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신분 조사…검·경 “수사대상 아냐”

 

지난 10월6일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이 21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숨진 데 이어 두 번째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대형 사건 수사에서 관련자가 잇달아 숨진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수사력 논란 속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권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분당경찰서는 이날 김 처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 처장이 연락이 닿지 않자 야근하던 직원이 김 처장 사무실을 찾았고, 숨진 김 처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해당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퇴근하고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처장 가족도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은 인물로 구속기소 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측근으로 알려졌다. 김 처장은 2015년 3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때 1, 2차 평가에 참여했다.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진행 당시 김 처장은 개발사업1팀장이었다. 화천대유 쪽은 당시 사업협약서 초안을 만들어 공사 개발사업1팀에 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개발사업1팀 팀원이었던 한아무개씨는 5월27일 오전 10시34분께 ‘사업협약서 수정 검토’ 제목의 문서를 만들어 당시 팀장이던 김씨에게 결재를 올렸다. 공문에는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3.3㎡당 1400만원)를 상회할 경우 (초과이익이 남는 만큼) 지분율에 따라 (이익금을 배분할) 별도의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한씨는 불과 7시간여 지난 같은 날 오후 5시50분께 해당 조항을 없앤 사업협약서 검토 공문을 다시 만들어 김씨를 거쳐 전략사업팀에 보냈다.

 

검찰은 지난 10월 김 처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2015년 5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서를 작성할 당시, 최초 검토 의견서에 담긴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두번째 의견서에서는 빠진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처장은 검찰에 출석하며 ‘윗선 지시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 9일에도 김 처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처장은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등도 청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로서는 사건 조사를 받던 당사자가 잇따라 사망하면서 당혹스러운 눈치다. 앞서 지난 10일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숨진 전날인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위반 혐의(뇌물)로 그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같은 사건에서 조사를 받던 사람들이 연이어 사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변호사)이 이날 불구속 기소 되면서, 그의 지시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진 김 처장이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정 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배임), 부정처사후수뢰죄 및 범죄수익은닉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숨진 김 처장은 정 변호사가 공사에 근무할 당시 직급상 상급자였지만, 정 변호사는 그에게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숨진 유한기 전 본부장은 김 처장의 상관이었다. 대장동 사업자 선정 당시, 유 전 본부장, 김 처장, 정 변호사는 심사위원이었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 수익 분배 구조를 민간에게 유리하게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2015년 1∼2월 대장동 개발 사업 이익 배분의 기초가 된 ‘공모지침서’ 작성을 주도하면서 정영학 회계사가 요구한 ‘7대 필수조항’을 모두 반영했다. 손현수 기자

 

숨진 채 발견된 ‘대장동 실무자’…“수사대상도 아닌데 왜?”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 숨져

참고인신분 조사…검·경 “수사대상 아냐”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 이어 두번째 사망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이 21일 오후 8시30분께 공사 1층 처장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김 처장이 숨진 채 발견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처장이 연락이 닿지 않자 직원이 사무실에 갔다가 김 처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개발1처 사무실 직원들은 모두 퇴근했으며, 김 처장은 개발1처 사무실 안에 별도로 마련된 처장실에서 발견됐다.

 

공사 관계자는 “김 처장의 가족이 밤 8시15분께 연락이 와, 다른 부서 직원이 처장실에 갔다가 그를 발견했다”고 했다. 김씨가 숨지기 20여분 전 김 처장의 가족도 “출근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숨진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검·경에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경 협의에 따라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한 사건은 모두 검찰에 이송됐다. 경기남부청 대장동수사팀 관계자는 “김 처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한차례 불러 조사했지만, 사건과 관련해 입건되거나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도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 9일 참고인 신분 조사 뒤 추가 소환 등의 계획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업무를 맡았던 부서에서 근무하며, 평가위원으로도 참여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의 공사 몫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그는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의혹과 관련해 검·경의 수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 등이 없는 것으로 미뤄 김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10일 김 처장의 상관이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사망 당시 포천도시공사 사장)도 경기 고양시의 주거지 인근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3장 분량의 유서도 남겼지만, 유족이 공개를 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변호사)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 및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정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 수익분배 구조를 민간에 유리하게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김 처장은 직제상 정 변호사의 상관이었다. 이정하 강재구 기자

 

G7·EU 공동성명, “홍콩 민주주의 훼손 우려”

‘파이브 아이즈’, “보안법은 비판세력 탄압 도구”

<인민일보>, “민주 앞세워 공격…검은 손 거두라”

‘친중파 아닌 유일한 당선자’?…행적은 친중파 밀착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세운 선거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입법의원 선거가 치러진 지난 19일 홍콩 완차이 지역의 한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길을 늘어서 있다. 홍콩/신화 연합뉴스

 

