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핵심 간부인 시모무라 하쿠분 정무조사회장이 올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을 거론했다.
시모무라 정조회장은 지난 4일 일본의 위성방송 채널인 <비에스11>에 출연해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주요국의 선수가 대거 오지 못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정조회장은 간사장, 선거대책위원장, 총무회장과 함께 집권 자민당의 4역 중 하나다.
일본 정부가 국외 관중 없이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가닥을 잡는 등 올림픽 개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자민당의 핵심 간부가 ‘취소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소연 기자
‘지구촌 축제’ 도쿄올림픽 ‘해외관중 없이’ 개최될 듯
일본 정부, 감염 확산 우려 해외관중 포기
일본 정부가 도쿄도 등 수도권 4곳의 긴급사태를 2주 더 연장할 방침인 가운데, 올 7월 예정된 도쿄올림픽 역시 사상 최초로 국외 관중 없이 치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도쿄도가 이번 올림픽에 국외 관중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 조정에 들어갔다고 4일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심각한 가운데, 대규모 외국인 입국이 이뤄질 경우 국민 불안이 커져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일본 안팎에서 도쿄올림픽 취소론이나 재연기론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불식시키는 선제적 조처가 필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국외 관중 포기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루카와 다마요 도쿄올림픽 담당상은 지난달 26일 스가 총리를 만나 국외 관중 포기를 조기에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고, 총리도 동의했다고 이 신문이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공식 입장을 확정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전달할 방침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이 국외 관중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입장은 늦어도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이달 25일 이전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국외 관중을 포기하면 재정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약 90만장의 올림픽 티켓이 팔린 만큼, 고스란히 수입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올림픽 관계자들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고민이다. 올림픽엔 참가 선수 이외에 각국의 경기단체, 올림픽위원회 임원 등 약 5만명의 대회 관계자들이 일본에 들어와야 한다. 국외 관중은 막아놓고 올림픽 관계자들은 다 입국시키면 ‘그들만의 올림픽’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도통신>은 일본 국내 관중의 경기장 입장은 허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조직위는 경기마다 상한선을 어떻게 할지 프로야구, 프로축구 감염대책 등을 참고해 다음달 중에 확정하기로 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밤 기자단을 만나 “(수도권 긴급사태는) 2주 정도 더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스가 총리는 “감염 대책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국면”이라며 “병상 등 의료상황 개선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긴급사태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5일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한다.
지난 1월8일부터 발령된 도쿄, 사이타마, 가나가와, 지바 등 수도권 긴급사태는 지난달 2일 한 번 연장됐으며, 이달 7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다시 2주간 연장되면 이달 21일까지 유지된다. 긴급 사태 발령 이후 수도권 4곳의 신규 감염자는 크게 줄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 김소연 기자
일본 정부 "한국도 참여하도록 도쿄올림픽 방역 철저히 준비"
일본 정부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한국 선수단이 도쿄올림픽에 안전하게 참가할 수 있도록 방역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본대지진의 복구를 전담하는 일본 부흥청의 수장인 히라사와 카츠에이 부흥대신은 4일 주한일본대사관이 한국 언론을 상대로 진행한 온라인설명회에서 "코로나19 감염증이 아직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도쿄올림픽 개최를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 대책에 만전을 기해서 한국 선수단 여러분도 일본에 오셔서 참여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나갈 각오"라며 "일본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바흐 위원장과 함께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실현하고 앞으로도 긴밀히 공조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2011년 대지진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부흥올림픽'으로 치르려 한다.
