수사대는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차 가해 여부 등을 수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B 상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4일 오전 중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뤄질 예정이다.

 

인천의 한 도서 지역 부대에서 복무하던 해군 A 중사는 지난 5월 27일 민간 식당에서 B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사건이 정식 보고된 지난 9일 본인 요청에 따라 육상 부대로 파견됐지만, 사흘 만인 12일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까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군 당국은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부검을 하려 했지만, 유족 측이 부검 없이 장례식을 치르기를 희망해 결국 15일 발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군대전병원에 마련된 A 중사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들과 30분간 면담하며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 측은 "딸을 명예롭게 보내달라"고 했고, 서 장관은 철저한 수사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실급식 논란과 공군 사건, 청해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른 서욱 장관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해당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격노하며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고,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서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방부 장관은 총책임자로서 이른 시일 안에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그 내용에 따라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바뀔 기회를 줬는데도 바뀌기는커녕 똑같은 사고를 낸 무능한 국방부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서 장관은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작년 9월 취임 이후 일곱 번째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솔라 오비터  ·베피콜롬보 중력도움 비행하며 포착

 

태양 극지 탐사선 '솔라 오비터'가 근접비행하며 포착한 금성 [ESA/NASA/NRL/SoloHI/Phillip Hess 제공]

 

지난 9, 10일 잇달아 금성을 근접하며 중력도움 비행을 한 태양 극지탐사선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와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Bepicolombo)가 포착한 금성 이미지가 공개됐다.

 

유럽우주국(ESA)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합작해 발사한 솔라 오비터는 지난 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금성 표면에서 약 7천995㎞ 거리를 두고 지나갔으며, 금성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솔라 오비터 태양권 이미저'(SoloHI)를 이용해 금성을 촬영했다.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금성에서 태양 빛이 닿지 않는 밤면(nightside)은 검은 원 형태로 보이며, 그 주위로 초승달 모양으로 빛을 반사하는 낯면이 포착돼 있다. 태양은 금성의 오른쪽 상단에 있어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낯면에서 강하게 반사되는 빛으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금성 뒤로 황소자리의 밝은 별 두 개가 반짝이다가 사라지는데, 오른쪽이 '오미크론 타우리'(Omicron Tauri)이고 왼쪽은 사중성계인 '크시 타우리'(Xi Tauri)다.

 

솔라 오비터가 지나가고 33시간 뒤인 10일 밤에는 ESA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 제작한 베피콜롬보가 금성과 552㎞ 거리를 두고 통과하며 금성을 촬영했다.

 

1024×1024 픽셀 해상도의 흑백 이미지 89장에는 베피콜롬보가 금성의 밤면에서 접근해 낯면으로 나아가고, 금성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장면이 잡혀있다. 이미지 한쪽에는 베피콜롬보를 구성하는 두 대 위성 중 하나인 '수성행성궤도선'(MPO)의 안테나와 동체 일부가 포착돼 있다.

 

베피콜롬보가 포착한 금성 [ESA/BepiColombo/MTM 제공]

 

솔로 오비터나 베피콜롬보 모두 금성 탐사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금성의 중력을 이용해 목표한 궤도로 들어서는 중력도움 비행을 한 것이라 금성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두 탐사선이 금성의 자기장과 플라스마 환경에 관한 자료를 33시간 차이를 두고 각각 다른 위치에서 수집함으로써 금성 연구에 귀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솔라 오비터는 이번이 금성에서 하는 두 번째 중력도움 비행이며, 내년부터 2030년까지 6차례 더 금성을 이용한 중력도움 비행에 나선다. 이를 통해 태양에 더 가까이 다가서고 궤도 경사를 높여 인류 최초로 태양의 남·북극을 탐사하게 된다.

 

베피콜롬보는 수성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 지구와 금성, 수성 등에서 모두 9차례의 중력도움 비행을 하는데, 이번이 세번 째이자 금성에서 이뤄진 두 번째 중력도움 비행이다. 수성에서는 오는 10월 1~2일에 약 200㎞ 거리를 두고 첫 중력도움 비행에 나선 뒤 다섯 차례 더 중력도움 비행을 해 2025년 수성 궤도에 진입하며, 이후 MPO와 수성자기권궤도선(MMO)로 분리돼 본격적인 과학탐사에 나서게 된다.

 

  솔라 오비터(왼쪽)와 베피콜롬보 중력도움 비행 [ESA 제공]

MLB, 32년 전 영화 '꿈의 구장'을 현실로…옥수수밭 임시구장 경기

화이트삭스, 영화 같은 역전승…9회초 4실점→9회말 끝내기 홈런

 

옥수수밭 통해 경기장 들어오는 코스트너=할리우드 스타 케빈 코스트너가 13일 미국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 옥수수밭 임시 야구장에서 열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에 앞서 옥수수밭을 통해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MLB 사무국은 1989년 개봉한 이 영화를 재연하기 위해 영화 촬영지에 8천석 규모의 임시 야구장을 건립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화면은 옥수수밭에서 시작했다. 흰색 와이셔츠와 아이보리색 바지를 입은 백발의 할리우드 스타 케빈 코스트너(66)는 야구공을 손에 쥔 채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옥수수 줄기를 헤치며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옥수수밭 사이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스트너는 옥수수를 헤치고 밖으로 나왔고, 야구장 녹색 그라운드가 펼쳐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8천 명의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코스트너를 맞이했다. 경기장 스피커엔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음악이 흘러나왔다.

 

코스트너는 감격에 젖은 얼굴로 관중들을 바라봤다.

