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 금지’ 등 러시아가 요구하는 동유럽의 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러 협상이 내년 1월에 시작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2일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초 러시아와 미국 대표 간에 양자 협상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뒤이어 역시 1월에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 간에 (안보 보장) 협정안에 대한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인 21일 국방부 확대 간부회의에서 “러시아는 어떠한 도발에도 군사·기술적 대응을 포함한 합당한 대응 조치를 취할 모든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가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최소한 분명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명확히 규정된 법적 보장을 원한다. 우리는 문제들을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길 원한다”며 협상을 통한 원만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앞선 7일 푸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갈등을 풀기 위해 미-러와 나토 주요국들이 모이는 ‘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었다. 러시아는 이후 지난 15일 러시아의 구체적 요구 사항을 미국에 전달했다. 러시아 외교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러시아는 더 이상 나토를 동진시키지 않고, 옛 소련 지역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할 것을 미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다시 이틀 뒤인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로부터 받은 초안 가운데 “몇가지 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그 밖의 점에 대해선 협의할 용의가 있다. 유럽의 동맹국 등과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1월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봐 미-러 외교당국 간 물밑 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협상 일정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화상 대담하는 이재명 대선 후보=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이번 대담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현장 패널 15명도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21일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을 통해 '공정' 이슈 부각에 나섰다.
자신의 경제 성장 전략인 '전환적 공정성장'의 주요 개념인 '공정성'을 강조하며 정책·비전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동시에 최근 부인 김건희씨의 이력 논란 등으로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로부터 공정 이슈의 주도권 빼앗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아트센터에서 샌델 교수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온라인 화상 대담을 했다.
이 후보는 그간 한국 사회의 불공정성을 극복하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그는 샌델 교수가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다룬 능력주의 비판과 자신의 경제 비전인 '전환적 공정 성장'의 융합을 시도했다.
2030세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능력주의 담론이 힘을 얻는 현상은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그 근본 원인은 저성장이라며 경제 성장 정책으로 부작용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와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등 청년층의 정서와 어긋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사례들을 여럿 제시하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는 "성 할당제, 지역 할당제, 취약계층 할당제 등 예외적 보호조치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평창 아이스하키 선수 몇 명을 북한에 배정하니 젊은이들이 반발한 것에 기성세대들은 '왜 그러느냐' 했는데, 변화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자리 하나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데 누구는 갑자기 국가 정책에 의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정서가 인국공 때 나타났다"며 "청년세대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기성세대가 제대로 못 보고 공감하지 못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정시·수시 비율 조정 문제도 바탕은 같다"며 "수시는 믿지 못하겠다, 정시에서 소수점 차이로 결판내자는 게 공정하지 않으냐는 그 측면만 보면 맞는 말"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샌델 교수의 능력주의 비판을 인용해 "지금은 과연 공정한 것이 정의로운지에 대해 의문이 자꾸 생기는 시대"라며 "능력주의란 실질적으로는 평등하지 않으나 형식적으로 공정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기회 부족과 경쟁 격화가 계속되면 극우 포퓰리즘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국가 과제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제가 제1공약을 성장 회복이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올해 추가세수가 5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특정 기업이 엄청난 영업이익을 올린 것"이라며 "반대로 다수 서민은 엄청난 위험에 처해 있다. 국가의 대대적 역할을 통해 정의롭게 모두가 전환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가 경쟁을 통해 추구하는 일자리는 경쟁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일자리는 배려해야 한다"며 "인국공 사태나 특정 공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문제를 빼면 복지적 일자리가 크게 충돌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이런 발언은 청년 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 이슈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는 차별화하는 '이재명표 해법'으로 접근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윤석열 후보의 원칙주의 이미지를 흔들면서 공정 이슈의 주도권을 빼앗아오겠다는 의도도 담긴 포석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비리) 비리' 의혹에 더해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후보와 샌델 교수의 대담 유튜브 링크를 공유하면서 "윤석열표 공정의 현재 위치는 김씨의 허위 경력과 허위 수상 이력에 막혀 불공정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며 "이 후보가 만들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공정 속 공정과 정의의 상식을 외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다만 이 후보가 이날 직접 윤 후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재명-샌델 대담…“능력주의로 포장된 불평등 위험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를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며 “(능력주의에 몰입돼) 소수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할당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매우 위험하다”며 ‘형식적인 공정’ 담론을 경계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샌델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온라인 화상 대담을 했다. 이 후보는 “샌델 교수가 ‘공정하다는 것이 과연 보기만큼 공정하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제가 대한민국 정치에서 고민하는 의제와 일치해 깜짝 놀랐다”고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은 “능력주의로 포장된 불공정”에 대한 공감대를 이어갔다. 샌델 교수는 “대다수 한국인은 한국이 굉장히 불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것은 기득권 계층에 진입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결과라고 믿고 자만심이 생기는 것이 원인이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빈부격차를 해결하는 첫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한 능력주의가 오히려 불평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에 이 후보는 “매우 적확한 지적”이라고 맞장구쳤다.