히라사와 부흥대신은 올림픽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후쿠시마를 방문하고 지역 농산물을 소비해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쿠시마현은 농림수산물에 대해 출하 전 철저한 모니터링 검사를 해 결과를 공표하고 만에 하나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시장에 절대 유통하지 않는 조처를 하고 있다"며 "최근 방사성 기준치를 초과한 식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후쿠시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심리적 불안감에서 소비자가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웃 나라이자 우호국인 한국 또한 안타깝게 그러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54개 국가·지역이 일본의 피해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의 수입을 규제했으며, 이후 39개 국가·지역이 규제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일본산 식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홍콩, 중국, 대만, 한국 등을 포함한 15개 국가·지역은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후쿠시마산 농림수산물의 안전을 거듭 주장하면서 "일본의 엄격한 방사성 기준치를 초과한 식품은 절대 일본 내 유통이나 해외에 수출되지 않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수산성은 지금까지 검사를 거친 후쿠시마산 농림수산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성이 검출된 것은 민물고기 4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에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은 우럭에서 일본 정부가 설정한 식품 허용 한도(1㎏당 100㏃)의 5배의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농림수산성은 당일 어획한 우럭을 모두 회수해 폐기하고 출하를 중단했으며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성이 검출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반등하면서 세계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당분간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이 각각 1조원 안팎의 팔자 물량을 쏟아낸 영향으로 1.28%(39.5) 하락한 3043.49에 장을 마쳤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8원 오른 1125.1원으로 마감했다. 국고채 금리도 10년물이 1.972%로 2019년 3월 20일(1.981%) 이후 약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본 니케이지수가 2.13% 하락하는 등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앞서 3일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0.09%포인트 반등한 1.48%로 장을 마쳤다. 장중 1.5%에 바짝 다가서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7% 급락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1조9천억달러 부양책이 의회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고 백신접종 확대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돼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B0A)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1.75~2%에 접근할 경우 위험자산에 상당한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국채금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미국 국채가 사실상 무위험 자산으로 다른 모든 자산의 가격를 매기는 기준점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미 국채금리에 위험도를 감안한 가산금리를 얹어 차입금리를 산정하거나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할인해 주가를 평가한다. 이에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지난달 초 2.8%에서 이달 초 3.25%로 급등했다. 모기지 금리 상승은 주택 경기와 가계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그동안 초저금리에 힘입어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성장주들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전세계 차입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실질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 불안 요인이다. 실질금리의 대용으로 사용되는 미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는 1월말만 해도 마이너스 1% 아래에서 움직였지만 지금은 -0.7%대로 올라왔다. 명목금리가 올라도 실질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미 연준의 의도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실질금리가 더 오르면 모든 위험자산이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촉발된 금리 급등(긴축발작) 사태가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은 중국의 강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금리 급등으로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금융시장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4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하는 토론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서(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장기금리를 안정시키는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광덕 기자
미디어오늘 · 뉴스타파 · 셜록 3개 매체 서울고검 · 고법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 “기자단 문제 공론화 위한 공익 소송”
법원·검찰 등 법조 출입을 거부당한 미디어 전문매체 <미디어오늘>과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 <셜록>이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3개 언론사는 4일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의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신청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검찰청사 및 서울법원종합청사 내 기자실은 국유재산법상 행정재산이고 기자실 운영도 이들의 권한이므로, 검찰·법원은 정식 언론사로 등록된 신청 매체들에 기자실 사용을 허가하고, 이를 위한 출입증을 발급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3개 언론사는 지난해 12월 검찰·법원에 각각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같은 달 서울고검은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서울중앙지검의 요청을 받아 업무 처리한다”는 짧은 답변만 보냈다. 이에 <미디어오늘>이 전화로 ‘절차를 밟으면 처리한다는 것인지, 더는 답할 게 없다는 취지인지’를 물었지만, 서울고검 관계자는 “더는 답할 게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법도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장이 법원홍보업무 내규에 따라 출입기자에 대한 표식을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와 구성은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법원은 관여하지 않는다. 출입기자단 가입은 기자단 간사에게 문의하라”고 답했다.