범민주 진영이 철저히 배제된 채 치러진 홍콩 입법의원 선거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영어권 국가 정보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가 비난성명을 낸 데 이어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까지 이 흐름에 가세하자, 중국은 ‘내정 간섭’을 그만두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21일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주요 7개국은 외교장관은 전날 주제프 보레이 유럽연합 외교안보 담당 고위대표와 함께 낸 공동 성명에서 “홍콩에서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고 있음에 극히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홍콩 반환과 관련한 중-영 공공선언에 따라 행동하고, 홍콩인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보장한 홍콩 기본법을 이행할 것을 중국 당국에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중국과 홍콩 당국은 홍콩의 정치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이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기본권과 자유를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7개국과 유럽연합의 공동성명이 나온 직후 미국은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중련판) 당국자 5명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통과된 홍콩자치법에 따라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기업은 이들과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

 

미국 주도로 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 5개 영어권 국가가 참여하는 정보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도 전날 공동성명을 내어 “비판 세력의 의미 있는 선거 참여가 배제되면서, 홍콩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관점이 심각하게 제한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6월 발효된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범민주 진영을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지난 2월 기소된 범민주파 정치인 47명을 포함해 홍콩 재야 정치인 상당수가 외국으로 망명했거나, 수감된 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비난 성명에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중국 외교부는 “영국은 홍콩 식민지배 당시 장기간에 걸쳐 강력한 압박 정책을 시행했으며, 홍콩인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며 “이번 입법의원 선거 결과는 사회적 안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홍콩인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난 성명을 낸 국가 정치인들은 자기들 방식을 따르라고 주장하며 홍콩 주류 여론에 반대한다. 정의를 거스르는 이들의 행태는 굴욕을 당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또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날치 사설에서 파이브 아이즈를 특정해 “홍콩 일에 간섭하려는 검은 손을 거두라”고 맹비난 했다. 신문은 “파이브 아이즈는 민주주의를 내세워 악의적으로 홍콩 선거제도를 공격하고, 입법의원 선거를 모해하고 있다”며 “이는 홍콩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거짓이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홍콩 정치에 개입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해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란 점을 보여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9일 홍콩 입법의원 선거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세운 선거법 개정에 따라 범민주파 정치인의 참여가 철저히 배제된 채 치러졌다.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투표율(30.2%) 속에 예상대로 ‘친중파’가 사실상 전 의석을 ‘싹쓸이’했다. 일부 홍콩 매체들은 “사회복지 직능대표로 출마한 틱치위안이 차기 입법의원 90명 가운데 ‘친중파’가 아닌 유일한 당선자”라고 전했지만, 그의 ‘정체성’에 대한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애초 범민주파 최대 정당인 민주당 소속이던 그는 지난 2015년 중국 중앙정부가 제시한 ‘정치개혁 방안’ 찬성을 주도하다 당내 반발에 밀려 탈당한 바 있다. 군소정당인 ‘신사유’를 창당한 그는 범민주 진영과 친중파 사이 ‘중도 노선’을 주장하지만, 지난 2016년 입법의원 선거 당시엔 친중파 진영의 지원을 받았다. 또 2018년 보궐선거 때는 공개적으로 친중파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9월 실시된 선거위원회 선거에서도 “1500명 위원 가운데 ‘친중파’로 분류되지 않은 유일한 당선자”로 소개됐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트럼프, 접종 의무화 반대 전력

 부스터샷 비접종 의사 밝힌 적도

“백신으로 수천만명 살려” 자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애리조나주 주도 피닉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부스터샷을 접종했다고 밝혔다가 야유를 받았다.

 

<에이피>(AP)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 <폭스 뉴스> 전 진행자 빌 오라일리와 함께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한 ‘히스토리 투어’ 행사에서 부스터샷 접종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 행사에서 오라일리는 “대통령과 나는 (추가) 접종을 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 청중석에서 야유가 나왔다. 이어 오라일리는 “부스터샷을 맞았냐”고 질문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접종 사실을 재확인했다. 오라일리가 “나도 마찬가지”라고 하자 야유 소리가 더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청중석을 향해 “그만! 그만!”이라고 소리치며 야유를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지지자들의 야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고 부스터샷을 맞지 않을 것처럼 말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임기 중 예산을 배정하는 등 코로나 백신 개발을 지원했지만 접종 의무화에는 반대했고, 지지자들에게도 접종을 권고하지 않았다. 또 지난 9월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는 부스터샷 접종 계획에 관해 “나중에 알아보겠다. (부스터샷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난 맞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 정치인들의 백신 접종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인 입장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낮은 접종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1, 2차 접종 때도 다른 정치 지도자들과 달리 접종 장면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 치료법을 권고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원하기도 했다.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마크 메도스는 최근 낸 회고록에서, 당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증상이 심각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훨씬 아픈 상태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자신이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역사적인 일을 했다.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의 목숨을 구했다. 내가 아닌 우리 모두가 백신을 개발하고 3차 접종 백신까지 개발했으며 굉장한 치료제도 개발했다”고 했다.

