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주자들이 저마다의 ‘간판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정치와 ‘민생’ 분야에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매력적인 대표 정책·공약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민생파탄’을 질타해온 야당 후보들이 아무래도 ‘민생 브랜드’ 제시에선 앞서가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좋은 일자리’를 민생 정책의 주축으로 가다듬고 있다. 문 고문은 지난달 당 민생공약실천특위 좋은일자리본부장 자격으로 매년 좋은 일자리 32만개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비전3232’를 발표했다. ‘2030 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과의 간담회를 열어 청년 일자리 정책을 집중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문 고문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대선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후보가 되고 정권을 장악하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 연합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원장과는) 적어도 정권교체를 바라보는 관점이랄지, 향후 우리 사회의 방향이나 가치(를 보는 시각), 시대정신 등에서 많이 가깝다. 얼마든지 합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정부 구성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집권할 경우에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충 등 여러가지 계획들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세력 기반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적극적인 공동정부 구상을 밝혔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속가능한 진보(복지)’를 민생 분야 간판 브랜드로 내걸고 있다. 손 대표는 최근 유럽 5개국의 노동·복지·교육 현장을 둘러봤다. 다음주부터는 전국을 돌며 ‘민생정책 투어’에 나선다. 한 참모는 “지역의 열악한 1차 의료체계를 바꿀 국민주치의제도, 부산의 중소 신발공장들을 협동조합으로 연결해 새로운 도약과 고용 창출을 이루는 방안 등의 실현 가능성을 짚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분수경제’를 주창하고 있다. 상위 1%에 부가 집중돼 아래로는 한두 방울이 떨어지는 ‘낙수경제’를 벗어나, 아래쪽에서 소득이 창출돼 사회 전체로 부가 솟구치는 경제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도 ‘일자리 경제’를 화두 삼아 민생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밖에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떤 구상을 들고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최근 문재인 고문의 제안에 대해서는 나쁠 게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치평론가 이철희씨는 “안 원장이 빙긋이 웃고 있을 것”이라며 “(공동정부 구상은) 안 원장이 대선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현재로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지지율을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지만, 혈혈단신이라는 ‘세력적 한계’가 약점이다. 문 고문의 제안은 안 원장의 이 약점을 일거에 보완해줄 수 있다. 굳이 민주당에 들어가는 모험을 하지 않고서도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트이는 셈이다.
새누리당에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8일 비대위원장 자격으로는 마지막인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안거낙업(安居樂業)’을 민생 화두로 제시했다. 안거낙업이란 국민이 근심 걱정 없이 생업에 즐겁게 종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박 위원장은 “안거낙업을 이루고 한국이 선진국이 되는 게 정치하는 이유이자 인생 최고의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유아 양육·보육비 지원, 노인 장기요양보험 확대 등을 담은 가족행복 5대 약속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원내대표에 이한구 의원이 당선되면서 박 위원장은 당 장악력이 더욱 공고해져 느긋한 입장이다. 당내에서는 명실공히 ‘박근혜당이 됐다”며 “박근혜 위원장이 향후에도 원내를 통제할 교두보를 확보했다. 친박의 독주가 더욱 강화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일부에선 박 위원장이 약속한 경제민주화가 주춤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 뒤 “자율시장경제원칙에 강한 신뢰가 있다”며 “잘못된 재벌의 행태는 확실히 바로잡겠지만, 질투심으로 경제 주체를 못살게 구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은 “이 원내대표는 지금도 경제 민주화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본다. 경제 민주화 실천 여부는 박 위원장의 몫이지 이 원내대표의 몫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9만여원인 기초노령연금을 3배 늘려 27만원 수준으로 확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최근 각종 강연에서 여성 유연근무시간제 도입,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한 국내외 일자리 확대 등을 말해 왔다.
정몽준 전 대표도 민생 행보에 열심이다. 정 전 대표는 기술 개발을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 동일가치 동일임금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정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 자리를 놓고 여야가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경쟁을 하다 보니 극한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로 분산시키고 국정운영을 투명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구태의연한 한국 정치의 틀을 깨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유신 망령이 되살아났다고 공격할 것”이라며 “박 위원장은 새 시대를 여는 킹메이커로 디딤돌 구실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은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는 권력형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라는 구조적인 한계와 폐해로 민주주의가 미성숙의 상태에 머물고 있다”며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 외교·국방 등 외치를 하고 국내 정치는 총리가 하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대 총선인 2016년부터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거주기를 일치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남북긴장완화와 군비감축을 위한 남북대표부 설치 등도 제시했다.
대선길 민주당 사령탑
친노직계? 비노?
6.9 전당대회 잇단 출사표
민주통합당의 대표적 ‘킹메이커’로 꼽히는 두 사람이 14일 새 당 지도부를 뽑는 6·9 임시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친노계의 지지를 받는 6선의 이해찬 상임고문과 ‘비노계’의 대표선수 격인 4선의 김한길 전 원내대표다. 이들은 이날 출마선언문을 통해 각자 대선 승리 전략의 얼개를 선보이며 자신이 적격임을 강조했다.
이 고문은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의 연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민생정당 만들기”를 통해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며, “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엄정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고문은 “저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두 번의 민주정부를 출범시킨 기획자”라며 “민주당에 가장 부족한 위기관리능력과 민주적 리더십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당의 철저한 혁신”, “당 시스템 개혁 및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한 역량 강화” 등으로 ‘역동적인 민주당’, ‘승리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당의 대선 주자들을 지금의 지지율을 기준으로 차별화하지 않겠다”며 “정치공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온전히 정치에 담아내는 대선 전략을 펼치겠다”고 했다.
4선의 추미애 의원도 이날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지도부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추 의원은 “이번 전대를 통해서 민주당을 어느 정파 이익에 매몰된 당이 아닌 오로지 국민 위한 당으로 돌려놓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상임고문과 가까운 4선의 이종걸 의원, 정세균 상임고문과 가까운 3선 강기정 의원도 이날 후보 등록을 했다. 이 의원은 “유사 이래 한강을 둘러싼 수도권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대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며 수도권(경기 안양만안) 다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유일한 호남 출신인 강 의원은 “호남에서 열정적 지지를 만들어내는 게 역전 승리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로써 전날 출마를 선언한 3선의 조정식 의원, 재선의 우상호 당선자, 원외 문용식 당 인터넷소통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 당 지도부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인단 1인2표 방식으로 6명을 선출하며, 1위가 당 대표, 2~6위가 최고위원을 맡는다.