3개 언론사는 이런 법원 답변에 대해 “사실상 법원이 기자실 사용 허가와 출입증 발급 권한을 출입기자단에 위임한 것인데, 이 권한을 위임할 법적 근거가 없다. 법원의 거부 처분은 법률 근거 없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소장에 밝혔다. 검찰 답변에 대해서도 “서울검찰청사 관리 및 운용 규정 제34조 2항에 따라 출입증 발급 주체는 명백히 서울고검이고, 신청 언론사들은 ‘법조기자실 출입 및 기자단 가입규칙’에 따르면 가입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법조기자단 간사가 제출한 명단만을 토대로 출입증을 발급해준다면, 공무원이 아닌 자에게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 신청의 권한을 사실상 위임한 것으로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공공기관의 폐쇄적인 공보 관행과 출입기자와의 유착 형성 폐해, 이에 따른 시민 알 권리 증진 저해 등의 문제를 다룬 ‘기자단 카르텔 논란’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지난 1월 <한겨레>에 ‘소송에 나선 이유’와 관련해 “언론사의 자정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가장 좋겠지만, 외부 ‘충격’ 없이는 해결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효실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한 표면적인 이유는 여당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이다.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이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인데, 수사청을 세워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 검찰이 파괴되고 반부패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주장이다. 이 연장선에서 그는 사의를 밝히며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사퇴에 사적·정무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대선 출마’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그의 정치적 자산이자 트레이드마크가 될 ‘법치주의’를 지키려 했다는 모양새와 ‘권력에 맞선 공직자’의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정계진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고, 그사이 야권을 중심으로 한 ‘윤석열 대망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사상 첫 징계받은 총장으로 이미 사임결단이 실기했다는 지적에, 부인과 장모 등 수사와 공효시효가 사퇴시기에 영향을 주지 않았느냐는 관측까지, 고위공직자로써 ‘수신(修身)과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는 시각은 떨칠 수 없게 됐다.
법조계 “사퇴 외 다른 길 어려웠을 것”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이 이번 수사청 갈등 국면에서 사퇴 외에는 다른 길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일선에서 수사-기소권 분리를 위한 수사청 설치를 사실상 검찰 해체로 받아들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검찰의 최고 수장이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여당이 관련 입법을 위해 ‘속도전’에 나서고, 수사청에 대한 검사들의 실명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총대를 메는 것밖에 없다”며 “가만히 있으면 ‘조직이 해체되는데 총장은 뭐 하느냐’는 비판을 받게 되고, 그렇다고 전면에 나서서 싸우는 것도 공직자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껏 중도 사퇴한 역대 총장을 봐도 알 수 있듯 총장은 그런 자리”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계진출 선언
윤 총장은 이날 사의를 밝히며 정계진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검찰에서 할 일은 여기까지”이고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말로 사실상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퇴임 뒤)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답하고, ‘정치도 포함되느냐’는 거듭된 물음에 “그것은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한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철저히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윤 총장의 지난 사흘 행보도 결국 정치적 주목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퇴임하려는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권의 수사청 신설 움직임을 작심 비판하고, 이튿날 언론의 관심 속에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겨냥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는 준비된 표현을 써가며 비난을 이어간 뒤, 이날 사의를 표명한 일련의 과정이 짜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3일 ‘보수의 심장’이자 박근혜 대통령 수사 관련 부채가 있는 대구를 방문해 “고향에 온 것 같다”고 한 발언을 두고서도 보수층의 지지를 노린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정계진출 언제 결심했나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정치권 진출과 대선 출마에 관해 그동안 엇갈린 전망이 있었다.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이들은 최근 정치권에 투신했던 안대희 전 대검 중수부장이나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실패 사례를 들며 “윤 총장은 뼛속까지 검찰주의자다. 조직과 후배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권과 대립하는 것일 뿐 결국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그와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 사이에서는 “윤 총장은 원래 사회, 경제 분야에 두루 관심이 많았다. 총장이 되고 얼마 뒤부터는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와 자주 연락하는 한 지인도 1년여 전부터 “확실히 달라졌다. 정치하는 걸 기정사실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어떤 계기로 정치권 진출에 관심을 가졌는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지난해 이어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과정에서 마음이 굳어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의 참모로 분류되는 한 검찰 간부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손발을 다 묶어버린 인사가 결정적이었다”며 “지난해 총장 고립 인사와 감찰,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거치며 직접 나서야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철저한 검찰주의자인 그의 행보와 처신에 비판적 논란이 거센데다, 재임중 직권남용 문제, 가족비리 등은 그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윤 총장을 잘 아는 한 후배 검사는 “정치를 오래 할지는 잘 모르겠다. 윤 총장 성격상 일사불란한 검찰과 달리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치권에서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15자 입장문’으로 ‘윤석열 사의’ 즉각 수용…강한 불쾌감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한시간 남짓 만에 수용했다. 사의 수용 45분 뒤에는 신임 민정수석에 김진국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두시간 만에 대검찰 업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을 ‘검찰 출신’ 신현수 수석에서 ‘민변 출신’ 김진국 수석으로 교체한 것이다. 말그대로 숨가쁜 전열 정비였다.