이 후보는 이어 “최근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오로지 경쟁의 결과물로만 갖고 최종적인 결과를 내자고 해서 소수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할당제를 통째로 폐지하자는 말이 많이 있다. 당장의 정치 현실에서 유력 정치인들이 그런 말을 하고 있다”며 “‘할당제를 없애야 한다’, ‘오로지 하나의 기준만으로 능력을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매우 위험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할당제 폐지 주장이 형식적으로 공정해 보여도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승자들의 자만심”이라며 “그들은 모두 자신이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생각해 비기득권 계층에 대한 책임의식이나 부채의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이 후보는 샌델 교수가 책에서 제안한 ‘대학 입학 추첨제’에 관심을 보이며 “추첨제가 현실 사회에서 하나의 정책으로 실현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샌델 교수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상위 1% 계층의 입학생 수가 나머지 하위 50% 계층보다 많은 사례를 언급하며 “(추첨제 등) 이런 제도를 책에서 제안한 것은 명성이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노력뿐 아니라 운에 크게 작용됐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성이 있는 대학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삶의 수준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 후보가 말한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후보는 “청년세대들은 능력주의에 상당히 많이 몰입된 상태”라며 “시험 성적으로 최종적인 결론을 내고 각자가 지금 가진 최종적인 능력치에 따라 결론을 내자고 생각한다. ‘지방 인재 할당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한다, 성 할당제도 재고해야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할당제도 재고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불공정한 것이 아니냐, 능력주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거듭 우려를 나타냈다. 샌델 교수는 “한국에 방문했을 때 목격한 것은 수백명의 젊은이가 불평등과 불공정의 해결에 관한 커다란 갈증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사회 구성원들의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공공의 선에 참여하고 모두가 정치에 참여해 사회적 문제에 관해 공동의 논의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영 기자
이재명 “윤석열, 김종인·이준석 뒤로 피하지 말고 논쟁하자”
소상공인 단체 초청 토론 불발에 “후보 간 정책토론을”
‘법정토론만 할 것’이란 보도 거론하며 “국민 도리 아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의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기 위해 대담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번 대담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현장 패널 15명도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김종인·이준석 뒤로 피하지 말고 논쟁하자”며 정책토론을 거듭 제안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정동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의 대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간단체들이 다급한 현안을 두고 유력 후보로 불리는 윤석열과 저를 초청했는데 결국 윤 후보는 그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언론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윤 후보는 ‘법정토론 외에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단체 연대가 지난 20일 두 후보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윤 후보가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하면서 ‘양자 토론’이 불발된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앞서도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매주 1회씩 정책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지만 윤 후보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제가 문제가 있다면 면전에서 지적하고 제게 반론 기회를 주시고, 저도 윤 후보께 질문할 것도 있으니, 질문에 답도 해주시고 하는 게 국민의 일꾼이 되겠다는 사람의 최소한의 도리”라며 “피할 필요가 없다. 