 

옥수수밭 임시 야구장 마운드에 선 영화배우 케빈 코스트너=할리우드 스타 케빈 코스트너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 옥수수밭 임시 야구장에서 열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에 앞서 영화 '꿈의 구장'의 한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MLB 사무국은 1989년 개봉한 이 영화를 재연하기 위해 영화 촬영지에 8천석 규모의 임시 야구장을 건립했다. [AP=연합뉴스]

 

코스트너가 마운드 위로 자리를 옮기자 옥수수밭에선 1910년대 유니폼을 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나왔다.

 

1989년 상영된 영화 '꿈의 구장'의 스토리는 32년이 흐른 13일 인구 4천300명의 소도시인 미국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의 옥수수밭 임시 야구장에서 재연됐다.

 

양 팀 선수들은 옥수수밭에 세워진 임시 야구장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에 앞서 코스트너와 양 팀 선수들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극적인 등장으로 많은 야구팬의 가슴을 뛰게 했다.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은 영화 '꿈의 구장'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승부 조작 사건인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을 소재로 다룬다.

 

'야구장을 지으면 그들이 올 것'이라는 계시를 받은 영화 주인공이 옥수수밭에 경기장을 만들자 블랙삭스 스캔들로 영구제명된 슈리스 조 잭슨 등 선수들이 유령으로 나타나 시합을 한다는 판타지를 담고 있다.

 

영화 '꿈의 구장'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MLB 사무국은 이 영화의 한 장면을 재연하기 위해 지난해 '꿈의 구장'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영화 촬영지인 옥수수밭을 사들여 8천석 규모의 임시 야구장 건립한 후 화이트삭스와 양키스의 경기를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리그가 축소 운영되면서 꿈의 구장 경기는 1년 연기됐고, 이날 상상 속의 그림이 현실이 됐다.

 

MLB 사무국은 최근 야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다양한 이벤트 경기를 추진하고 있다.

 

'꿈의 구장' 경기는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꿈의 구장 경기는 내년 8월에 다시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기에 참가한 양 팀 선수들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양키스의 간판타자 애런 저지는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구단 버스에 탑승한 모든 선수가 헤드폰을 벗어던지고 창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봤다"라며 "어렸을 때 MLB 중계와 영화를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는데, 영화 속에 나왔던 이곳에서 실제로 뛰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꿈의 구장 경기에서 홈런 친 애런 저지(오른쪽) [AP=연합뉴스]

 

경기 내용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다.

 

저지는 4-7로 뒤진 9회초 2사 1루 기회에서 상대 팀 마무리 투수 리암 헨드릭스를 상대로 우월 투런 홈런을 터뜨려 6-7을 만들었다.

 

양키스는 조이 갈로의 볼넷으로 다시 2사 1루 기회를 잡았고, 후속 타자 장칼로 스탠턴이 좌월 역전 투런 홈런을 작렬하며 대거 4득점에 성공, 8-7로 역전했다.

 

화이트삭스 팀 앤더슨[AP=연합뉴스]

 

9회말 화이트삭스의 공격에선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1사에서 세뷔 저발라가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볼 3개를 내리 골라 볼넷으로 출루한 뒤 팀 앤더슨이 상대 팀 마무리 잭 브리튼을 상대로 우월 끝내기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대미를 장식했다. 9-8 화이트삭스의 승리였다.

 

홈런공은 외야에 펼쳐진 옥수수밭에 떨어져 더욱 극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까치가 하늘에서 날아와 부리로 내리꽂아

엄마가 넘어지며 아기 머리 크게 다쳐

공원에 까치 급습 경고문 추가 설치

 

                               까치 공격으로 숨진 생후 5개월 여아 [고펀드미 캡처.]

 

호주 한 공원에서 엄마에게 안겨 산책 중이던 어린 여자아기가 까치 공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호주 공영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시몬이란 이름의 여성은 생후 5개월 된 딸 미아를 안고 브리즈번 글린데만 공원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맹렬한 까치의 공격을 받았다.

 

엄마는 하늘에서 부리를 앞으로 내밀고 수직으로 내려꽂히듯 달려드는 까치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숙인 채 이리저리 피하다가 발이 걸려 넘어졌고, 그 바람에 아기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아기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번 사건은 아기 엄마의 언니인 소피가 인터넷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사연을 소개하며 널리 알려졌다.

 

소피는 동생 부부가 삶의 전부인 딸을 잃고 슬픔에 빠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이동 제한 때문에 마음으로 밖에는 위로를 보내지 못한다면서, 이들 부부가 아기의 장례비를 마련하고 슬픔을 추스를 동안 잠시 일을 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모금 사이트에는 하루만에 수천명이 성금을 보내 목표액 10만 호주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12만 호주달러(1억원)가 모였다.

 

성금에 참여한 사람들은 부부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세상을 떠난 아기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브리즈번 시의회 관계자는 "매우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건이 발생한 장소 주변에 까치의 급습을 경고하는 경고판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호주 공원의 까치 공격 경고문[호주 ABC방송 캡처]

 

호주 조류보호단체에 의하면 이러한 까치 공격은 수컷 까치가 둥지에 있는 새끼를 보호하는 기간인 7∼12월에 주로 발생한다.

 

실제 이번 사건 전에도 다른 주민들이 까치에게 공격을 받아 다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한 여성은 자기 아들이 헬멧을 쓰고 있었음에도 까치 공격을 받아 눈 주위 뺨에 상처가 났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은 아주 공격적인 까치의 집요한 공격을 받으며 500m를 도망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조류보호단체 관계자는 "수컷 까치 가운데 10% 정도가 사람을 공격한다"며 "특히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공격을 당하면 끔찍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등은 평소 자주 오가는 길 주변에 까치둥지가 있다면 번식기에는 다른 길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이 밖에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나 챙이 넓은 모자를 쓰거나 우산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