문 대통령은 4일 오후 3시15분께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짤막한 입장을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밝혔다. 윤 총장이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선언한지 불과 한시간 남짓 만이다.
정만호 수석이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읽은 15자 분량의 짧은 입장문에는 윤 총장에 대한 강한 불쾌감이 담겨 있다. 청와대 안에선 윤 총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한 것에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이 사의를 밝히자마자 바로 사의를 수용하고 이를 공개한 것도 윤 총장의 ‘헌법정신 파괴’ 발언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검찰총장의 임기를 지켜주려 했고, 검찰개혁에 대한 속도조절 뜻도 내비쳤는데 윤 총장이 이를 모두 무시하고 정치인 같은 행태를 보였다. 임명권자로선 극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민정수석을 교체하는 인사도 이날 오후 4시께 함께 단행했다. 전임 신현수 수석이 검찰 고위직 인사 뒤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을 노출시킨 사의 파동을 일으켰을 때도 사퇴를 만류했지만, 검찰총장까지 사퇴한 마당에 교체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권과 검찰의 대립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판단 아래 최대한 신속히 상황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관심은 집권여당 강경파가 주도해온 ‘검수완박’(검찰 직접수사권 완전 박탈)에 ‘수사권 조정 안착’이 우선이라며 속도조절을 주문해온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가 검찰총장 사퇴와 민정수석 교체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느냐다. 관측은 엇갈린다. 문 대통령이 여당 강경파의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드라이브에 공개적으로 자제를 당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검찰 직접수사권을 없애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4일 임명된 김진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왼쪽)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전임 신현수 수석과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일각에선 ‘속도조절론자’였던 신현수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민변 부회장 출신의 김진국 수석을 앉힌 것 자체가 강력한 검찰개혁 드라이브의 신호라는 해석이다. 청와대에서 윤 총장 사의 과정에 대해 격앙된 내부 분위기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보선을 앞두고 정권과 검찰이 정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정치적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것을 우려해 당분간 ‘숨고르기’ 모드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새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검찰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에 김진국(58)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사의를 표명했던 신현수 민정수석은 임명된 지 63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 출신인 김 신임 수석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7월 감사원 감사위원에 임명됐다. 김 신임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 들러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소임을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 주변도 두루두루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 참석해 김 신임 수석을 직접 소개했다. 신 수석은 “여러가지로 능력이 부족해서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검찰 내부, 윤석열 ‘사퇴 공감’ 분위기… “무책임하게 떠나” 비판도
검사들 “이렇게 빨리 물러날 줄은” 후임 이성윤·김오수·조남관 거론
윤석열 검찰총장의 4일 사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우호적 반응이 많았다. “법치주의 파괴와 검찰 중립성 훼손을 막기 위해 직을 던진 검찰총장”이란 의견이 많았지만, 한편에선 “윤 총장 재임 동안 검찰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는 지적과 함께 “수사권 박탈 위기에 무책임하게 조직을 떠난 총장”이란 평가도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 문제뿐 아니라, 현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벌인 뒤 진행된 ‘좌천성 인사’ 등으로 검찰의 부패수사가 제구실을 못 하고 있었다”며 “수사팀 하나도 못 꾸리는 총장이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차라리 외부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올해 수사-기소 분리 입법 과정에서 총장이 사실상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여당의 수사권 박탈에 맞서 총장이 더 강한 입장을 내줄 것을 기대했는데 무책임하게 사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총장직 사퇴가 검찰 조직과 법치주의 회복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결정이라면, 검사로서 실망이 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사들 대부분은 윤 총장의 조기 사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몇달 전 사상 초유의 징계청구를 겪고도 버틴 총장이 이렇게 빨리 물러날 거라고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사퇴와 맞물려 내부적으로는 검사들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지난해 총장 징계와 최근 검찰 인사를 겪으면서 내부 불만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라며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 지 두달도 안 돼, 보복 수준의 수사권 박탈 입법을 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검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에서는 검찰총장의 부재로 수사청 신설을 둘러싼 반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 검찰청의 부부장 검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청 반대 입장이 나오겠지만, 당장 집단반발이나 사표 행렬이 이어질 것 같진 않다”며 “정부·여당에 각을 세우지 않는 성향의 검찰총장이 오면 (수사청) 반대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 검찰총장 후보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조남관 대검 차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차기 총장 인사를 두고 또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기원 장예지 기자
민주 “윤석열, 무능하고 무책임” 정의 “사실상 정계진출 선언”
민주 검찰개혁특위 “입법은 국회 몫, 수사-기소 분리 예정대로”