다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야 간 네거티브전이 과열되는 상황이 부적절하다며 “후보 간 정책 토론이라든지, 정책 경쟁이 전면에 드러나서 후보의 정책과 능력, 비전과 가치를 검증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께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나 이준석 당대표 뒤쪽으로 피하지 마시고, 저하고 얼굴 보고 논쟁도 주고받고, 국민들께 어떤 차이가 있는지, 누가 이 나라의 미래를 담당할 만한지 보여드리면 좋겠다. 같이 뵐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심우삼 기자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교육위 전체회의는 민주당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 허위경력 관련 현안질의를 요구했으나 야당이 불참해 안건이 미정인 상태로 열렸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씨가 ‘대한민국 미술대전’ 수상·전시 이력도 허위로 부풀렸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김건희 허위경력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들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가 2004년 서일대에 제출한 이력서 가운데 수상·전시 경력을 부풀려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김씨의 서일대 이력서를 보면, ‘수상 및 전시 경력’ 가운데 하나로 ‘1995∼1999 대한민국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이 포함돼 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1995년부터 다섯차례 수상해 국립현대미술관에 출품작이 전시된 것처럼 적은 것이다. 그러나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연도별 대한민국 미술대전 브로슈어를 하나씩 확인한 결과, 김씨는 1995년 작품명 ‘206-생’으로 입선한 것 외에는 수상 내역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에 확인 결과, 미술협회는 출품작 가운데 수상작만 전시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즉, 1995년 이후 김씨 수상 및 전시 이력은 허위인 것이다. 본인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
회견에 참석한 의원들은 지금까지 김씨에게 제기된 허위 경력 의혹들을 하나씩 언급하며 청문회 개최도 요구했다.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 박사과정 중 비케이(BK)21 사업프로젝트 선정 여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 졸업 석사를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석사로 기재한 이유 △서울대 ‘글로벌리더’(GLA) 과정의 하나였던 2006년 뉴욕대(NYU) 연수를 별도의 연수처럼 적은 이유 △서울 대도초, 광남중, 영락고 또는 영락여고, 한림대 근무·출강 여부 △한국폴리텍1대학 강서캠퍼스 산학겸임교원 조교수 대우 경력을 부교수(겸임)로 기재한 이유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 진위 여부와 발급 경위 △2004년 서울국제애니매이션 대상 등 수상경력 진위 여부 등을 윤 후보와 김씨가 구체적으로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지금까지 총 5개 대학에 제출한 이력서에 18가지 허위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을 했고, 윤 후보와 김씨가 억울하다면 명명백백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것을 두고도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회의는 여야 간사 간 안건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국회법상 4분의 1 이상 의원 동의로 열려 1시간여 진행됐다. 회의에서 교육위 여당 간사인 박찬대 의원은 “평소 윤 후보가 공정과 상식, 정의를 입에 달고 살았던 만큼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두려운지 국민의힘은 회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회 교육위 야당 간사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민주당은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인 정치공세를 위해 상임위를 열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의사일정에 응할 수 없고, 여당의 뻔한 정치공작에 놀아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최하얀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인 이준석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윤석열 후보 측근그룹과 갈등으로 이 대표가 잠적하는 파행을 극적으로 봉합하며 지난 6일 출범한 선대위가 보름 만에 또다시 내홍에 휩싸이면서 ‘윤석열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연직인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본부장 등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자신의 지시를 