 

한편 백악관은 지난 17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비행기를 탄 직원이 20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부스터샷까지 맞은 이 직원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30분간 이동하기 전에 한 검사에서는 음성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이후 2차례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티세포 중증 방지효과 ‘부스터샷’ 면역취약자 우선을”

독일, 28일 이후 클럽 폐쇄…아일랜드, 저녁 8시부터 술집닫아

 

 오후 8시 이후 술집 영업 금지 조처에 들어간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술집에서 20일 저녁 직원이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더블린/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접종자도 감염시키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연말 모임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일관된 증거가 나오고 있다”며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서 회복한 사람도 다시 감염될 여지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또 연말의 각종 모임과 축제가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 의료 체제에 대한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모임 자제를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수미아 스와미나탄 세계보건기구 수석 과학자는 오미크론 감염 증상이 다른 변이에 비해 더 가볍다고 판단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며 “감염자가 증가하면 모든 의료 체계가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면역 반응 일부를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많은 나라가 실시하고 있는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은 면역력이 약한 이들에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도 이날 오미크론 감염증이 델타 변이 등에 비해 약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연구팀은 기존 변이 감염자 20만명과 오미크론 감염자 1만1329명을 비교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세계보건기구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항체의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지만, 면역 반응의 두번째 축을 이루는 ‘티(T)세포’가 심각한 증상 발현을 방지할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건 대응 책임자 아브디 마하무드 박사는 “중화 항체가 감소하는 현상이 있지만, 거의 모든 잠정 분석 결과에서 티세포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일은 연말 파티를 제한하기 위해 오는 28일부터 나이트클럽 등을 폐쇄하고 사적 모임 인원도 10명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이날 전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당장은 추가 방역 조처를 실시하지 않겠지만, 추가 조처의 가능성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이날부터 술집 등에 대해 오후 8시 이후 영업을 금지시켰고, 그리스는 연말에 백신 접종 증명서 확인을 위해 1만명의 경찰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기자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 등 10개 나라 여행금지

 

극우 정통파 유대인 여행객이 20일 텔아비브 근처 벤 구리온 국제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20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열 나라를 여행금지국 명단에 올렸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이날 각의 결정 뒤 이렇게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여행금지국에 올라간 나머지 나라는 벨기에, 헝가리,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위스, 모로코, 터키 등이다. 이번 결정은 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친 뒤 22일 자정부터 적용된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긴밀한 외교관계임을 고려할 때 미국을 여행금지국에 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크게 확산하는 상황을 감안한 조처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국경을 봉쇄하고 여행을 제한했다. 외국인은 사전 승인을 받지 않는 한 입국이 금지됐으며, 외국에서 입국하는 이스라엘 국민은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7일간 격리조치를 받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인구 930만명 가운데 410만명 이상이 3차 백신 접종을 마쳤다.

 

베네트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코로나19의 다섯번째 유행이 시작됐다며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이스라엘은 19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5명이며, 누적 사망자는 8232명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미국선 2주만에 지배종 된 오미크론…감염자의 73% 차지

미 CDC “미국에서 이제 오미크론이 지배종”

델타는 87%였다가 일주일 만에 27%로 줄어

바이든 21일 연설…백악관 “봉쇄 연설 아니야”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소에서 20일 시민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견된 지 2주 남짓 만에 코로나19의 지배종이 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일 지난 일주일(12~18일) 동안 미국에서 확인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가운데 73.2%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센터는 이 통계를 근거로 “오미크론이 이제 미국에서 코로나19 지배종이 됐다”고 밝혔다. 그 전까지 지배종이던 델타의 비율은 26.6%에 그쳤다.

 

미국에서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된 것은 지난 1일 처음 보고된 뒤 불과 2주 남짓 만이다. 지난 5~11일엔 신규 확진자 가운데 델타가 87%, 오미크론이 12.6%였으나 일주일 만에 비율이 완전히 역전됐다. 미국 북서부와 남동부의 일부 지역에서는 오미크론이 코로나19 전체 감염의 절대다수인 95% 이상을 차지한다고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밝혔다.

 

미국에서는 이날까지 50개 주 가운데 오클라호마주와 노스다코타주를 제외한 48개 주에서 오미크론이 발견됐다. 텍사스주에서는 오미크론에 감염된 50대 남성이 숨져, 미국 내 첫 사망자로 기록됐다. 워싱턴은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난달 해제했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1월 말까지 다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초 연휴를 앞두고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 코로나19 관련 연설에 나선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방향에 대해 20일 미리 설명하면서, “나라를 봉쇄(lockdown)하는 것에 관한 연설이 아니다”라며 백신 접종과 검사 확대에 관한 조처를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날 이와 별도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7일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확진자와 접촉했지만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일주일 평균)는 지난 11월 초만 해도 7만1000여명이었으나 계속 증가해 20일에는 14만3천명을 기록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