더불어민주당은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힌 것과 관련해 “얻은 건 정치검찰의 오명이고, 잃은 건 국민의 검찰이라는 가치”라며 “이제 정치인 윤석열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오롯이 윤석열 자신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국민의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가 돼 중단없는 개혁을 하겠다는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왔다”고 맹공했다. 허 대변인은 “사퇴 하루 전 대구를 방문하고, (대검) 현관에서 수많은 언론을 대상으로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국민을 선동했다.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에 대한 개혁은 하지 못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검찰총장”이라며 “사의 표명은 정치인 그 자체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윤 총장이 ‘정치 행보’를 보인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직무정지도 거부하면서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임기만료를 고작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겠다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로 봐야 한다”며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정해지자마자 돌연 사퇴발표를 한 것은 피해자 코스프레인 동시에 이슈를 집중시켜 4월 보궐선거를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발 기획 사퇴’를 충분히 의심케 한다”고 썼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도 “윤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늘 강조했으나, 정작 살아 있는 권력을 핑계로 가장 정치적인 검찰총장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며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에 남아있는 직접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내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기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는 윤 총장의 사퇴와 관계없이 예정대로 법안 논의를 진행해갈 예정이다. 검찰개혁특위 위원인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입법의 국회의 몫이다. 검찰총장의 사퇴 여부가 입법 과정을 좌우할 수 없다”며 “검찰이 당사자니까 검찰, 법무부, 경찰 등 당사자 의견 충분히 들어서 입법활동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총장의 거취 문제가 입법에 크게 변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윤석열, 별의 순간 왔다”더니…김종인, 사퇴 선언에 말 아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 선언을 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앞으로 진로를 어떻게 개척해가는지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윤 총장의 정치 입문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메시지와 행동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뜻이다. 보수 야권에선 대선까지는 아직 1년 남짓 시간이 남은 만큼, 윤 총장이 당장 특정 정당에 들어가기보다 장외에서 세를 규합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윤 총장을 임명한 뒤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통치 능력이 과연 있는 것이냐 생각을 하게 한다”며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총장’이라고 했으니 임기를 채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줬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중대범죄수사처(중수처)법을 만들어서 검찰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니까 검찰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저런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으로선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한테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검찰 인사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도 수리했다. 여당 일각에서 추진 중인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가 윤 총장의 사퇴 이유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이런 인식은 실제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할 이유가 될 수 없다. 벌써부터 윤 총장의 대통령선거 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검찰의 중립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우리 사회에 누적돼왔고, 궁극적으로 권한 분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윤 총장 자신도 동의한 바 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지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부가 정할 몫이다. 더구나 수사·기소권 분리는 이제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다. 검찰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입장을 표명하고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여권도 검찰의 의견까지 들어 충분한 검토를 거치겠다고 한 상황에서 총장이 사퇴까지 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 총장의 사퇴를 보면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윤 총장은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명시적인 언급은 없지만 사실상의 정치활동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선 이례적인 언론 인터뷰로 주목을 끈 뒤 이틀 만에 공개적인 사퇴 선언을 했다. 전날에는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대구를 방문했다. 노회한 정치인을 뺨치는 행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수사·기소권 분리를 쟁점으로 한껏 부각시킨 뒤 사퇴 명분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윤 총장은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왔다. 그런 그가 임기 도중 사퇴하고 정치에 뛰어든다면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현직 때의 권한 행사가 정치적 고려로 이뤄졌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고, 향후 검찰의 행보에도 정치적 불신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검찰의 신뢰성에 치명타다. 수사·기소 분리를 떠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검찰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개혁에 대한 저항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하지만, 국민적 지지를 넓히는 데도 더욱 힘써야 한다. 청와대는 검찰 안팎에서 두루 신망받는 인사를 후임 총장으로 신속히 임명해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