거부한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을 겨냥해 “상임선대위원장 지시를 듣지 않겠다는 공개 발언을 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선대위는 기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제 의지와 다르게 (선대위 내에서) 역할이 없기 때문에 모든 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울산에서의 회동이 누군가에게는 그래도 대의명분을 생각해서 할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안겨줬다면 일군의 무리에게는 한번 얼렁뚱땅 마무리했으니 앞으로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부담을 느껴서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며 ‘윤 후보의 명령만 듣겠다’던 조 단장을 거듭 비판했다. 또 “이때다 싶어 솟아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윤석열 문고리’로 지목된 장제원 의원이 이날 자신과 조 단장을 싸잡아 비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조수진 단장이 후보의 뜻을 따른다고 했는데 사태가 이렇게 커질 때까지 후보와 상의한 건지, 후보가 조 의원에게 어떤 취지로 명을 내린 건지 궁금하다”며 윤 후보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이번 일이 조 단장 개인이 아니라 윤석열 리더십의 문제라고 보냐’는 질문에 “후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선거에 대한 무한 책임은 그래도 후보자가 갖게 된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와 관련해 “후보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며 “울산에서의 합의대로 당 관련 사무에 있어서 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예고한 사퇴 기자회견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조수진) 두분 관계를 잘 매듭짓는 것이 당과 정권교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게 아니냐. 잘 정리되지 않겠나”라며 갈등 해결을 낙관했지만 파국을 막진 못했다. 조 단장은 이 대표 사퇴 뒤에도 “이유를 막론하고 송구하게 됐다”는 뜻만 밝히고 업무를 이어갔지만, 윤 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사태 수습을 일임한 직후인 이날 저녁 8시10분께 페이스북을 통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해정 기자
윤석열 “이준석 사퇴 문제, 김종인에게 일임” 수습 미뤄
‘사의 수용한 거냐’는 질문에는 답 않고
“내가 처리하겠다”는 김종인 발언만 전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간담회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갈등으로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사퇴 뜻을 밝히는 등 선대위가 최대 위기를 맞은 데 대해 윤석열 대선 후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얘기하고 있다”며 사태 해결을 김 위원장에게 일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가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연 지 2시간30분 뒤인 오후 6시30분께 윤 후보는 당사에서 비공개 일정을 끝내고 기자들을 만나 “총괄위원장께서 ‘이 문제는 나한테 맡겨달라’고, ‘후보는 조금 있어라. 내가 이 문제 알아서 처리하겠다. 내가 맡아 하겠다’ 이렇게 해서 김 위원장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해결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만 전한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사의를 수용하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윤 후보가 (오후) 5시 넘어서 김 위원장과 상의했고, 김 위원장이 ‘나에게 일임해달라’, ‘해결해보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는 걸로 (했다)”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두 사람은 통화를 통해 이렇게 논의했고, 김 위원장에게 일임된 문제에는 조 단장의 거취를 포함해 선대위 운영 개선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선대위 인적 개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선대위는 효율적 선대위를 하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현재 조직에서 어떤 방식으로 효율성을 찾을 것인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총괄 선대위원장으로서 당헌당규에 따라 (이를 실행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선대위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지며 “사태가 이렇게 커질 때까지 후보와 상의한 건지, 후보가 조 의원에게 어떤 취지로 명을 내린 건지 궁금하다”며 사실상 ‘윤석열 책임론’을 제기한 상황에서 윤 후보가 사태 수습을 김 위원장에게 미룬 것이다.
이 대표의 돌발 사의 표명에 선대위는 아직 사의가 수용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표의 선대위 직책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셔야 한다. 사의 표명을 했지만 아직 그걸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 (직이) 유지되고 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선대위 기강붕괴 방관하다가…윤석열, 리더십에 타격
선대위서 짐 싼 국민의힘 대표
장제원 “당 대표 옹졸한 자기정치”
문고리 의혹에도 갈등 개입 화근
이 대표 “이때다 싶은 윤핵관, 비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가 2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 사퇴로 출범 보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선거 승리를 위해 앞장서야 할 당 대표가 스스로 선대위 직함을 내려놓은 건 초유의 일이다. 이 대표의 사퇴는 조수진 공보단장의 ‘지시 불복’에서 시작됐지만, 선대위 기강 붕괴를 방관한 윤석열 대선 후보에겐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윤석열·김종인·이준석 ‘삼각편대’로 출범한 ‘윤석열 선대위’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면서 내부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윤 후보는 대선을 70여일 남겨두고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수진 단장이 후보의 뜻을 따른다고 했는데 사태가 이렇게 커질 때까지 후보와 상의한 건지 후보가 조 의원에게 어떤 취지로 명을 내린 건지 궁금하다”며 사실상 ‘윤석열 책임론’을 제기했다. 선대위에서 자신의 지시에 불복한 조 단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봉합할 기회를 줬는데, 윤 후보는 도대체 파국에 이를 때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사퇴 회견’이 예고된 이날 오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공통된 의견이 그래도 조수진 최고위원이 대표를 찾아가서 잘 사과를 하고 이렇게 해서 두분 사이 관계를 잘 매듭짓는 것이 당과 정권교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게 아니냐”며 두 사람의 화해를 종용했다. 전날 “어떻게 군사작전 하듯이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하겠나.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나”라며 이 대표와 조 단장의 갈등을 정당한 내부 토론 과정으로 평가하며 거리를 두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뒤에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수습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위원장이 ‘이 문제는 나한테 맡겨달라. 후보는 좀 있어라. 내가 맡아서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김종인 위원장과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태 수습의 키가 김 위원장에게 넘어가고 그가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조수진 같은) 그런 사람은 과감히 조치 취할 수밖에 없다. 내 상식으로는 용납 못 한다”는 발언한 직후에 조 단장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당원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파국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가 김 위원장의 힘을 빌려서야 문제를 해결하는 윤 후보의 허약한 리더십이 거듭 확인된 장면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은 결국 윤 후보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사태를 촉발한 전날 이 대표와 조 단장의 충돌 역시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경력에 대한 선대위 대응을 두고 벌어졌다. 조 단장은 당내 교수 출신 의원들이 허위경력 논란을 키운 김씨를 두둔하는 성명을 내자고 제안했지만 선대위 반응이 좋지 않자 ‘의원들이 왜 안 도와주냐’는 윤 후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측근은 “조 단장의 항명도 있었지만 그런 방식으로 후보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 갈등의 불씨를 댕긴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더욱이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돼 백의종군한다던 장제원 의원이 갈등에 개입하면서 일을 더욱 키웠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티끌만한 억울함도 감내하지 못하겠다는 당 대표의 옹졸한 자기 정치가 선대위를 얼마나 이기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공보단장이라는 분은 어디서 함부로 후보 뜻을 팔고 다니냐”며 양쪽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사퇴 회견에서 “이때다 싶어 솟아 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 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며 결심을 굳힌 이유를 밝혔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를 거듭 제기해온 자신을 향한 장제원 의원의 공격을 윤 후보의 ‘묵시적 승인’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내홍이 지난 3일 ‘울산 회동’처럼 극적인 봉합으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 대표는 선대위 보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띄워 선대위 개편에 불을 댕겼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밖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선대위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서 나름대로 전반적인 선대위 운영 실태를 파악해보니 이대로는 갈 수 없겠다”며 “‘기동헬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 종합상황실을 보다 강력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생각한다”고 개편 의지를 밝혔다. 종합상황실은 선대위 구성 막판에 합류한 김 위원장의 ‘별동대’로 불리는 조직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 대표가 스스로 직을 내려놓으면서 선대위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본부장급 이상은 일괄 책임을 지고 선대위를 재구성해 ‘일하는 선대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김종인 “윤석열 ‘김건희 방어, 의원들이 안 도와준다’, 할 필요 없는 얘기”
이준석-조수진 갈등 단초된 발언 비판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을 위한 공청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조수진 공보단장을 통해 ‘부인 의혹 방어에 의원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을 두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할 필요가 없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와 조 단장 간에 고성이 오간 지난 20일 회의에서 갈등의 단초가 된 윤 후보의 메시지가 부적절하다고 김 위원장이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지난주 금요일 배우자와 관련해 국민에 사과를 했는데 그 이후에 ‘의원들이 뒷받침을 하지 않았다’는 식의 얘기를 조 단장이 얘기한 듯한데, 조 단장이 할 필요가 없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당시 조 단장은 당내 교수 출신 의원들이 허위경력 논란을 키운 김씨를 두둔하는 성명을 내자고 제안했지만 선대위 반응이 좋지 않자 ‘의원들이 왜 안 도와주냐’는 윤 후보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로 인해 갈등이 더 증폭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관련해서 원내에 있는 뭐 때문에 저런 사태가 벌어졌나 알지 못한다.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얘기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조 단장과 이 대표 갈등이 불거진 지난 20일 윤 후보가 “어떻게 군사작전 하듯이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하겠나.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에 대해서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얘기한 것”이라며 “그 말이 오히려 이 대표에게 좋지 않게 작용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 사의 표명 뒤 사태 수습을 윤 후보에게서 일임받은 김 위원장은 ‘조 단장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사람은 과감히 조치 취할 수밖에 없다. 내 상식으론 그걸 용납 못 한다”고 사퇴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 직후 조 단장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당원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물러났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가 물러난 선대위 일부 개편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는 항공모함”이라고 비유한 뒤 “예를 들어 후보가 지역을 돌아다니는데 일정이라든가 메시지라든가 지역을 파악하는 거나 이런 게 유기적으로 잘 맞아야지 국민에 감흥도 주는데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일정 짜는 데도 이 사람 저 사람 쓸데없이 말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선대위 운영 상황에 대해 “총괄상황본부가 강하게 그립(장악력)을 잡고 선대위를 이끌어야 한다”며 “선거를 효율적으로 이끌 기동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국민의힘 ‘신지예 후폭풍’ 계속…“2030 남성, 잡은 토끼로 보나”
국힘 대학생위원회, 23일 영입 규탄 기자회견 예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에게 빨간 목도리를 걸어주고 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국민의힘 합류를 둘러싼 당 안팎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기존에 국민의힘을 지지해온 당내 청년 그룹을 중심으로 ‘신지예 비토’ 정서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세 불리기식’ 인사 영입이 국민의힘을 지지해온 일부 2030 표심마저 잃게 할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신 부위원장의 합류 이튿날인 21일에도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신지예는 (국민의힘 기조와) 핵심 차이가 한둘이 아니다. 강성 페미로 젠더갈등 유발자고, 급진적 동성결혼 합법화론자이자 대책없는 탈원전론자”라며 “정권교체의 뜻이 같다고 해서 무작정 영입하면 우리 핵심 지지세력은 우리 노선에 혼란을 느끼고 이탈하게 된다”고 적었다. 당원 게시판과 남성 커뮤니티에도 “이번 영입은 선을 넘었다”거나 “탈당을 인증한다”는 등의 글들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의 ‘청년 당원’들의 반발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최인호 전 대학생위원회 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대학생위원들이 상실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며 오는 23일 국민의힘 대학생위원들이 당사 앞에서 ‘영입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신 부위원장의 영입이 표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맛있는 비빔밥 판다고 손님 모아 놓고 잡탕밥을 들이밀고 먹으라고 한다면 강매고 사기”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청년 조직 관계자는 “이번 영입은 2030 남성을 ‘잡은 토끼’로 보고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영입해 2030 여성 표를 얻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라며 “청년들도 가치와 지향이 저마다 다른데 무작정 한 무더기로 묶어놓은 것이다. 오히려 ‘우리를 우습게 보는 것 같다’는 게 청년 지지자들의 반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신 부위원장은 당 안팎의 반발을 ‘설득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 부위원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에서 의견 충돌이 생길 경우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최종적으로 후보자의 의견을 가장 존중”한다며 “치열하게 제 의견을 말씀드리면서 설득하기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